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나무의 수트라', 제10회 노산시조문학상

하영란 기자 2025. 8. 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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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의 굴성' '그늘' 고뇌
내달 20일 시상식 열려
김진희 시조시인

제10회를 맞이한 노산시조문학상은 현대시조의 발전과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마산 출신 노산 이은상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역량 있는 시조시인을 선정해 수상(授賞)하는 상이다.

노산시조문학상운영위원회는 전국의 시조시인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작품 중에서 노산시조문학상의 가치와 그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개성 있는 작품을 선고해 심사한 결과, 김진희 시조시인의 '나무의 수트라'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다 읽지 못했구나 네 잎 뒤 숨긴 뜻을
연두에서 초록으로 검은빛 덧칠하며
수목원 날것의 굴성 서사를 적고 있다

다 알지 못했구나 네 근심의 숨소리를
폭우가 빗발치고 우렛소리 긴장한 숲
가지 끝 너울지는 새 떼 푸른 숨을 고른다

달 없는 그믐에도 밤새 바장이며
안으로 젖어 드는 만장의 강물 소리
한 뼘씩 키운 그늘은 귀를 바짝 세운다
-'나무의 수트라'(인도계에서 금언들을 모아놓은 경전의 총칭)

심사위원단(김연동 위원장·하순희·정용국)은 이렇게 심사평을 전했다.

"초장의 첫 목소리로 치고 나간 구절 '다 읽지 못했구나', '다 알지 못했구나'에 깊은 반성의 숨결이 담겨있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검은빛 덧칠하며' 햇볕을 맨몸에 받아냈을 '잎'의 고난과 '폭우가 빗발치고 우렛소리'로 '긴장한 숲'의 근심을 처연하게 그려냈다. 그래서 '안으로 젖어 드는 만장의 강물소리'에 낙담이 조금 담겨있어도 '한 뼘씩 키운 그늘'은 "수트라"가 될 수 있었다. "인간의 오만이 무시한 무자기(無自欺)와 무불경(毋不敬)의 예의를 나무가 지켜내고 있는 현장의 가쁜 숨결이 김진희 시조에 오롯이 담겨있다. '경전'으로 표현됐을 자리에 '수트라'가 등장한 것도 새로운 시도였고 좋은 결과물이다. 사람이 그르치고 불경한 자리에 '나무'를 통해 성찰해 낸 고뇌가 자못 튼튼하고 비장함을 보여준 작품이라 하겠다. '날것의 굴성(屈性)'을 통해 성찰한 '그늘'의 고뇌에 함께 공감했다."

김진희 시조시인은 "수목원에서 아름드리나무의 맑고 푸른 울창함이 시야에 들어와 가슴이 꽉 차는 듯했다. 이 나무들은 선조의 역사와 함께 한 것이며 미래 후손들이 이어갈 유산이다.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그저 묵묵히 지켜보며 그늘이 돼주신 아버지의 넓은 등을 보았고, 힘든 삶을 불평하고 좌절하며 속을 후벼 파는 듯 상처를 내도 늘 자애롭게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눈빛을 읽었다. 울창한 그늘을 만드는 나무의 경건함과 질서에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우리의 유산을 지키듯이 민족혼이 숨 쉬는 정형시를 더 많이 사랑하며 열심히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다음 달 20일 오전 11시 창원 마산회원구 창신중 다목적 강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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