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부조리 사이, 예술로 성찰하는 인간 존재

최명진 기자 2025. 8. 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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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 집 주최 ‘아침놀’ 전시 리뷰]
복합문화공간 김냇과서 15명 작가 65점 선봬
참여형 설치작부터 회화·미디어까지 전관 구성

사진 위로부터 지하층 ‘오늘도 비가’, 1층 ‘길 위에서’, 2층 ‘그럼에도’ 섹션 전시 전경

광주 동구의 오래된 골목에 예술의 붉은 기운이 스며들었다. 복합문화공간 ‘김냇과’에서 열리는 전시 ‘아침놀’이 오는 9월15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 ‘아침놀’은 해가 떠오르기 직전 하늘이 붉게 물드는 순간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과 삶을 예술로 드러내고자 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5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예술공간 집이 주최하고 독립기획자 양초롱이 기획을 맡았다.

인구감소지역인 광주 동구의 문화 공간 ‘김냇과’ 전관을 활용해 지역성과 예술 실천의 관계를 민간 주도로 풀어낸 기획전이다. 특히 참여 작가 대다수가 이번 전시를 위해 신작을 제작해 출품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시에는 총 15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입체,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65점을 선보인다. 동시대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은 결과물이다.

전시는 건물의 지하 1층부터 2층까지를 3개 섹션으로 나눴다.

지하 공간 ‘오늘도 비가’ 섹션은 박정용의 산업 폐자재를 활용한 설치 작업, 이연숙의 체험형 석고 설치, 유지원의 조형 작업, 권세진·하승완의 회화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이연숙 작가의 체험형 석고 설치작품은 관람객이 발로 밟고 지나가며 작품에 직접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구성돼 강한 인상을 남긴다. 부서진 기억과 감정, 회복 불가능한 상처의 이미지를 물리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이 작품은 전시의 메시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전하는 작업 중 하나다.

박정용 작가는 철판 껍데기와 폐자재 등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에어컨 파이프와 목화를 결합한 설치 작업은 ‘어머니의 숨’이라는 주제로 생명과 죽음을 떠올려 보게 한다. 산업 폐기물이 다시 생명의 상징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조형적으로 풀어낸다.

1층 ‘길 위에서’ 섹션에선 김영진의 유리컵 사진 작업을 시작으로 박우인의 회화 연작, 김자이의 섬유 설치, 정승원의 판화 작업 등이 전시된다.

이 중 김자이의 작품은 천과 뜨개질 도구를 활용해 관람객이 직접 실을 엮어가는 참여형 구조로 설계돼 노동과 치유, 공동체의 의미를 함께 환기한다.

박우인의 회화는 울타리를 넘어서며 되돌아보는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는 구성을 통해 삶의 궤적과 불확실한 전환의 순간을 직관적으로 묘사한다.

2층 ‘그럼에도’ 섹션은 하루.K의 회화, 신호윤의 설치, 박치호의 신작 회화, 이인성의 회화, 임용현의 미디어아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호윤은 언어의 폭력성과 소통의 부재를 주제로 수화의 제스처를 모티브로 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말이라는 행위가 지닌 상처와 오해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수어의 물성과 조형성을 통해 새로운 언어적 감각을 제시한다.

또한 하루.K는 신화적 이미지와 이상향에 관한 상상력을 결합한 회화 작업을 선보이며, 박치호는 신체를 통해 사회와 인간 존재를 상징적으로 조명한다.

양초롱 기획자는 “이번 전시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조명하고자 했다”며 “삶의 반복과 단절, 감각의 파편 속에서 ‘문득’ 마주하는 어떤 깨달음의 순간이 관람자 각자의 방식으로 떠오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 기간 동안 전시 도슨트 프로그램은 매주 수·목·금·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운영되며, 주민참여 프로그램도 총 8회 열린다.

특히 김영진·김자이·정승원 작가가 진행하는 체험형 수업은 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넓히는 시도다. 오는 9월13일 동구 미로센터에서는 ‘부조리, 삶과 맞닿아 있는 예술’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예정돼 있다. 전시 관련 문의는 예술공간 집(062-233-3342)으로 하면 된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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