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칼럼] ‘야누스의 두 얼굴’ 부동산 시장가격을 보는 눈

2025. 8. 4. 18:2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지난 주말 조카 결혼식 참석차 지방 광역시 예식장을 가면서 만난 택시 운전기사는 강남 아파트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단골 화제가 부동산이나 주식이라더니 택시 안에서도 예외는 아니구나 싶었다. 택시 운전기사는 강남 아파트처럼 비싼 아파트를 사는 행위를 ‘투기’로 해석했다. 강남 아파트값이 어지간한 빌딩값과 맞먹을 정도이니 그런 인식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4㎡) 아파트가 70억원 넘게 거래되었다.

비싼 아파트를 매수해서 깔고 사는 게 본보기 삶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자체는 투기가 아니다. 투기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원금 손실을 무릅쓴 모험적 투자행위가 아닐까 싶다. 투기의 강도가 좀 더 심해지면 도박이 될 것이다. 가끔 정부의 개발 계획 정보를 빼내서 땅을 매입한 부동산 개발업자가 적발됐다는 뉴스를 본다. 사람들은 이 개발업자를 보고 투기했다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투기보다는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다.

많은 사람이 투기와 범죄를 구분하지 못한다. 아마도 사실적 접근을 하기보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강남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무모한 투기보다 합리적 투자행위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다른 지역보다 더 차별적 상승을 해왔기 때문이다. 강남 불패는 여전히 신화를 넘어 냉엄한 현실이다.

부인하든, 긍정하든 우리는 ‘주거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집은 단순한 삶의 안식처를 넘어 집안의 가장 큰 재화이자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신분재이다.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아파트는 수시로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진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시장질서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뭔가 정의롭거나 공정하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왜곡되고 조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당위에 근거한 집값 하락론이나 음모론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리라.

지방 광역시의 택시 운전기사는 “이곳에서도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젊은 세대가 절망하고 있다. 7억~8억원 하는 비싼 아파트를 사줄 수요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기에는 아파트값이 3억~4억원이면 적당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아파트 시장에 대해서도 비관적이었다. “딸이 경기도 신도시에 사는 데 그곳도 10억원이나 하더군요. 아파트값이 거품이니 팔라고 했죠. 그 돈으로 편히 살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을 듣다가 같은 자식을 둔 부모 처지에서 일부 공감이 되었다. 하지만 겉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시장 논리를 이탈한 비현실적인 전망이 될 수도 있다. 시장은 수요자와 공급자와 만나 물건을 거래하는 장소다. 시장 가격은 한 개인의 일방적인 기대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은 양측이 서로 합의한 가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은 당위나 도덕보다는 자본 욕망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그럴듯한 명분이나 감정으로 가격을 전망하면, 누구에겐가 공감을 얻을 수 있으나 결과는 틀리기 쉽다. 소망적 사고도 위험하지만, 당위적 사고도 비현실적이다. 시장에선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수요자와 그 구매력에 의해 가격이 형성된다. 그래서 댓글을 보고 시장을 판단하면 엉뚱한 전망이 되기에 십상이다.

시장 가격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참 어려운 일이다. 시장은 야누스의 두 얼굴이다. 평상시에는 집단지성, 불안할 때는 비이성적 집합체가 된다. 평상시에 지능은 3만, 공포와 광기 때는 30으로 뚝 떨어지는 것 같다. 비이성적 과열상태라면 그 가격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평상시라면 그 가격을 받아들이는 게 낫지 않을까. 시장이 나보다 더 똑똑할 수 있으니까. 개인 감정을 내려놓고 시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 그게 부동산 흐름을 읽는 핵심이다.

택시 운전기사의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시장질서는 무시할 수 없지만 집은 가격을 떠나 사는 공간으로써 참다운 가치를 지녀야 하며, 그 가치가 자본에 의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 모든 게 단지, 나 혼자만의 상념인 걸까.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