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처분에 막힌 부실기업 퇴출… 투자자만 거래 정지 피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법원이 번번이 뒤집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실기업 정리에 나선 금융당국의 의지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어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면 금융당국의 부실기업 퇴출 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신중한 심의와 판단을 거쳤다는 의미인데, 이 과정이 존중되지 않고 법원 판단으로 흐르게 되면 거래소가 수행해야 할 시장 정화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제 퇴출종목은 3분의 1에 불과
가처분·개선기간 받아 시간벌기
시장 정화력↓·불확실성↑ 우려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법원이 번번이 뒤집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실기업 정리에 나선 금융당국의 의지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효력정지 가처분이 남발되며 거래소의 전문성과 시장 정화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올해 상장폐지 최종심의 의사록 수는 3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13건에서 약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게재된 의사록 수(33건)보다도 많다.
이는 금융당국의 부실기업 퇴출 강화 기조 영향이다. 당국은 올해 1월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2028년부터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각각 500억원, 300억원 미달하는 기업을 퇴출하기로 했다. 기존 요건이던 코스피 50억원, 코스닥 40억원에서 대폭 상향했다.
그러나 정작 증시에서 퇴출당한 종목은 작년 연초부터 올해까지 21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상폐 최종 심의에 오른 회사는 총 70곳인 것을 고려하면 이 중 30%만 시장에서 퇴출당한 것이다. 이 외에 20곳이 상장 유지 결정 혹은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시간을 벌었고, 이 외에 29곳이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상폐를 일시적으로 막고 있다. 해당 가처분 신청은 상장폐지 결정에 불복한 기업이 법원에 상장폐지 절차의 집행을 잠정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임시 조치로, 본안 판결 확정 때까지 상장 폐지 절차가 중단된다.
최근 상장폐지된 △셀리버리 △한울BnC △청호ICT 등은 지난해 이미 상장폐지 심의 의사록이 게재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당시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상장을 일시적으로 유지했지만, 올해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결국 퇴출당했다. 이 가운데 △한송네오텍 △퀀타피아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비디아이 등은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고 절차를 밟고 있다.
상폐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법원으로 향하는 이유는 과거 ‘감마누(현 오늘이엔엠) 사례’ 영향이다.
감마누는 감사보고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지난 2018년 3월 주권거래가 정지됐다. 뒤이어 거래소는 같은 해 9월 감마누의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이후 2주간 정리매매 기간으로 지정했다. 정리매매 직전 6170원이었던 주가는 408원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감마누가 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고, 감마누가 낸 상장폐지 무효 소송도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서 2020년 8월 정상적으로 주식거래를 재개하게 됐다. 이 같은 판례가 생기자,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업들이 법원으로 찾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의 전문성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는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많은 자료와 정보를 축적하고 있으며, 심사 절차도 법원보다 훨씬 전문화돼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거나 기업이 항고를 거듭하며 상장폐지 결정을 지연시키는 일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시장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폐지와 관련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주체는 거래소”라며 “상장폐지 관련 사안은 거래소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만큼, 법원 판단보다 거래소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면 금융당국의 부실기업 퇴출 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신중한 심의와 판단을 거쳤다는 의미인데, 이 과정이 존중되지 않고 법원 판단으로 흐르게 되면 거래소가 수행해야 할 시장 정화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부실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당해야 자본시장이 장기적으로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투자자로선 상장폐지 절차가 중단됐다고 해서 리스크가 해소되는 게 아니며, 거래가 사실상 이뤄지기 어려운 상태로 빠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윤상 법률사무소 인평 대표변호사는 “거래소는 상장폐지 심사 절차를 간소화해 결정을 보다 신속히 내리고, 법원도 가처분 신청의 실질적인 사유를 엄격히 심사해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면 신속히 기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지연보다는 명확한 판단이 시장 안정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이폰 26대’ 몸에 붙인 20대…버스서 호흡곤란 숨져
- “뿌연 안경·우비 락스피릿”…한동훈, ‘펜타포트 락페’서 포착
- “안걸리겠지 했지만 징역형”…직업훈련생 허위 등록 3억 수급 덜미
- 가정폭력 당해 부친 살해 30대, 항소심서 감형 ‘징역 6년’
- “토트넘 떠난다”…손흥민이 직접 말했다
- ‘쓰레기 넘실’ 집안에 2살 아기 방치한 20대 엄마…소방대원, 창문 들어가 아기 구조
- “술 취해서 의사 폭행·위협”…응급의료 방해신고 3년간 37%↑
- [기획] 李 “산재사망 상습 기업, 수차례 공시해 주가 폭락하게”
- “5급 공무원 차량서 ‘수천만원 돈다발’”…긴급 체포
- ‘역삼동 마약운전’ 20대 체포…대낮에 전신주·담장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