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꽁꽁 얼어붙은 ‘대학생 창업’…SKY·카이스트는 ‘무풍지대’

김송현 기자(kim.songhyun@mk.co.kr) 2025. 8. 4. 18: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창업, 코로나19 이후 첫 감소에도
SKY·KAIST 등 주요 대학은 오히려 ‘급증’
투자자 신중해지고, AI 등 딥테크 주목받자
트랙레코드·창업인프라 뛰어난 대학 인기
“대학은 산업 발전의 초석…균형 맞춰야”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전국 대학가의 창업 열기가 식어가는 가운데, 서울대·연세대·고려대(SKY)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주요 대학에서는 오히려 학생 창업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학 창업 생태계가 양극화를 막기 위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국 대학별 창업지원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에서 설립된 학생 스타트업 수는 총 1860개로 전년 대비 7.0% 감소했다. 대학생 창업 수가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대학 내 활동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2021년 이후 처음이다. 2022년 1618개에서 2023년 2000개로 23.6% 급증했던 창업 열풍이 1년 만에 꺾인 셈이다.

학생 창업자 수도 감소했다. 지난해 대학생 창업자 수는 1997명으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2022년 1748명에서 2022년 2137명으로 24.4% 증가했던 것과 대비된다.

투자 위축·지원 감소…‘빙하기’ 온 학생 창업
대학생 창업이 감소한 것은 경기 둔화와 투자 심리 위축의 영향이 대학가에 뒤늦게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은 지난 2021년부터 조금씩 얼어붙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글로벌 경기둔화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압박에 시달리며 벤처캐피탈(VC) 등 스타트업 투자가 위축돼서다.

대학생 창업은 정부와 대학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특성상, 이 같이 위축된 시장 상황을 다소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대다수 학생 스타트업의 주요 자금줄은 VC 등 민간의 재무적 투자가 아닌 정부나 대학의 지원금”이라며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일반 스타트업들보다 시장의 부정적인 영향을 몇박자 늦게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몇년간 정부의 창업지원 사업이 축소되며 대학가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극초기 단계에 접어든 창업자에게 사업화 자금과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창업패키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은 예비 또는 초기 스타트업 비율이 높은 대학생 스타트업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관련 예산이 급감하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의 수가 크게 줄었다. 예비창업패키지의 지원 기업 수는 2021년 1530개사에서 지난해 930개사로, 같은 기간 초기창업패키지 지원 기업 수는 900개사에서 590개사로 줄어들며 대학 창업 생태계가 위축됐다.

기술력·주목도 격차…주요 대학은 여전히 ‘봄’
이렇듯 대학 창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도 주요 대학에서는 되레 ‘역주행’하는 중이다. 지난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의 창업자 수는 총 205명으로 전년 대비 3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대학 창업자 수가 6.6%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세부적으로는 KAIST(53.8%), 고려대(50.0%), 서울대(44.1%), 연세대(11.3%) 순서로 창업자 수 증가율이 높았다.

이 같은 온도 차이가 발생한 이유로 크게 대학 창업시장의 △딥테크 기반 전환 △주요 대학에 대한 집중도 증가 △대학별 창업생태계 격차가 꼽힌다.

스타트업 시장의 창업 유망 분야가 딥테크로 전환되며 정밀한 기술력과 풍부한 인프라를 갖춘 주요 대학들이 주목받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던 플랫폼·콘텐츠 등 서비스 분야 창업에 대한 주목도가 줄어들고 AI, 반도체, 로보틱스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의 인기가 치솟으며 자연스럽게 ‘SKY’와 KAIST 등 기술 창업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갖춘 대학들이 ‘창업의 요람’으로 떠오른 것이다.

학생들과 예비창업자들이 지스트에서 개최된 창업 해커톤 대회에서 AI 관련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제공=지스트]
투자 시장이 위축되며 주요 대학 출신 창업자들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되기도 했다. 한 VC 관계자는 “대학생 창업의 경우 아이디어만큼 학생 개개인의 역량에 대한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상대적으로 ‘선배 창업자’가 많은 주요 대학 출신 창업자들에 눈이 더 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학마다 학생들의 창업을 뒷받침하는 환경에도 차이가 있다. 지방 소재 대학에서 로봇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 모씨(24)는 “창업에 필요한 조언이나 인력을 구하고 싶지만 학내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수도권이나 주요 대학을 위주로 운영되는 창업 프로그램과 네트워크 등에 참여하려 시간과 비용을 추가로 써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재도약을 위해선 전국 대학의 창업 생태계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학 스타트업을 향한 벤처투자의 위험가중치(RWA)를 하향 조정하는 등 방안이 제시된다. 이기대 센터장은 “학생 창업은 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연습이자 초석”이라며 “소수 대학을 중심으로 성과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다양한 대학이 창업을 통해 산업과 연구에 필요한 역량을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