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 영역 없는 ‘해병대 독립론’ 타당성 없어 [왜냐면]

한겨레 2025. 8. 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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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0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9인이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국군조직법'은 대한민국 국군을 육·해·공군으로 조직하고, 해군 내부에 해병대를 두도록 하지만(국군조직법 제2조 제1항), 개정안은 해병대를 해군에서 분리하여 독립된 제4군으로 편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문제는 지상작전을 주된 임무로 하는 육군(국군조직법 제3조 제1항)과 해병대의 도메인이 서로 경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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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5일 해병대가 해병대사령부에서 창설 76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최종호 | 변호사

지난 6월10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9인이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국군조직법’은 대한민국 국군을 육·해·공군으로 조직하고, 해군 내부에 해병대를 두도록 하지만(국군조직법 제2조 제1항), 개정안은 해병대를 해군에서 분리하여 독립된 제4군으로 편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개정안은 제안 이유를 ‘해병대의 전력 강화와 사기 진작을 위해 해병대 위상 강화를 통해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함’이라고 적고 있다.

군대에서 담당 영역이나 기능, 지휘·명령, 군사력 정비 등을 위해 내부 기구를 종류별로 구분한 것을 군종이라고 한다. 육·해·공군의 3군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공위성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오감으로 확인할 수 없는 차원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게 되면서 우주군, 사이버군처럼 새로운 군종도 등장한다. 그런데 어떤 군종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다른 군종과 구별되는 고유한 ‘도메인’(영역, 범위)을 가져야 한다. 육군의 땅, 해군의 바다, 공군의 하늘, 우주군의 우주공간, 사이버군의 사이버공간이 이에 해당한다.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주된 임무로 한다(국군조직법 제3조 제2항). 바다를 통해 육지에 군사력을 투사하는 상륙작전은 수송→양륙→지상 전투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수송과 양륙은 해군이 담당하므로, 실제로 해병대가 수행하는 것은 지상 전투에 한정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지상작전을 주된 임무로 하는 육군(국군조직법 제3조 제1항)과 해병대의 도메인이 서로 경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포에 주둔하는 해병대 제2사단은 인접한 육군 부대와 사실상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에 이르기까지 바다를 통해 병력을 수송해야 했던 일본에는 독립된 해병대가 존재하지 않았고, 연안에 주둔하는 이유 등으로 바다에 익숙한 육군 부대가 상륙작전을 담당했다. 또한 태평양전쟁 기간 미국은 펠릴리우, 루손, 오키나와 등에서 해병대와 육군이 함께 상륙작전을 수행했다. 즉 상륙작전에 해병대가 반드시 필수적인 것은 아니므로, 해병대에는 배타적인 도메인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군사 이론의 관점에서 해병대를 제4의 군종으로 독립시키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완결적 전투 조직인 군대에는 직접 전투를 담당하는 기구는 물론 후방에서 이를 지원하는 법무, 의무, 군종 등 여러 부서가 존재한다. 현재 해병대는 해군의 일부이므로, 이러한 지원 업무는 해군 소속 군인들이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해군에서 독립한 해병대는 이들 업무를 위해 내부에 별도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게 된다. 올해 기준 해병대 병력은 약 2만9000명으로, 36만5000명인 육군의 약 8%에 불과하다. 이렇게 규모가 작은 해병대를 해군에서 독립시켜 지원 업무를 위해 새로운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군사 조직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1949년 창설해 올해 76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해병대는 ‘귀신 잡는 해병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표어와 같이 육·해·공군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고, 이에 기반한 전통과 자부심이 여러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필요한 것은 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정한 목적과 임무, 그리고 이를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새로운 군종 창설과 같은 군대 조직의 중대한 개편은 군사적 합리성에 근거하여야 한다. 한국 해병대에 필요한 것은 군사 이론에도 부합하지 않는 4군 체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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