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란특검 노상원 첫 조사, 수첩 속 ‘북풍·참살’ 실체 밝혀야

조은석 내란사건 특별검사팀이 국군정보사령관 출신 민간인 신분으로 12·3 내란에 가담한 노상원씨를 4일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일단 내란방조 혐의의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지만,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적힌 북풍공작 및 야당·시민단체·언론계·종교계 인사 참살 구상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동안 특검팀은 ‘노상원 조사 전담팀’을 구성해 무속인 이모씨 등 노씨 주변 인물들을 조사해왔다.
노씨는 계엄군의 중앙선관위 난입을 기획·실행한 인물이다. 이른바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을 만들어 단장을 맡으려 했다. ‘계엄 기획자’로 불리는 데서 보듯 현재까지 드러난 것보다 훨씬 깊숙이 내란 기획·실행에 개입한 걸로 추정된다. 앞서 노씨를 수사한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문건’ 등을 노씨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진위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노씨가 경호처에서 지급받아 사용한 비화폰 기록은 비상계엄 이틀 뒤 삭제됐다.
노씨 수사의 핵심은 ‘노상원 수첩’의 실체 확인이다. 경찰이 압수한 이 수첩에는 야당·언론계·법조계·교육계·종교계·체육계·문화계 인사 등 500여명을 체포·수용·살해하려는 구상이 적혀 있다. “무엇을 내어줄 것이고 (북한) 접촉 시 보안대책” “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 등 북풍공작을 획책한 걸로 의심되는 대목도 곳곳에 보인다. “헌법, 법 개정” “3선 집권 구상 방안” 등 비상계엄의 목적이 장기집권임을 시사하는 문구도 있다. 노씨 메모 중 일부 ‘수거 대상’ 명단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거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에게 전달됐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려고 평양에 무인기 침투를 지시한 정황도 구체화되고 있다. 수첩에 적힌 북풍공작과 반대세력 참살 구상을 노씨 개인의 망상으로만 치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씨 측 변호인은 이날 특검팀에 “외환 혐의에 대해서는 어떤 진술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무언가를 숨기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특검팀은 집요하게 파고들어 노씨 역할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윤석열 일당의 내란·외환 혐의 전모를 밝힐 수 있다. 이것이 수사의 본류이고, 수사 성패 또한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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