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한겨레 2025. 8. 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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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에 태어나 1996년 세상을 떠난 엔도 슈사쿠는 일본의 전후파 즉 1950년대 전반에 두각을 드러낸 작가이며, 일본을 대표하는 기독교 작가다.

기독교 작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것은 아니었고, 열살 때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의 권유로 세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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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연재ㅣ우리 아이 고전 읽기</span>

박균호 |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1923년에 태어나 1996년 세상을 떠난 엔도 슈사쿠는 일본의 전후파 즉 1950년대 전반에 두각을 드러낸 작가이며, 일본을 대표하는 기독교 작가다. 기독교 작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것은 아니었고, 열살 때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의 권유로 세례를 받았다.

일본 최초의 전후 유학생으로 1950년부터 1953년까지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일본인으로서의 기독교관이 유럽인으로서의 기독교관과 충돌하면서 겪은 갈등의 상당 부분이 그의 대표작에 스며들었다.

‘깊은 강’(엔도 슈사쿠. 유숙자 번역. 민음사. 2007)은 비교적 쉬운 문체로 이소베, 기구치, 누마다, 미쓰코, 오쓰 등의 주요 인물들이 인도 여행을 하는 과정과 경험을 다룬 소설이다.

전반부는 주로 주요 인물들의 과거 행적과 인도 여행을 하게 된 계기를 다루며, 후반부는 본격적으로 인도 여행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오쓰는 맞지 않은 기독교라는 옷을 입은 작가 엔도 슈사쿠의 일본식 기독교관을 대변하는 분신이다. 오쓰가 경험한 유럽의 기독교는 유럽인의 기호에 맞게 가공된 것이니 동양인인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며 괴로워한다.

오쓰가 생각한 기독교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세상에는 여러 종교가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같은 곳으로 모이고 통하는 여러 가지 길이다.

동일한 목적지에 도착하는 한, 우리가 각각 다른 길을 여기저기 찾아 살펴서 가도 괜찮지 않는가? 이 말은 우리의 종교는 태어난 장소와 환경의 영향 속에서 받아들여진 것이기 때문에 어떤 한 종교가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거나 다른 종교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종교의 본질은 사랑의 실천과 구원에 있으니, 종교의 형식에 얽매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말한다. 따라서 기독교 신자인 오쓰가 죽어가는 인도인을 영원한 생명의 장소, 즉 갠지스강으로 옮겨주는 행위는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 오쓰가 생각하기에 만약 예수가 살아있다면 자신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허먼 멜빌이 ‘모비딕’에서 말한 종교관도 정확히 엔도 슈사쿠가 ‘깊은 강’에서 주장한 종교관과 일치한다. ‘모비딕’의 주인공 이슈메일은 포경선을 타기 전에 만난 식인종 출신 작살꾼 퀴퀘그를 어지간히 경계하고 무서워하지만, 그가 기독교 신자가 아니면서 자신을 따라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마음을 연다.

이슈메일은 모태 기독교 신자였지만 나무토막을 경배하는 퀴퀘그의 신앙을 존중하며 그의 예배에 동참한다. 기독교 신자이면서 퀴퀘그가 섬기는 우상 앞에서 절을 하고 우상의 코끝에 입을 맞추는 등 그의 신앙을 존중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사랑을 실천하며 타인을 돕는다면 그 종교가 무엇이든 간에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데 단지 다른 종교만이라는 이유로 우상이니 이단이니 하며 배척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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