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은 속았지만 AI는 알고 있었다’… 선택의 기로에 선 기업들

정민기 기자 2025. 8. 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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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사과 하나가 바구니 속 사과를 모두 다 썩게 만든다. 처음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썩은 부분이 퍼져나가고, 결국 바구니 전체가 망가진다. 이른바 ‘썩은 사과의 법칙’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한 사람이 주변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쳐 전체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현상이 벌어진다. 다시 말해 개인 역량이 뛰어나도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직원 한 명이 팀 전체를 병들게 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 경영대학원 테런스 미첼 등 연구진이 이를 증명했다. 약 50개 제조업 팀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팀원들이 서로 소통하며 갈등을 해결하는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지, 업무를 공정하게 분배하는지 등을 관찰했다. 그 결과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하고 협업을 거부하는 팀원 한 명이 팀 내 갈등을 증가시키고 의사소통을 악화시켜 전체 팀 성과를 30~40%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면접 단계에서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한 지원자를 선별할 수는 없을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면접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정확히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외모, 말투 등을 바탕으로 무의식적 초기 평가를 내리고, 이후 그 판단을 뒷받침할 근거를 선택적으로 찾는 ‘확증편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지원자는 수개월간 준비한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면접관은 제한된 시간과 정보로 역량을 파악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다.

최근 이런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가 나타났다. 카이스트(KAIST) 정일융 등 연구진은 지난 7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AI만이 지원자의 대인관계 능력을 유의미하게 예측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국내 대형병원 간호직 지원자 282명을 대상으로 HR 솔루션 기업 마이다스그룹(마이다스아이티, 마이다스인, 자인연구소 등)의 ‘AI역량검사(역검)’와 기존 면접(관리자 및 임원 면접)이 채용 1년 후 실제 업무 성과를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는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AI역량검사만이 업무 전문성, 업무 능력, 종합 평가는 물론 대인관계 능력까지 유의미한 예측력을 보였다.

이 중에서도 대인관계 능력 예측 결과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대인관계 능력은 업무 협력, 의사소통, 따뜻함, 동료로서 함께 일하고 싶은 정도 등으로 구성된다. AI역량검사의 예측력(β=0.10, P=0.02)은 통계적 유의수준(α=0.05)을 충족했다. 반면 관리자 면접(β=0.07, P=0.12)과 임원 면접(β=0.08, P=0.07)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AI역량검사는 어떻게 인간 면접관보다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었을까? 차이는 평가 방식에 있다. AI역량검사는 게임화된 과제를 통해 지원자의 ‘비인지적 반응 패턴’을 분석한다. 지원자의 뇌가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예측과 판단은 대부분 무의식적인 비인지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즉각적인 반응은 의도적으로 조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업무 현장에서 발휘될 대인관계 능력 등 성과역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AI 면접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기존 AI 면접이 면접관의 주관적 평가 데이터를 학습해 면접 수행능력을 예측하는 데 그친다면, AI역량검사는 신경과학적 접근을 통해 실제 고성과자들의 공통된 성과역량을 체계적으로 추출한다. 여기에 빅데이터 기반의 AI 기술을 결합하여 지원자의 객관적 데이터만으로도 업무 성과 가능성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사관리학회 전상길 학회장(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경영학부 교수)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AI역량검사가 기존 채용방식의 한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면접이라는 전통적 선발도구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정의하고 선별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채용 패러다임의 게임체인저임을 시사한다. 특히 조직 내 협업이 성과를 좌우하는 현 시점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대인관계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가 되었다.

이제 지원자의 진정한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AI 기반 인재 선발도구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지금, 기업들은 주관적 면접에 계속 의존할 것인지, 아니면 객관적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도구를 도입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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