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여름, 연꽃 향기로 물들다
청초한 아름다움 가득 경주 동궁·월지 연꽃단지
문화유산 인접 ‘자연·역사 유적 잇는 푸른 산책로’
연꽃 만개 구미 지산샛강, 도심 속 힐링 명소 우뚝
4계절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 체험 할수 있어
고요한 수면 위에 연꽃 피워 올리는 김천 연화지
해마다 다른 색감·분위기 자아내… 올해는 분홍빛
청도 9경 중 제7경으로 꼽히는 유호연지 ‘주목’
연꽃 감상할 수 있는 둘레길… 산책·사진 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선조들의 풍류 살아 숨쉬는
울진 연호공원, 생태적 변화로 연꽃 보기 어려웠으나
郡·사회단체의 연꽃 복원 노력으로 다시 꽃 피워

△경주 동궁과 월지 연꽃단지, 천년 역사와 자연의 어우러짐
무더운 여름날에도 청초한 아름다움과 생명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주 동궁과 월지 인근 연꽃단지는 신라 천년의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이곳은 동궁과 월지 공영주차장 인근에 자리해 접근성이 뛰어나며, 입장료 없이 넓은 연못과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다. 일부 구간에 공사 펜스가 설치되어 있으나, 주요 산책로 대부분은 개방돼 있어 2025년 연꽃 감상에는 큰 불편이 없다. 연못 위 나무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갓 피어난 연꽃들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어 자연과 더욱 가까워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일부 공사 구간이 있지만 주요 산책로는 개방돼 있어 연꽃 절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 연꽃단지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위치다. 국립경주박물관, 동궁과월지, 반월성, 첨성대, 계림, 대릉원 등 경주의 주요 문화유산과 인접해 있어 산책만으로도 신라 천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자연과 역사 유적을 잇는 '푸른 산책로' 역할을 하며, 방문객들에게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한 휴식처가 된다.
현재 연꽃은 절정을 이루고 있으며, 아침 해가 뜨는 시간이나 해질 무렵 선선한 바람이 부는 때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산책하며 연꽃의 청초함과 생기를 온전히 느끼기에 최적의 순간이며, 사진 촬영에도 빛이 부드럽게 퍼지는 이 시간대가 적합하다.

