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4·3 둘러싼 과제…‘기록관과 추가진상조사보고서’
[KBS 제주] [앵커]
KBS는 최근 4·3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과제를 살펴보는 기획 보도를 했는데요.
보도 이후 제주도가 4·3 역사공간에 대한 대대적 정비에 나섰다고 합니다.
직접 취재한 안서연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 기자, 사실 4·3 평화기념관은 많이들 알지만 다른 기념관들은 있는지도 모르는 분도 많으셨을텐데요.
이곳들 모두 유족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앞서 영상에서 보셨던 기념공간 4곳 모두 제주도가 짓고, 유족회가 위탁받아 운영하는데요.
내부 콘텐츠는 4·3평화기념관과 크게 다르지 않고 지역별 아픔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앵커]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4·3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정비가 시급해보이는데, 제주도가 개선책을 나놨다면서요?
[기자]
네, 맞습니다.
제주도는 올해 22억 6천만 원을 투입해 4·3 기념공간 3곳의 전시물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단편적인 전시물 나열이 아닌 영상 콘텐츠와 미술작품 중심으로 개편해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만들겠단 방침입니다.
[앵커]
잘됐네요. 제주도가 4·3 기록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내실 있게 만들어질까요?
[기자]
저희가 기획 보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제주도는 국비 3백억 원을 확보해 2030년까지 새로운 4·3기록관을 짓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실 공간만 짓는게 다가 아니라는 건 앞선 지적에서도 느끼셨을겁니다.
공간에 무얼 담을지부터, 자료를 어떻게 보관하고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인력도 뒷받침돼야 하는데요.
현재 4·3평화기념관만 보더라도 전문 학예사는 1명뿐인데다, 기록 관리사는 없습니다.
더욱이 기록관을 짓는다 해도 수형인명부 등 국가기록원 자료를 이관해 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요.
관련법상 국가 기록은 다른 기관으로 옮길 수 없다 보니, 4·3을 중심으로 제주 근현대사를 묶어서 국가기록원 제주분원을 유치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우선 기본계획을 세우기 위해 정부에 2억 원의 용역비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4·3 가치 전승과 세계화를 위한 여정에 있어서 기록관은 어떤 역할을 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역할에 대한 고민부터 필요하단 말이 참 공감가네요.
안 기자, 4·3 추가진상조사보고서를 놓고도 말들이 많더라고요?
이 내용도 취재하고 있죠?
[기자]
네, 정부 차원의 4·3 추가진상조사보고서 초안이 22년 만에 나왔단 소식 지난달에 전해드렸는데요.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4·3평화재단이 초안을 작성해 행안부에 제출하기까지, 4·3위원회 분과위원들이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는 겁니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였던 조사기간은 분과위원들의 동의를 거쳐 올해 6월까지로 연장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분과위원들은 가능한 한 올해 2월까지 마무리해 검토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과거 첫 진상조사 과정에선 보고서 초안이 나오기까지 12차례나 사전 논의를 가진 것과는 비교가 되는 건데요.
이에 대해 평화재단은 보고서를 잘 만들려다 보니 기간이 빠듯했다면서, 사전 논의를 거치지 못한 것에 대해 분과위원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앵커]
그럼 이게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건가요?
[기자]
행안부에서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법적으론 문제없다고 바라봤는데요.
제출 기한인 6월 30일까지 보고서 초안을 제출한 만큼, 이제부터 사전심의 하면 된다는 겁니다.
특별법상 처리 절차를 보면, 분과위가 사전심의를 한 뒤 중앙위가 분과위의 의견을 토대로 심의 의결하게 돼 있는데요.
이 사전심의라는 게 어느 시점에 해야 하는지 명확히 규정돼 있는 게 아닌 만큼,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논의로 수정 보완을 할 수 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논란이 된 또 다른 이유는 뭔가요?
[기자]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은 당초 7명으로 구성됐지만 3명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현재는 4명입니다.
이 가운데 2명을 위원에서 제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명은 조사기관의 장을 맡고 있는 4·3평화재단 이사장이고, 다른 한 명은 조사를 수행한 연구원의 가족이다 보니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인데요.
4·3특볍법 시행령을 보면, 위원이나 그 배우자가 해당 안건의 당사자가 될 경우 위원 제척 사유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해당 안건'이 무엇인지 주목해야 하는데요.
한 분과위원은 보고서 자체가 심의 안건이기 때문에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보고서에 담긴 희생자나 유족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안건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이런 논란에 대해 분과위원장은 그동안 조사 과정에선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다가, 석달 뒤면 임기가 끝나는 지금에서야 문제 삼을 부분은 아니라고 바라봤습니다.
행안부는 이 위원 제척 사유 조항이 보상금 지급으로 인한 이해관계를 배척하기 위해 2022년 신설됐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선 이익을 얻는 희생자나 유족이 아닌 이상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제척 사유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계속 나오면서, 결국 행안부는 법제처의 해석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앵커]
조사기관장이 직접 조사한 내용을 심의한다는 게 우려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동안 전혀 문제 삼지 않다가 심의를 코앞에 두고 논란이 되는 게 안타깝네요.
[기자]
네, 저도 그 대목이 많이 아쉬운데요.
아무래도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4·3추가진상조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국무총리실 산하 4·3위원회의 민간위원 17명 가운데 11명이나 임기가 끝났지만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방치됐습니다.
무엇보다 재단 측에서 분과위원들과 의견을 나누지 않은 것도 현재의 우려를 키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사장이 분과위원을 맡고 있는 만큼 다른 분과위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큽니다.
[앵커]
그럼 이제 어떻게 심의가 이뤄지게 되는 건가요?
[기자]
지난달 22일 보고서 초안 제출 이후 첫 분과위 회의가 열렸는데요.
보고서 초안에 대한 사전심의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아무 성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긴 논의 끝에 사전심의 절차와 방법에 대한 의견을 모았는데요.
석학 이상으로 구성된 검토위원회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 이상 자문을 받아 분과위원회에 보고하면, 위원들이 의견을 첨삭하는 방식으로 사전심의 하기로 했습니다.
검토위원들로는 서울에 있는 역사학자 2명과 제주의 4·3전문가 3명 등 5명이 거론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시일이 더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심의 기간은 충분한가요?
[기자]
시일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행안부는 오는 12월까지 국회 보고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만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행안부는 또 이달 내로 결원이 된 4·3중앙위원 위촉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되면 현재 공석인 분과위원 3명도 채워집니다.
이번에 취재를 하면서 안타까웠던 게 있는데요.
추가진상조사보고서 발간이라는 게 4·3의 진실을 바로 잡는 것을 넘어, 화해와 평화, 그리고 인권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최근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그 본래의 의미가 흐려지는 건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 필요한 건 진실 규명과 화해라는 대의 아래에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네, 이제 막 사전심의가 시작된 만큼 앞으로도 취재할 게 많아 보이는데요.
정부의 공식 보고서로 채택되기까지 잘 취재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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