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OK 해야 출시”… MZ직원들 최전방 기획자로 활약

“최근 소비자들이 찾는 건 단순히 싼 게 아니에요.”
“(이걸로는) 경쟁 상품을 잡긴 어려워 보여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 지하 1층 회의실. 입사 3~10년 차 직원 14명이 출시를 앞둔 제품들을 맛보며 날 선 비평을 쏟아냈다. 1990년대생 영업관리자 중 선발된 이들은 사내 ‘MD 서포터즈’들. 매월 1회씩 신제품 품평회를 열고 상품의 방향성을 제안하고 개선점을 찾아낸다.
‘제가요?’ ‘이걸요?’ ‘왜요?’를 입에 달고 산다는 MZ 세대를 대하는 기업들의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기성 문화를 낯설어하는 이들을 배려 대상으로만 여기는 대신 ‘0번 소비자’ ‘최전방 기획자’ 역할을 맡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유행이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지는 소비 시장을 주도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이해하고 공략하기 위해 동년배인 MZ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Z 직원들이 OK 해야 출시
이날 GS25 품평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의견이 나온 건 하반기 출시 예정인 냉장 우동이었다. 이 상품을 기획한 직원이 “보통 냉장 우동은 상온에 보관하는 우동보다 비싼데 (이 제품은) 가격대를 3000원 안팎으로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하지만 맛을 본 MZ 직원들의 비판은 날카로웠다. 한 직원(30)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며 “튀김이나 어묵 등 내용물을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직원은 “초록색 포장지가 식욕을 떨어뜨린다”며 포장 디자인을 지적했다.
GS25가 MZ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건 ‘레드팀’, 즉 내부 의사 결정이나 전략에 대해 비판하는 역할이다. 이를 통해 상품 출시 전 시장의 반응을 미리 파악하자는 것이다. 이도현 GS25 냉장냉동팀 매니저는 “MD 서포터즈 대부분이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직원들”이라며 “제품의 맛과 포장, 이벤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의견을 줘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MD 서포터즈의 의견은 때로 히트 상품으로 이어진다. GS25가 지난 6월 출시한 PB(자체 브랜드) 라면은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박’을 터뜨렸다. 품평회에서 “묵은지 향이 다소 강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치즈를 변경하고 우유 성분 등을 추가했는데 출시 20일 만에 60만개가 팔렸다.
◇MZ 팀에 사업 맡기는 기업들
현대백화점그룹의 복지몰 사업 계열사 현대이지웰은 지난 3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입사 1~3년 차 20대 직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MZ 협의체’를 만들었다. 이들의 임무는 2030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사업 아이템을 내는 것이다. 이지웰 복지몰은 각 기업 복지 포인트로 쇼핑을 할 수 있는 사이트로, 2700개 고객사 340만명의 소비자 중 2030세대 매출 비율이 49.8%에 달한다.
이 회사 MZ 협의체는 지난 5월 또래 소비자들을 겨냥한 ‘MZ 전문관’을 선보였다. MZ 전문관의 상품 선택부터 디자인, 마케팅 등 전 영역을 MZ 협의체 멤버들이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지웰 관계자는 “20대 직원으로만 구성된 팀이 사업 전반을 담당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시범 운영 결과 방문객 수가 다른 전문관 대비 2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웰은 이달 2700개 전 고객사를 대상으로 MZ 전문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농심의 사내 벤처 ‘반려다움’은 기능성 펫푸드를 만든다.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으로 출범한 브랜드로,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30.7세다.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MZ세대만을 채용해 조직을 꾸리는 사례도 있다. 패션 기업 LF는 홍보팀 뉴미디어파트를 MZ세대 3명으로 채웠다. 평균 연령은 26세다. 작년과 올해 각각 채용한 직원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팔로어가 11만~22만명에 달한다. 패션계 인플루언서를 채용해 젊은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홍보 업무를 맡긴 것이다. LF 관계자는 “20대 실무진이 주도하는 콘텐츠는 생동감과 친근함을 더하는 동시에 트렌드를 쉽게 전달하며 팬덤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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