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청래, 세제개편 역풍에 ‘반기업법’ 살라미 전술로 우회

윤선영 2025. 8. 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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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의장 주재 여야 오찬서 합의
與 “야당도 방송법 먼저 요청”
반기업 프레임·민심악화에 조정
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회의 진행을 지켜보다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뜻하지 않은 복병이 나타났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반기업법’으로 몰린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처리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4일 본회의에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먼저 올렸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예고에 더해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개미 투자자의 반발과 반기업 프레임 부담이 겹치자 전략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 요구를 받아들여 비쟁점 법안 15건을 먼저 처리한 뒤 방송 3법 중 하나인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107인 명의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신동욱 의원이 오후 4시쯤 첫 발언자로 나섰다.


민주당은 당초 단일 법안인 상법 2차 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을 우선 처리할 것으로 관측됐다. 방송 3법은 패키지 법안인 만큼 처리를 8월로 순연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노란봉투법의 신속한 추진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방송3법 중 하나인 방송법 개정안을 우선 상정했다. 나머지 방송 관련 법안과 상법 2차 개정안, 노란봉투법은 등은 8월 임시국회에서 순차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방송 3법을 우선 처리하기로 결정한 것은 ‘강력한 개혁 리더십’을 앞세워 당대표로 선출된 정청래 신임 민주당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추석 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전면 저지를 예고하면서 ‘살라미 전술’로 일정을 분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도 있다.

야당의 요청도 있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우 의장 주재 여야 원내지도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도 방송법을 먼저 하자는 요청이 있어 양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이 법안의 상정 순서를 변경한 결정적 배경에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의 후폭풍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여당이 지난달 31일 법인세·증권거래세 인상과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 하향 조정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주식 시장은 급락하고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은 확산하고 있다. 이 여파로 국민의힘이 반기업이라며 맹공을 펼치고 있는 상법 2차 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의 처리를 강행하기에는 민주당에 정치적 부담이 뒤따랐을 것이란 해석이다. 입법 강행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의식해 순서만 뒤로 미루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7월 임시국회는 5일 종료된다. 국회법을 보면 필리버스터는 개시 후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 의원 5분의 3의 찬성으로 종료시킬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7월 임시국회에서는 방송법 개정안밖에 처리하지 못하고 2차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나머지 쟁점 법안의 경우 8월 임시국회로 미룰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여름휴가 등의 일정으로 8월 본회의가 오는 21일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경 노선은 이어가면서도 오는 21일까지 악화한 여론이 가라앉길 바라면서 시간을 두고 정국을 운영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전략에 대응하는 동시에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전략을 바꿨을 뿐 쟁점 법안들의 입법 강행 의지는 굽히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국회에서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본회의에서 당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민생 개혁 입법들을 상정한다”며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검찰·언론·사법개혁 중의 하나인 언론개혁에 관련한 방송 3법을 맨 앞에 상정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 상법 2차 개정안, 양곡관리법, 농안법 등은 국민의 삶을 지킬 안전장치”라며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출발점이고 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에 다시 시동을 걸 오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선영 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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