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93] 금붕어에 매료된 마티스

유리 어항 속, 맑고 시원한 물살을 따라 금붕어 네 마리가 유영한다. 동그란 주둥이를 뻐끔이며, 까맣고 큰 눈을 하루 종일 동그랗게 뜨고서. 보드라운 지느러미를 하늘하늘 흔드는 금붕어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야수파’의 대표 화가로 알려진 프랑스의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1869~1954)는 1912년 초, 모로코를 여행하다가 금붕어에 매료됐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금붕어를 바라보는 모로코인들에게 이끌렸다는 게 맞겠다. 마티스 눈에 비친 그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편안히 앉거나 엎드린 채 어항 속 금붕어를 하릴없이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 모습에는 불안도 조급함도 없고, 무료함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국제적인 대도시 파리에서 온 마티스에게, 모로코의 금붕어는 고요한 시선과 평화로운 호흡 속에서 명상과 안식을 누리는 ‘지상낙원’의 상징이 됐다. 거칠게 충돌하는 원색의 대비로 화면을 채우던 마티스의 ‘야수파’ 시기가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시기는 길지 않았고, 이후의 그는 오히려 맑고 투명한 색채의 향연 속에서 자유와 평화를 즐기는 순수한 사람들을 주로 그렸다.
마티스의 금붕어 연작 중 한 점인 이 그림은, 그가 실제로 자신의 스튜디오에 두었던 원통형 어항을 그린 것이다. 초록 풀과 분홍 꽃, 초록 의자와 분홍 탁자 가운데서 노니는 빨간 금붕어의 모습이 눈부시게 청량하다. 하지만 마티스가 이 그림을 구상한 시점은, 모로코가 프랑스 보호령으로 전락하던 해이기도 하다. 금붕어를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던 모로코인들은 어쩌면 그들의 현실 속에서 ‘금붕어 보기’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이유, 서른세 번째 생일 맞아 3억원 기부
- 정원오 “15분 스포츠 생활권 조성” 체육 공약 발표
- 오세훈·이준석, 부동산 정책 연대... 서울서 보수 단일화 논의되나
- ‘담배연기, 살인충동’...서울 대형병원 출구 앞 글귀에 환자들 술렁
- 현관문에 페인트칠·계란 투척… ‘보복 대행’ 범죄였다
- 트럼프 “대만, 미국 믿고 독립한다는 생각 말아야”
- 삼성 “쟁의 참여 설득 위해 폭행·협박 있어선 안 돼”
- 검찰 내부 “국민의힘 청문회 참석으로 박상용 징계하려면 임은정도 징계하라”
- 고진영, 3년 만에 LPGA 우승 도전 ... 크로거 퀸시티 챔피언십 2R 선두
- 주유소 기름값 7주 연속 상승, 서울 휘발유 값 2050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