△구미 지산샛강 연밭, 여름 정취 가득한 생태휴식처로 인기
한여름 절정의 계절, 구미 지산샛강 생태공원이 연꽃 만개로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산샛강 연밭은 도심 속 자연 생태 공간으로, 매년 여름 연꽃이 장관을 이루며 도심 속 힐링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지산샛강은 낙동강과 가까운 하천변에 조성된 습지형 생태공원으로, 연꽃을 비롯해 다양한 수생식물과 철새들이 어우러지는 도심 속 생태계의 보고다. 이곳의 연밭은 7월 중순부터 8월 초순까지가 절정으로, 활짝 핀 연꽃 사이로 물안개와 햇살이 어우러지며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 이른 아침이면 카메라를 든 사진 애호가들과 함께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연꽃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며 자연의 평온함을 만끽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공원은 벚꽃길, 황토 맨발길, 데크 산책로 등 총 3.4km에 이르는 순환 코스를 갖추고 있어 사계절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나무 그늘이 많아 걷기 좋고, 연못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특히 인기 있는 산책 코스다.
구미시를 찾은 관광객 김모 씨(여·65)는 "지산샛강은 연꽃이 만개하는 여름철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자연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다"며 "도심 속에서 이렇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연밭 인근에는 쉼터와 전망데크도 잘 정비돼 있어 잠시 머물며 자연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김천 연화지, 연밥 익고 향기 절정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김천 연화지는 고요한 수면 위에 연꽃을 피워 올리며 시민과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연꽃은 지금이 절정이다. 연분홍과 흰색 꽃잎이 고요히 펼쳐지고,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몽우리는 연밥을 품고 무르익고 있다. 이미 꽃이 진 자리엔 푸른 연밥이 맺혀 자연의 순환을 보여준다. 연화지는 해마다 다른 색감과 분위기를 자아내며, 올해는 특히 선명한 분홍빛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연화지는 김천 시민들에겐 익숙한 산책 코스이자 드라이브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봄에는 벚꽃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엔 연꽃이 핀다. 낮에는 연잎이 만든 그늘 아래서 더위를 식히는 이들이 많고, 저녁이면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걷는 풍경이 익숙하다.
연꽃은 관상용으로도 아름답지만, 식용 가치도 높다. 연잎은 찰밥을 찌는 데 쓰이고, 연뿌리는 조림이나 물김치로 이용되며, 익은 연밥은 고소한 맛으로 인기를 끈다. 중국 명나라 시대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은 "연은 뿌리, 줄기, 잎, 꽃, 씨 모두 약이 되며 음식으로도 쓰인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연잎밥, 연근조림, 연자죽, 연잎차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되며, 특히 연잎에 찐 밥은 '약밥' 또는 '건강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연꽃은 관상용 식물을 넘어 의학적·영양학적 가치가 높은 식물로서, 오늘날에도 자연친화적인 식문화와 건강 식단 구성에 중요한 소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도 유호연지, 여름 연꽃 산책 명소로 인기
청도군 화양읍 유등리에 위치한 유호연지가 여름 연꽃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둘레 600m, 수심 약 2m 규모의 연못으로, 청도 9경 중 제7경으로 꼽힌다. '신라지' 또는 '유호연지'로도 불리며, 연꽃이 만개하는 7월 중순부터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
유호연지에는 연꽃을 감상할 수 있는 둘레길이 잘 조성돼 있어, 산책과 함께 사진 촬영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현재 연밭에는 개화한 꽃과 함께 꽃봉오리, 연밥 등이 어우러져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의 연꽃은 주로 '홍련' 품종으로, 붉은빛이 도는 꽃잎이 특징이다.
유호연지는 조선시대 성리학자 이육(李陸)이 무오사화 이후 이곳에 은거하며 연을 심고 정자를 세운 데서 유래한다. 이육은 "연은 꽃 중의 군자"라며, 연못 위에 정자 '군자정'을 짓고 시를 짓고 제자를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현재도 군자정은 유호연지의 대표 구조물로 보존되어 있다.




△울진 연호공원, 연꽃으로 피어나는 역사와 쉼의 풍경
여름이면 어김없이 연꽃이 만개하는 울진 연호공원이 군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울진읍 연지리에 위치한 연호공원 내 연호 호수는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화사한 연꽃이 수면을 가득 채우며 장관을 연출한다.
연호공원은 본래 '연호정'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울진군지』에 따르면, 1815년(조선 순조 15년) '향원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졌고, 이후 1922년 7월 당시 군수였던 이기원이 옛 동헌의 객사 건물을 옮겨 세우며 '연호정'으로 개칭했다.
과거 연호 호수 주변은 선비와 시인, 묵객들의 사랑을 받던 명소였다. 연꽃이 만개한 호숫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시를 읊으며 연꽃놀이를 즐겼고, 새벽녘에는 '퍽'하고 터지는 연꽃 봉우리의 개화 소리를 들으며 밤을 마무리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이처럼 연호정과 연호 호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선조들의 풍류가 살아 숨 쉬는 장소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호사다마(好事多魔)의 그림자도 드리웠다. 오랜 시간 토사가 유입되고 마름풀이 무성해지면서, 호수는 점차 생태적 변화를 겪었다. 연잎은 왕성하게 자랐지만 정작 연꽃은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연꽃의 명소였던 연호 호수는 그 빛을 잃어갔다.
이에 울진군과 여러 사회단체들이 연꽃 복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연꽃 식재와 생태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이 이어졌지만, 연꽃은 쉽게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1990년, 울진군은 호수 주변의 정화 작업을 시작으로 야외공연장과 산책로를 조성해 연호공원을 다시 군민의 쉼터로 탈바꿈시켰다.
그 노력의 결실일까. 최근 연호 호수에는 다시 연꽃이 피기 시작했다. 완연한 회복은 아니지만, 연호정과 어우러진 연꽃 풍경은 과거의 낭만을 떠올리게 하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연호공원은 울진의 역사와 자연이 깃든 대표 명소로, 연꽃 복원을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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