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살해사건’ 무전 녹취록 공개… 지구대 “방탄 헬멧·방패 없어”

‘인천 송도 총기 살인사건’ 당시 현장 출동 경찰관들의 무전 녹취록이 공개됐다. 상황실에서는 출동 경찰관의 현장 진입을 지시했으나, 출동 경찰관은 방탄 헬멧·방패가 없어 경찰특공대가 올 때까지 대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민, 서울 구로구을) 의원실이 확보한 ‘연수경찰서 상황실 무전 녹취록’을 보면, 상황실은 지난달 20일 오후 9시32분께 현장 출동 지구대에 “부친(피해자 아버지)이 남편(피해자)을 총으로 쐈다는 상황”이라며 “방탄복 착용하시고 안전유의 근무”를 지시했다.
상황실은 오후 9시35분께 재차 “출동 직원들은 총기류, 테이저건, 방탄복, 방탄헬멧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지구대는 오후 9시36분께 상황실에 경찰특공대 출동을 요청했다.
지구대의 첫 번째 순찰차량은 오후 9시39분께 지하주차장에 도착해 “방탄복을 입고 대기중”이라고 알렸고, 상황실은 오후 9시42분께 “방탄복 착용했으면 바로 진입하라”며 “필요 시 주민대피 조치 등 방송을 해달라”고 했다.
사건이 벌어진 33층 현장에 도착한 지구대 팀장은 오후 9시44분께 “화약냄새가 많이 난다. 쇠구슬도 있고, 특공대 빠르게 도착 좀 시켜달라”고 했다. 이어 9시45분께 “탄이 밖에 흩어져 있고 탄약 냄새가 난다. 안에는 아버지가 장전한 상태로 있다는 상황이라 특공대가 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송도지구대 팀장은 “경찰이 들어가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방탄모랑 방탄 방패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무조건 진입하면 안 될 것 같다”고도 했다. 경찰관들이 방탄복과 방탄모 모두 착용했느냐는 상황실의 질문에는 “방탄복 입었는데 방탄 헬멧이 없다. 방패는 있는데 방탄 방패가 아니다”고 답했다.
상황실은 오후 9시54분께 현관문 비밀번호를 확보했는지 물었고, 지구대 팀장은 “비밀번호는 알고 있고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들어갔을 때 사제총으로 경찰관 공격할까 봐 그런다”고 했다.
이어 오후 9시58분께 기동순찰대도 현장에 도착했으나 방검복만 착용한 상태였다.
경찰특공대가 도착해 오후 10시43분께 현장에 진입한 직후, 지구대 팀장은 상황실에 “피의자 확인이 안되고 있다”고 알렸다.
지구대 팀장은 오후 10시49분께 “경찰관 도착했을 때 현관문 잠금장치가 부서져서 혹시라도 나올까봐 잡고 있던 상황”이라며 “최종 확인했는데 피의자가 없다. 아마 경찰관 도착 전 빠져나갈 여지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상황실은 “관리사무소 통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라”고 지시했고, 지구대 팀장은 “지금 지구대 경찰관하고 내려가서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결국 CCTV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피의자 A(62)씨가 집 안에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신고 접수 72분 만에 피해자 B(33)씨를 병원에 이송했고, B씨는 오후 11시3분께 병원에 도착했으나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7월22일자 6면 보도)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31분께 인천 송도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현장에 있던 며느리와 손주 2명을 향해 장전된 총을 겨누고, 독일인 가정교사를 향해 사제 총기를 발사했으나 불발하는 등 가족과 지인을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자신의 자택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자택에 시너가 든 페트병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자동 점화장치를 설치해 폭발시키려 하기도 했다.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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