[기억할 오늘] 감옥-탈옥의 은유와 현실

최윤필 2025. 8. 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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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들이 '(모든) 언어는 (원칙적으로) 은유'라고 말하는 까닭은 먼저 사물(대상)이 있고 그걸 지칭하는 말이 만들어졌을 터이기 때문이지만, 문학이 말하는 은유는 그 언어의 태생적 바탕에서 이룬 또 한 번의 비유적 도약을 가리킨다.

두 번째 도약 즉 문학적 은유가 성공하려면 우선 대범해야 하고 착지도 안정적이어야 한다.

진부하고 상투적이어서 언어의 감옥에 갇혀버린, 세 번째 (은유적) 도약-탈출이 필요한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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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클라우비누 다 시우바의 탈옥- 1
스티븐 킹 소설 원작의 영화 '쇼생크 탈출'의 클라이맥스 장면.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 분)의 탈옥 직후 장면이다. 더 픽처스 사진.

언어학자들이 ‘(모든) 언어는 (원칙적으로) 은유’라고 말하는 까닭은 먼저 사물(대상)이 있고 그걸 지칭하는 말이 만들어졌을 터이기 때문이지만, 문학이 말하는 은유는 그 언어의 태생적 바탕에서 이룬 또 한 번의 비유적 도약을 가리킨다. 두 번째 도약 즉 문학적 은유가 성공하려면 우선 대범해야 하고 착지도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성공한 은유-비유들이 세월과 함께 굳어진 게 클리셰다. 진부하고 상투적이어서 언어의 감옥에 갇혀버린, 세 번째 (은유적) 도약-탈출이 필요한 언어들. 그건 한두 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문학 자체의 숙명이기도 할 것이다. 좋은 문학은 그래서 늘 불온해야 하고, 아늑한 답 대신 심란하게 묻고 따지고, 섣부른 위안을 주기보다 불편-불안하게 해야 한다고들 하는 모양이다.

은유로서의 ‘감옥’이 실제 기능과 유리된 채 정신적 속박과 내면의 고통, 혹은 부조리한 사회시스템으로 인한 억압의 의미로 주로 쓰이는 까닭은 국가폭력의 불합리와 다양한 비윤리-비민주성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쇼생크 탈출’이나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포로들의 나치 수용소(Stalag Luft) 집단 탈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대탈주(The Great Escape)에서의 감옥, 1983년 아일랜드 공화국군 임시파가 집단 탈옥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인근의 ‘여왕의 미로 감옥’은 범죄자를 격리 수용해 교정-교화하고 사회 안전을 도모한다는 당위의 감옥이 아니라 벗어나야 할 억압과 차별, 불의의 공간이다.
’탈옥-탈출’의 은유가 그렇게 자리를 잡는다. 예컨대 최고 보안 교정시설로 유명한 미국 ‘앨커트래즈’ 교도소는 1934~63년 운영 기간 중 총 14차례 탈옥 사건이 빚어져, 23명이 체포되고 6명이 총살되고 2명이 익사하고 5명이 탈옥(행방불명)했다. 5명의 탈옥수는 그들의 추악한 범죄보다 탈옥의 '업적'으로 전설이 됐다.
물론 현실의 감옥은 소설-영화와 다르고, 장엄하고 아름다운 탈옥도 없다.(계속)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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