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 국방장관에 대한 기대와 오해 [세상읽기]


김정섭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월25일 취임했다. 64년 만에 등장한 문민 장관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작지 않다. 전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군복을 갓 벗은 예비역이 국방부 수장을 맡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국 역시 건국 이래 조지 마셜, 제임스 매티스, 로이드 오스틴처럼 군 출신이 국방장관에 임명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무력을 보유한 군대를 선출된 민간 권력이 지도하고 감독해야 한다는 문민통제 원칙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문민 국방장관의 등장을 계기로, 더 건강한 민군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길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문민 장관의 리더십 아래, 우리 군이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고, 육해공군의 합동성이 강화되어 총체적 국방력이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방대한 인력과 예산을 관리하는 최고경영자로서의 역할, 인공지능(AI) 시대의 미래 국방 비전 제시, 그리고 ‘트럼프발’ 동맹 도전을 헤쳐나가는 외교·안보적 안목 역시 문민 장관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동시에, 문민 장관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 몇가지 오해가 존재하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국방장관이 보유한 군령권을 떼어내어 합참의장에게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군사력을 건설·유지하는 양병(養兵) 개념의 군정권은 장관이 행사하되, 군을 작전·지휘하는 용병(用兵)인 군령권은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왕적 국방장관이 그동안 군정과 군령, 두 권한을 모두 장악한 탓에, 합참의장 이하 군의 역할이 위축되어왔다는 게 군령권 조정론의 논거다. 또한 북한 오물 풍선의 원점 타격 지시나 평양 무인기 침투 등도 국방장관의 과도한 군령권 행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 나라에서 국방장관이 군령권을 갖고 있지 않은 반면, 한국의 국군조직법만이 장관에게 군령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군령권은 군에 위임하고, 문민 장관은 정책과 행정 등 군정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외국 사례나 한국군 지휘체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다. 군을 움직이는 군령권은 군 통수권의 일부로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대통령이나 총리 등 최고 통수권자에게 귀속된다. 국방장관은 군 통수권자의 명령이 하달되는 지휘계통(operational chain of command) 선상에 위치함으로써 군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할 뿐이다. 이 점은 한국이나 외국 사례가 다르지 않다. 한국 국방장관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명을 받아” 합참의장과 각 군 총장을 지휘·감독하는 것이며, 미국 연방법전도 군의 지휘체계가 대통령-국방장관-전투사령관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 국방장관에게는 없는 군령권이 한국 장관에게만 주어져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해석이다.
국방부 장관의 군정·군령 통할은 한국만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단지 군 내부적으로 군정과 군령이 어떻게 배분되는지에 따라 3군 병립, 통합군, 합동군 등으로 나라별 군제가 달라질 뿐이다. 특히, 무력의 이동과 사용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군에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은 문민통제 정신에 위배된다. 군을 육성하는 양병뿐 아니라 군을 지휘하는 용병에도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져야 하며, 바로 그 때문에 문민 국방장관의 존재 의미가 있는 것이다. 천황에게만 복종하고 내각의 통제를 벗어남으로써 군국주의로 폭주했던 태평양전쟁기 일본군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표적 사례다.
오랜 기간 예비역 장성이 장관직을 맡으면서 합참의장의 군령 보좌 역할이 위축되어왔던 게 사실이다. 이제 문민 장관의 등장으로 합참의장과 군 지휘관의 군사적 조언에 자연스럽게 무게가 실리고, 장관은 본연의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방장관의 군령권 배제’로 논의가 번지는 건 지나치며 바람직하지 않다. ‘민은 군정, 군은 군령’과 같은 경직된 역할 분담론은 문민통제에 반하며 한국의 민군 관계를 후퇴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군사 문제는, 그것이 양병이든 용병이든, 우리 공동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문민 국방장관 시대를 맞아, 군 본연의 임무를 존중하면서도 적절한 지도·감독이 작동하는 성숙한 민군 관계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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