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배임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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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로펌에 처음 입사했을 무렵에는 아직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많이 있었다.
잘 모르는 나라에 가서 회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나 이사를 맡게 되는 외국인은 당연히 걱정도 많았다.
어쨌든 배임죄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니 사례를 들어 전달했는데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논의가 충분하지 않으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에 대해서도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 보니 회사 이사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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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로펌에 처음 입사했을 무렵에는 아직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많이 있었다. 잘 모르는 나라에 가서 회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나 이사를 맡게 되는 외국인은 당연히 걱정도 많았다. 대표이사로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를 알려 달라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의 요청에 긴 메모를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대표이사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항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았다.
그러한 것들은 조문만 나열하면 되므로 별문제가 아닌데 마지막에 배임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 이를 쓰려고 하면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왜냐하면 배임죄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선배 변호사에게 왜 영어사전에 배임죄가 없느냐고 하니 씩 웃으면서 외국에는 배임죄가 없기 때문이라며, 학교 다닐 때 배임죄를 공부하면서 이상하다는 생각 안 해 봤느냐고 한다. 생각해 보니 교수님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고 한계가 애매한 범죄이니 판례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났다.
어쨌든 배임죄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니 사례를 들어 전달했는데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미국에서 주주대표소송으로 패소 판결을 받았는데, 이때 이사들이 그러한 불법행위를 함에 있어 고의가 있으면 한국에서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더니 매우 놀라워했다. 그러면 수사기관은 언제 수사를 하느냐는 질문에 고소·고발이 있어도 하고 언론 보도 등 수사 단서가 있으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도 있다고 하니 이사들의 의사 결정을 수사기관이 그렇게 들여다볼 수 있느냐며 당황스러워했다.
추가로 알면 좋은 것이 있느냐고 물어 한국은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같이 변호사의 비밀 유지 의무는 있으나 이를 비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실무상 인정되지 않아 대표님과 제가 나눈 논의도 수사기관이 볼 가능성이 있다고 첨언을 했더니 거의 기절을 하다시피 했다. 한국 사법 시스템의 수준이 놀랍다며 헌법상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무엇인지 물었다. 이러다 보니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이 되어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칠 수준에 이르렀다.
벌써 30년 전의 일인데 그사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판례가 점점 배임죄를 좁게 보는 경향이 있는 정도다. 지난 7월 22일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추가된 개정 상법이 공포됐다. 회사, 지배주주 및 소수주주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향후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직 논의가 충분하지 않으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에 대해서도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 보니 회사 이사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국가의 품격과 글로벌 스탠더드의 준수를 위해 이제는 배임죄를 없애는 것과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권(ACP)을 도입해 주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물론 배임과 관련된 수입이 상당한 로펌의 대표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도 배임일 수 있겠지만, 그냥 없애는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민사로 해결할 수 있게 좀 더 길을 넓히는 것도 함께하자는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마시라.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경영총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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