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운동’ 기리기, 수당이 최선입니까?

손경호기자 2025. 8. 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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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특별자치도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 수당을 지급하려고 한다. 일명 '동학혁명 수당'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9월 개정된 '전북특별자치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내년부터 유족에게 매달 10만원 혹은 연 단위 30~5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학농민운동은 1894년 조선 말기 농민들이 반봉건·반외세 운동을 벌인 대규모 민중봉기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횡포가 도화선이 되었는데, 전봉준을 중심으로 한 동학교도들이 들고 일어났다.

동학 농민군은 남접과 북접, 서포(또는 호서남접)의 세 갈래의 파벌이 있었다. 특히, 남접은 전라도 지역에서 일어났던 동학농민군으로 처음 거병했다. 남접은 전남·북도에 영향을 미쳤는데, 경북의 성주·칠곡군, 경상남도 하동군 지역도 남접의 세력권이었다.

이 사건은 세계적인 평가를 받는 훌륭한 혁명으로, 관련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따라서 수당 지급은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민중의 항쟁 정신을 기리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수당 지급이 동학혁명을 기리는 최선의 방법인지 의문이 크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보상의 기준'이다. 우선 대한민국 건국 이전의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대한민국 건국 이전의 사건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가 현금성 지원을 시작하는 것은 향후 유사 사례 남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삼국통일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건의 유족 수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등장하지 말란 법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급 대상의 객관성과 형평성이다.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지 130여 년이 지난 지금, 정확한 참여자 명단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문헌보다 구전으로 전해진 경우가 많아, 후손임을 증명하는 객관적 근거는 극히 희박하다. 최근까지도 독립운동 관련 허위 서훈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정책 역시 형식적인 서류만으로 지급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수당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은 전라북도 일부 지자체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동학농민운동은 전라도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었다. 충청, 경상 지역 등 전국으로 확산한 항쟁이었다. 특정 지역 후손만을 대상으로 한 지원은 다른 지역 참여자 후손들을 소외시키는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정책 의도는 이해하나, '현금 지급' 방식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단순한 현금 지급이 정치적 인기 영합 정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즉, 항쟁의 정신보다는 '경제적 보상'만 강조되면, 동학농민운동의 의미가 '이익 수단'으로 비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인기 영합성까지 의심받는다면 정책의 본래 취지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최근 열렸던 동학농민혁명 유가족 수당 관련 공청회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청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사건과의 차별 문제가 거론됐다. 이들 유족은 월 10만 원을 받는데, 동학농민혁명 유족에게는 연 50만 원을 지급하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역사를 서열화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논란 자체가, 보상의 방식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동학농민혁명은 단순한 무장봉기가 아닌, 우리 역사에서 민중 주체성과 자각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 가치를 기리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수당'이라는 방식으로 구현되는 것이 최선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역사를 돈으로 평가하기 시작하면, 결국 남는 것은 숫자뿐이다. 진정한 기념은 교육과 연구, 문화적 계승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동학의 외침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평등에 대한 '경고음'으로 남아야지, 수당 명세서의 한 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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