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정신·문화' 담은 지식 공동체 장 출범
경남연구원, '경남학의 원년' 선언
지역 정체성·문화적 비전 원천 재조명
경남학센터 출범, 지식 플랫폼 본격화
도민과 함께하는 실천형 지역학 추진
경남문화유산 보존·세계화 전략 강화
디지털 시대, 경남학의 미래 비전 제시

경남연구원은 경남의 정체성을 담고 도민과 함께하는 실천형 지역학 지식플랫폼 경남학센터를 출범시켜 2025년을 '경남학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경남학센터는 경남의 정신과 문화를 담아 미래 전략으로 연결하는 지식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지역학의 뿌리와 시대적 의미
"세계를 바라보되, 지역에서 실천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 지역학의 철학적 기반을 다진 선구자, 패트릭 게디스의 이 말처럼, 경남연구원이 지역의 뿌리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오늘날 '지역'은 단순한 행정 단위를 넘어 정체성과 문화적 비전의 원천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지리 등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지역학'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지역학의 기원은 유럽 르네상스와 대항해 시대로, 신대륙 탐험과 식민지 건설, 산업혁명과 제국주의의 확산 속에서 타 지역에 대한 체계적 이해의 필요성으로부터 비롯됐다. '지역학(Area Studies)'이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정착됐으며, 자국 정체성 확립과 국제 전략 수립을 위한 실용학문으로 발전했다.
한국에서는 18~19세기 박지원의 '열하일기', 유길준의 '서유견문' 등에서 그 전통이 시작됐으나, 제도적 지역학은 1990년대 지방자치제 도입과 함께 본격화됐다. 이후 지역은 문화·산업·미래 전략 수립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며, '영남학, 호남학, 경기학' 등 광역 단위는 물론 '서울학, 부산학' 등 도시 단위 지역학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경남 역시 제도적 지역학이 필요하나, 아직은 타 지역에 비해 기반 마련이 미흡하다. 현재 관련 기관·단체는 약 35개소이나, 대부분 대학 부설 연구소로, 미시적 연구에 편중되고 있다. 지역 발전 전략, 국제 비교, 융합적 연구 등 거시적 관점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경남의 정체성과 고유문화의 현대적 해석,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한 통합적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며, 학제 간 공동 연구, 기관 간 네트워크, 지속 가능한 담론 체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경남학센터 비전 선포식 : 경남학 핵심 추진전략 제시
이러한 점을 감안해 경남연구원은 지난달 14일, '경남학의 산실'인 통합적 플랫폼으로서의 비전과 역할을 천명하고 '2030 경남학센터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경남연구원에서 열린 선포식에는 경남도, 도의회,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 언론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해 2025년을 '경남학의 원년'으로 선포함으로써, 지역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었다.
오동호 경남연구원장은 "경남의 뿌리인 가야의 개방성과 창의성, 진취성은 이순신 장군과 의병의 호국정신, 남명 조식의 경의사상, 산업화를 견인한 기업가 정신으로 계승돼 왔다"며 "이 소중한 역사적 자산을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미래 세대에 계승하는 것이 경남학의 본질이자, 경남연구원이 실현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남학은 단순한 지역 연구가 아니라, 도민의 삶과 정신을 통합적으로 담아내고, 실천을 통해 삶 속 철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첫째, 경남학의 정립과 확산을 위해 경남학 연구 활성화를 본격 추진한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경남학포럼' 운영위원회가 정기적인 포럼을 통해 경남학에 대한 심층 논의와 담론을 형성하고, 아울러 학술지 '경남연구', 연구총서 발간, 경남학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도 본격화해 경남학 연구의 확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경남학 연구의 플랫폼 역할 강화를 위해 도내 연구기관, 지방문화원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한다. 장차 전국 단위의 지역학 연구기관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과도 교류·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경남학의 학문적 외연을 확장하고 국제적 위상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도민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경남학 아카데미'를 본격 운영한다. 올 하반기부터 역사·문화·인문·지리 등 다양한 주제로 상설 아카데미가 운영되며, 찾아가는 시민강좌, 전문가 양성과정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최신 미디어와 IT를 접목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교육 콘텐츠, 숏폼 영상, 브이로그, 챌린지 등 대중 참여형 콘텐츠 개발을 통해 문화산업으로의 확장도 꾀하고 있다.
셋째, 경남문화유산의 체계적인 보존과 활용을 통해 경남학의 가치 확산과 세계화를 적극 추진한다. 가야고분군 등 세계유산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강화하고, 중요 유산의 국가사적 지정도 지속 추진한다. 학술 연구를 바탕으로 한 관리·활용체계 마련과 문화유산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도민의 정체성 회복과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한다.

경남학센터, 경남 정신 이끄는 지식 공동체
경남학센터의 출범은 단지 하나의 연구기관 설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남의 정신과 미래를 주도할 지식 공동체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경남학센터는 경남의 역사·문화 자산을 발굴하고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이를 미래 전략과 연결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경남학 관련 아젠다 개발과 정책 자문을 수행하게 될 '경남학포럼' 운영위원회를 공식 위촉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그리고 경남학 연구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민과 함께 호흡하는 연구 생태계 조성이다. 경남연구원은 경남학 연구의 플랫폼 역할 강화를 위해 경상국립대(남명학연구소), 국립창원대(경남학연구센터), 경남대(고운학연구소), 인제대(경남문화연구소)와 MOU를 체결해 공동연구 생태계 조성에도 나섰다.
또한 포럼, 아카데미, 문화유산 체험 등 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 속의 경남학'을 통해 연구실을 넘어 도민의 기억과 목소리, 공동체의 삶과 정신을 품은 살아 있는 학문으로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도정, 의회, 학계, 지역사회 등 각계와 긴밀히 협력하며 '경남다움'이라는 이름의 자긍심을 도민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미래를 여는 경남학 : 시대적 소명과 지식 플랫폼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역학은 더이상 과거를 보존하는 학문에 머무르지 않는다.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일상 깊숙이 들어온 오늘날, 지역학은 인간의 기억과 삶을 새로운 지식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AI가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 세대 감수성이 완전히 다른 MZ세대와의 소통, 빅데이터화 되는 지역 자료의 체계적 정리와 해석, 그리고 기후 위기 속 생태 전환을 이끌어야 하는 지역의 책임, 이 모든 질문에 경남학은 응답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남학은 단순한 학술연구를 넘어 시대적 소명으로 재인식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전문연구자 양성과 전국적, 더 나아가 글로벌 연계 네트워크 구축, 중앙정부의 정책적 배려, 지방자치단체의 제도적 뒷받침이 긴밀히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연구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
그럴 때 비로소 경남학은 한국학 내에서 온전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 전국 곳곳에서는 지역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학이 문화, 정책, 산업에 연결되며 실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부산, 대구·경북, 울산, 강원, 제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남학은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지역학의 본질과 미래를 선도할 새로운 모델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경남학은 이제 과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경남의 내일을 설계하고 세계와의 대화를 준비하는 지식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동안 경남은 산업화의 중심지로 국가 발전을 이끌었지만, 지역 고유의 문화 정체성 정립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제는 도민의 삶 속에서 기억되고 이어져 온 문화와 역사를 체계화하고, 이를 행정과 정책, 교육, 관광 등 다양한 분야로 연결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지금 경남학이 내딛는 첫걸음은 작아 보일 수 있으나, 그것은 곧 한 지역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그 가치를 세계로 확장시키려는 지적 혁명의 시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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