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반대’ 기업들, 지속가능보고서엔 “국제노동기준 준수”

박태우 기자 2025. 8. 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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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현대차·에스케이·엘지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상당수가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지속가능보고서)에 노란봉투법에 부합하는 국제노동기준을 존중한다거나 이행하고 있다고 공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희 엘-이에스지(L-ESG)평가연구원장은 "기업들이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면서 국제노동기준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 '레이버 워싱'(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서도 노동 친화적인 이미지를 홍보하거나 강조하는 행위)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유럽연합의 '공급망 인권실사지침' 시행을 고려하면, 노란봉투법을 통해 하청노조와 교섭하며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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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삼성전자·현대차·에스케이·엘지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상당수가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지속가능보고서)에 노란봉투법에 부합하는 국제노동기준을 존중한다거나 이행하고 있다고 공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의 회원사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삼성전자는 ‘2025 지속가능보고서’ 중 인권 기본원칙에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을 보장한다’고 적으며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을 ‘삼성전자가 존중하는 국제인권 기준’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여기에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결사의 자유 협약 87·98호)이 포함돼 있다. ‘인권헌장’ ‘인권원칙’ 등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대차와 엘지전자는 물론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에스케이(SK)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씨제이(CJ)도 지속가능보고서에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1년 이 협약을 비준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는 하청노조에 원청과 단체교섭 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해당 협약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한 예로 2012년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노동조합과 하청·파견노동자의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원청 기업 사이의 단체교섭은 항상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조직은 결사의 자유 협약을 해석해 회원국에 권고 등을 한다. 나아가 국제노동기구 협약·권고적용 전문가위원회도 2022년 21대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으며, 지난 3월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실을 언급하며 “(결사의 자유) 협약에 합치되도록 법 개정안을 지체 없이 채택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법원도 원청과의 단체교섭 권리를 하청노조에 보장하는 건 결사의 자유 협약에 부합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기업들이 그간 지속가능보고서에 ‘결사의 자유 협약’ 준수를 강조한 건 ‘인권 경영’을 표방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역 거래에서 실질적인 제약을 받을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경영적 판단이기도 하다. 한 예로 유럽연합은 국제노동기준 준수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급망 인권실사지침’을 2027년부터 시작한 이후 점차 그 범위를 유럽 밖 기업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결사의 자유 협약을 실질적으로 준수해야만 유럽 시장에 물건을 팔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사회책임투자(SRI) 일환으로 해당 협약 준수 여부를 따져 대출·출자를 결정하기도 한다. 목돈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도 국제노동기준 준수가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성희 엘-이에스지(L-ESG)평가연구원장은 “기업들이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면서 국제노동기준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 ‘레이버 워싱’(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서도 노동 친화적인 이미지를 홍보하거나 강조하는 행위)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유럽연합의 ‘공급망 인권실사지침’ 시행을 고려하면, 노란봉투법을 통해 하청노조와 교섭하며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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