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디지털 농업’…영농 혁신을 주도한다
전통 농업을 과학적 예측과 정밀 분석 영역으로 전환
34종 농업 데이터 수집·분석…농민이 생산·판매 결정

제주는 국내 겨울철 신선채소의 80%를 공급하는 생산 기지다.
무·당근·양배추 등 월동채소는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겨울에도 영글어 간다. 한 겨울에도 채소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은 11~2월에도 제주 농민들이 구슬땀을 흘려서다.
그런데 물가와 농산물 가격은 연관성이 높다. 농산물 중 채소류는 가격 변동성이 큰데, 비싸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반대로 월동채소는 가격이 저렴해도 보관·저장의 문제로 대량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동안 제주 농산물은 수요·공급의 법칙을 무시했다. 생산량 증가와 소비 부진, 수입산 공세 등을 간과하면서 대형마트 매장에 일주일 넘게 제주산 월동무가 쌓여도 농민들은 계속 출하를 했다.
가격 폭락으로 월동무와 양배추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일이 반복됐다. 월동채소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이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농업 혁신에 나섰다.
도는 지난달 25일 도농업기술원에서 전국 최초로 농업 통합 플랫폼 제주DA(Digital Agriculture·디지털 농업) 시연회를 열었다.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던 전통 농업을 과학적 예측과 정밀 분석의 영역으로 전환시키는 플랫폼이 구축됐다.
제주DA는 34종의 농업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정책 수립과 농업인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 병해충 예찰 및 예보, 스마트 영농일지, 인공지능 기반 감귤 생산량·가격 예측 기능을 갖췄다.
서비스 고도화와 기능 확장을 위해 ▲드론을 활용한 농경지 조사·영상분석 시스템 개발 ▲국내외 농업 관측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인공지능(AI) 농업 시장 분석 ▲월동채소 3종(월동무·양배추·브로콜리) 생산량과 가격 예측도 포함됐다.
월동채소 3종 예측 모형 개발은 가격과 생산량 정보를 사전에 확보해 대도시 소비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수급 불균형 해소와 농가 소득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최초로 AI와 첨단기술을 접목한 '제주 디지털 농업'은 3단계로 추진된다.
1단계(2024~2025)는 기본정보 체계와 데이터베이스(정보 저장소) 구축, 2단계(2025~2026)는 서비스 고도화와 기능 확장, 3단계(2027~2029)는 인공지능(AI) 확대 도입과 고정밀 관측체계 구축을 실현한다.
농가 중심의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이처럼 과학적 정보에 입각한 농업 데이터 기반이 필수다.
농업 데이터에는 기상·토양·해충 등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통한 농업 현장정보도 수합한다.
최종 단계인 2029년 이후에는 농산물 생산을 위한 결정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 기반에서 수행한다.
이제 제주 농업은 생존과 변화의 중심에 섰다. 1인 가구 증가와 소비 부진 장기화, 수입산 대체 소비, 이상 기후 등 여러 변수에서 농산물의 수급 조절과 가격 경쟁력이 요구되고 있다.

■ 경험에서 데이터로…과학영농 시대 연다
최근 '제주DA' 시연회에서 제주시 조천읍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김모씨의 스마트폰에 알림이 올렸다.
'최근 강우로 감귤원 주변 습도가 높아졌습니다. 검은점무늬병 발생 가능성이 경계단계입니다.'
제주DA 앱이 김씨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인공지능(AI)은 검은점무늬병 초기 감염 징후를 감지하고 3일 내 방제가 필요하다고 알렸다. 앱은 현재 날씨에 가장 효과적인 방제 약제와 도내 판매 여부 등 정보를 제공했다. 김씨가 방제작업을 마친 후 '3구역 방제 완료'라고 말하자, 앱이 자동으로 영농일지에 기록했다.
이날 서귀포시 남원읍의 감귤원을 클릭하자 필지 별 감귤나무 수 등의 정보가 나왔다. 인공지능은 감귤밭에 설치된 포집기에 잡힌 해충 사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해충의 종류와 개체 수를 제공했다.
구좌읍의 당근밭을 확대하자 제대로 자라지 않는 구역을 분석해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이 장면은 지난달 25일 전국 최초로 공개된 농업 통합 플랫폼 '제주DA(Digital Agriculture·디지털 농업)'의 예상 시나리오다.
농업은 언제나 살아 움직이면서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감귤이 익을 때와 수확할 때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시장에 출하하면 또 다른 데이터가 발생한다. 소비자의 구매와 평가, 반응도 모두 농업 데이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