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보다 함께가 중요”…양육하는 아빠, 아이와 함께 자란다

남성 육아는 보호자로서 자연스러운 일
육아는 주말에만 하는 특별이벤트 아냐
경험 통해 양육 주체로 성장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부딪혀본다는 마인드 중요
13개월 딸을 양육하는 김민철씨의 하루는 요즘 돌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이의 식사를 챙기고 목욕을 시키는 것은 물론, 집안 청소와 요리 같은 살림살이도 그의 몫이다. 육아휴직을 내고 온전하게 가정과 아이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이면 육아휴직이 끝나지만, 직장으로 돌아간 후에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서툴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경험을 통해서 그는 오롯한 양육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육아는 엄마가 아닌 보호자 모두의 몫
한때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거나 아빠의 역할은 ‘도와주는 것’이면 충분하다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적극적으로 육아를 자신의 일로 인지하고, 가부장적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상을 반복하기보다는 아이와 소통하고 애착관계를 형성하려는 젊은 아빠들이 크게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 휴직자는 4만1829명으로 전체의 31.6%를 차지, 제도 시행 이래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지난 2015년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4872명(5.6%)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9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정부와 기업에서도 남성의 육아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및 제도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성의 육아 참여는 아이의 보호자이기 때문에 이뤄져야 할,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시에 아이의 성장에도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국 국립 아동발달연구소가 1968년부터 30여 년에 걸쳐 아동 및 청소년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회적으로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사람들에게서 ‘아빠와 교류가 많았다’는 공통점이 발견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아빠 효과’(Father Effect)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남성의 참여는 아이들이 성 역할에 대한 유연한 시각을 갖는 데도 기여한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집안일과 육아를 분담하는 모습을 보며 성별에 관계없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배우고,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육아는 아빠 자신을 위한 성장의 기회이자 충족감의 경험이다. 많은 남성들이 육아를 통해 감정 표현이 풍부해지고, 일상 속 자존감을 회복한다고 말한다. 가치자람 사회적협동조합 아빠육아문화연구소 김기탁 소장 역시 “아빠들의 육아 참여는 배우자와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아빠 스스로의 행복감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며 “육아 참여 후에 남성들이 느끼는 삶이나 가정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육아 참여의 긍정성을 말한다.
거창한 계획보다 일상 속 꾸준한 실천 중요
남성들의 육아 참여가 확산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고정관념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녹아 있다. 엄마의 육아 참여는 당연한 일이고, 아빠의 육아 참여는 칭찬받을 만한 대단한 일, 예외적인 일로 인식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남성들 역시 주도적으로 양육 책임감을 갖기보다, 스스로를 보조 양육자 포지션에 놓는 경우가 많다.
직장문화 역시 걸림돌이다. 대다수 남성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이나 관련 제도 사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2024년 3월 발표한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자 대상임에도 응답자의 71.0%는 육아휴직 신청을 하는 데 눈치가 보이거나 아예 신청이 어렵다고 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4년 발간한 ‘젠더 관점의 사회적 돌봄 재편 방안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를 둔 맞벌이 가구에서 여성이 감당하는 하루 평균 돌봄 시간은 11.69시간인데 비해 남성의 돌봄 시간은 4.71시간이었다. 똑같이 직장생활을 병행해도 여성이 감당하는 돌봄의 부담이 훨씬 큰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남성이 ‘이만하면 충분하다’ ‘나도 열심히 도와준다’ 같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결국 이는 아이와 제대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결과로 되돌아온다. 양육의 주체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주도적인 마음이다.
김기탁 소장은 “육아가 서툴다 보니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아빠들이 많은데,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아무 것도 모르는 건 당연하다”며 “배우고 노력하다 보면 해당 분야의 고수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육아 역시 마찬가지다.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부딪혀본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거창한 계획보다는 일상 속 작은 실천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육아는 주말에만 하는 특별 이벤트가 아니다. 일상에서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 아이 씻기기, 식사 준비 돕기, 등하원 돕기, 잠자리 준비하기, 장난감 정리 돕기 등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아이에게 아빠가 늘 가까이 있다는 안정감을 주며, 함께 육아를 하는 동반자의 육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효과도 크다.

아이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자세 가져야
양육을 할 때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김기탁 소장은 “아이 양육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과 경청이다. 아이의 욕구는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잘 관찰하고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풀 수 있고, 육아 난이도도 많이 달라진다.
놀이나 대화를 할 때 부모가 너무 이끌어 가려고 욕심을 내기보다는, 아이의 뜻을 존중하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가는 게 오히려 좋을 수 있다. 김기탁 소장은 “무엇을 ‘해준다’보다는 ‘함께 한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작은 이야기에도 진심으로 반응하며 소통하는 아빠는 아이에게 가장 든든한 지지자가 될 수 있다.
한국 사회 남성들은 특히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게 우선이다. 김기탁 소장은 “‘아빠가 오늘 많이 힘들었는데 ○○가 한번 안아주면 힘이 날 것 같아’ ‘○○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여서 웃는 거야’ 식으로 감정을 의식적으로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빠가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잘 표현하고 꺼내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 또한 자기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공동 양육자와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일이 중요하다. 육아는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엄마와 함께 아이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하고, 육아 방식에 대해 소통하며 역할과 분담을 명확히 하는 ‘팀플레이’를 해나가자. 서로의 육아 방식을 존중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부부관계 역시 더 돈독해질 수 있다.

아빠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다양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돕기 위한 교육과 지원도 다양하다.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보자. 전국 각 지역에 위치한 육아종합지원센터는 부모 교육, 놀이 프로그램, 상담 등 다양한 육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아빠들을 위한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도 수시로 진행한다.
일례로 울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는 신생아 자녀를 둔 초보 아빠와 예비 아빠를 대상으로 ‘초보아빠를 위한 육아의 기술 AtoZ'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8월 중 총 3회에 걸쳐 이수경 심리상담소 소장의 ‘좋은 아빠, 멋진 남편 되기' 강연, 이미화 베스트맘 대표의 ‘신생아 건강 및 안전관리' 교육, 김민서 베이비마사지 강사의 ‘베이비 마사지 실습' 등이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가 신청은 울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 ‘울아이랑’ 누리집(https://ulsan-i.or.kr)을 통해 진행되며, 원하는 회차를 선택해 개별 참여할 수 있다.
전국 곳곳 관련 기관에서도 아빠 육아를 위한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다. 경북 안동시가족센터는 여름방학을 맞아 ‘우리동네 아빠교실'을 운영하는데, 예비 아빠부터 영유아·초등학생 자녀를 둔 아빠들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실전 육아 교육과 놀이 활동을 진행한다. 경북 영덕복지재단은 아빠들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 ‘우리 아빠는 뚝딱이'를 운영 중이다. 예비·초보 아빠들의 가사와 육아 참여를 유도하고 긍정적인 아버지 역할을 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집밥' ‘캠핑' ‘파티' 등 다양한 테마별 요리를 아빠가 직접 만들고 시식하는 실습 중심 수업으로 구성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100인의 아빠단'은 육아에 서툰 초보 아빠와 육아에 관심 많은 아빠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대표적인 아빠 모임이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임을 진행하며 농장 체험, 요리 만들기, 멘토링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보통 해마다 상반기에 모집을 시작한다.
‘아이사랑'(www.childcare.go.kr)과 같은 임신육아종합포털이나 다양한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를 활용해 육아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온라인 상담이나 오디오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로 육아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채널도 많으니 적극 활용해 보자. 굳이 남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도, 양육자라면 충분히 참여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다양하다.
박은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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