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평면 구조로 좌·우 원편광 빛 정밀 제어 기술 개발

3D 가공 없이 나노패턴만으로 광분리…광학·양자소자 혁신 예고
브릴루앙 존 폴딩 등 적용…차세대 센서·편광 광원 상용화 기대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소속 노준석 교수 연구팀

빛에도 '손잡이'가 있다면 어떨까. 최근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빛의 회전 방향, 즉 왼손잡이 빛(좌원편광)과 오른손잡이 빛(우원편광)을 정확히 구분해 제어할 수 있는 신개념 광학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소속 노준석 교수 연구팀은 수 나노미터 두께의 초박막 평면 구조만으로 빛의 편광 상태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과 달리 복잡한 3차원 구조나 두꺼운 광학 부품 없이 가능한 방식이어서, 디스플레이, 의료 센서, 양자소자 등 다양한 광기반 산업의 지형을 바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광결정(Photonic Crystal)' 기반의 메타표면이다. 연구팀은 빛보다 작은 구멍을 정밀하게 배열한 평면 구조 위에 '이중 비대칭 섭동' 기법을 적용했다. 이는 표면의 미세한 비틀림을 좌우로 다르게 설계해, 좌·우 원편광 빛이 각각 다른 위치에서 선택적으로 공명하게 만든 것이다. 마치 두 개의 라디오 채널을 완벽하게 분리해 송출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연구 이미지.

여기에 '브릴루앙 존 폴딩(Brillouin zone folding)'이라는 정밀한 물리학 기법을 결합해, 원래는 내부에 갇혀 외부로 빠져나올 수 없던 빛의 상태를 자유공간으로 전환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과정을 통해 좌우 편광 빛을 100도 이상 떨어진 각도로 명확히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초정밀 분리 기술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실용 가능성까지 확인됐다.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 물질과 결합해 공간 분리형 발광을 구현함으로써, 동일한 면 위에서 방향이 다른 빛을 동시에 내보내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구조의 비대칭 정도에 따라 공명 품질(Q-factor)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설계 유연성까지 확보했다.

노준석 교수는 "그동안은 정교한 3차원 가공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던 광 공명 조절 기술이, 단순한 평면 나노설계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 기술은 차세대 편광 광원 제어, 고감도 진단 센서, 양자정보처리 소자 등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계공학과 정민수, 화학공학과 이지해 학생이 주요 연구자로 참여했으며,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는 POSCO홀딩스의 N.EX.T Impact 프로그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