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구상’ 돌입한 李, 국내외 당면 과제는

이슬기 기자 2025. 8. 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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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닷새 간 휴가는 대미(對美) 협상을 위한 재충전 성격이 짙다. 오는 8일까지 경남 거제 저도에 머물면서, 통상 세부 내역 조율과 ‘안보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이달 내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휴가지에서도 관련 구상을 할 방침이다. 정권 초 허니문을 지나 실질적 성과로 평가받을 시점이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적으론 8·15 광복절 특별사면, 여성가족부 장관 등 남은 내각 인선도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고깃집에서 직원들과 퇴근길 외식을 하고 있다. /뉴스1이 대통령은 "소비 진작을 위해 저부터 외식을 많이 하겠다"고 강조하며 경기 활성화를 위한 실천 의지를 내비쳤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2/뉴스1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일부터 역대 대통령들의 하계 휴양지인 경남 거제 저도에 머물고 있다. 휴가 기간은 4일부터 8일까지다. 이 대통령은 이 기간 중 독서와 영화감상 등을 하면서 향후 정국 운영을 구상한다. 부속실과 경호 인력 등 최소 인원만 휴가지에 동행했다고 한다. 다만 집중호우 상황 등 주요 민생 현안은 수시로 보고를 받고 있다. 응급상황 발생시 국가위기관리센터와 화상회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뒀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휴가에서 복귀하는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이라는 최대 현안을 마주해야 한다.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대면일 뿐 아니라, 한미 간 큰 틀에서 합의한 통상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 주 양국이 ‘대미 투자 4500억달러(LNG 등 에너지 구매 1000억달러 포함)·상호관세 15%’를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지만 ▲구체적 투자 대상 ▲방식 ▲수익 분배 구조 모두 확정한 바가 없다. 협상 과정에서 기존 합의도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직접 투자, 美 맘대로” vs “대출이나 보증”

트럼프 대통령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해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대통령인 내가 직접 선택하는 투자”라고 했다. 또 대부분이 직접 투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주권 국가 간의 약속이고 돈을 대는 건데, 아무것도 지정하지 않고 돈을 댈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라고 했다. 특히 대규모 펀드에 자기자본이나 직접투자 비율은 높지 않고,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으로 이뤄질 것으로 봤다.

투자펀드 발생 수익 배분을 두고서도 이견이 크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투자 수익의 90%가 미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미국이 일본과 협정을 맺은 직후에도 같은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은 “정상적인 문명 국가에서는 어려운 일”이라며 미국 내에서 자본이 ‘재투자’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미 측 문서 원문에 적힌 ‘retain’의 정확한 의미를 추론하긴 어렵지만 “자본이 미국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는 뜻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농산물 완전 개방” vs “추가 개방 없다”

트럼프는 자동차와 트럭은 물론 미국산 농산품도 한국이 수용했다면서 ‘역사정 시장 개방’을 할 거라고 했다. 반대로 우리 정부는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와 백악관 대변인의 ‘완전 개방’ 발언은 “정치적 레토릭(수사)”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 실장은 대신 “농축산물 검역 철자의 단계를 줄이고, 좀 더 신속하게 해주는 정도의 기술적 논의는 있다”고 했다. 양국 간 농산물 검역 등 비관세 장벽 관련 세부 협의 절차가 남았다는 뜻이다.

이런 혼란은 구속력을 갖춘 조약·협정문조차 작성치 않은 ‘트럼프식 협상’의 결과다. 메모 형식의 ‘비망록’으로만 정리해 뒀다. 이 과정에서 양국 간 해석의 차이가 생겼다.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반박 입장을 냈지만, 백악관은 이후에도 상반되는 내용의 브리핑을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세부적 요건에서 서로의 이해, 인지하는 것이 좀 달랐다”라고 했다. 다만 미 측이 협상 당시 어떤 말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식 문서를 통해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방위비만 100억달러… ‘트럼프 청구서’ 온다

통상과는 별개로 안보 협상도 담판 지어야 한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동맹 현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한미동맹이 대북 억제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역할을 인도·태평양 지역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주한미군을 북한 억제에 더해 중국 견제에도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중국 견제’와 한국의 동참 여부를 압박할 수 있다. 정치적으론 친중(親中) 프레임을 불식시키는 과제와도 연결된다. 미·중 간 패권 전쟁 속에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방위비 분담금 등 국방비 인상도 주요 의제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 국방 예산은 약 61조원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약 2.3% 수준이다. 미국은 이를 5%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이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연 10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엔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있다”고 했었다. 우리 정부가 당초 제안했던 투자·구매·안보 등 ‘패키지 딜’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통상과는 별개로 회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與 흔드는 ‘조국’… 휴가 직후 특사 결정해야

국내 정치 이슈도 녹록지 않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광복절 특사’ 문제가 놓여있다. 범여권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특사 요구가 높아진 상태다. 특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인 만큼, 휴가에서 복귀한 이후 곧바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대통령실은 거리를 두고 있다. 입시 비리로 복역한 데다, 형기의 4분의1만 채웠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공정’과 배치된다. 국정 동력이 절실한 시기에 자칫 지지율 하락을 앞당길 우려도 있다. 그간 대통령실은 통상 협상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그 외 이슈는 대응을 미뤄왔다. 그러나 광복절을 앞두고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사면권 행사를 검토할 때가 됐다.

‘통합’을 공언한 이 대통령이 조 전 대표를 사면할 경우, 보수 진영에서도 상응할 만한 특사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내란·김건희 특검(특별검사)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조 전 대표가 복귀하면, 집권 2년차 지방선거에서 호남 내 경쟁이 불가피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까지는 전임자와 대비돼 국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일을 한다는 자체로도 평가받을 수 있던 시기”라면서 “이제는 실질적 성적표와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 전 대표 사면에 대해서도 “당장 윤석열 전 대통령 수사가 진행 중인 데다, 보수 쪽에서 균형을 맞춰 사면할 인물도 마땅치 않다”면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여론의 호불호가 극명하기 때문에 이 자체로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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