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스토킹 살인… 막을 수 있었던 비극, 위치추적 구멍 탓 또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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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수일 새에 경기 의정부, 울산, 대전에서 스토킹 살인·살인미수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세 사건 모두 참극이 벌어지기 전 가해자와 관련된 피해자의 신고가 수차례 있었단 점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정부 피의자는 피해자에게 수차례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고, 울산 피의자도 결정적인 범행 전까지 피해자에게 전화 168통, 문자 400여 통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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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전자발찌 부착·구금 등 조치 번번이 무산
관련법 개정안 총 19건 발의... 본회의 통과 '0건'
"문자·GPS 추적 등 디지털 위협, 현행 대응 한계"

불과 수일 새에 경기 의정부, 울산, 대전에서 스토킹 살인·살인미수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세 사건 모두 참극이 벌어지기 전 가해자와 관련된 피해자의 신고가 수차례 있었단 점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는데도 검경이 제도 이용에 소극적이고, 보완이 필요한 관련법 개정안은 모두 국회에 계류돼 있어 논의가 요원한 상황이다.
가해자 위치 모르고...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만 쥐어줬다
위 사건들의 공통점은 △피해자들의 신고 반복으로 범행이 예견됐고 △피의자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거나 구금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있는데도 수사기관이 적절히 조치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은 정도에 따라 검찰에 잠정 조치(△1호 서면 경고 △2호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 통화·문자 금지 △3호의 2 전자발찌 부착 △4호 구치소 유치)를 복수로 신청할 수 있다.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면 법원이 잠정 조치를 결정한다.

하지만 울산 피의자에 대해 경찰은 전자발찌 부착을 제외한 잠정조치 1~4호만을 검찰에 신청했다. 이마저 검찰은 구금 여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4호를 기각했다. 끝내 잠정조치 1~3호만 받아들여졌지만 피의자는 이를 무시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의정부 사건은 검찰 단계에서 "행위가 지속·반복적이지 않다"며 잠정조치 2, 3호가 반려됐다. 대전 사건은 피해자가 원치 않는단 이유로 잠정조치가 신청되지도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위급상황 신고용으로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의정부 피해자는 스마트워치가 가방 고리에 달려 있어 범행 당시 제대로 쓰지 못했고, 울산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했음에도 긴박한 순간에 신고 버튼을 미처 못 눌렀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채워줄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야 한다"며 "또 접근금지 명령만 할 게 아니라, 가해자가 실제로 접근할 수 없도록 감시하고 즉각적인 신상 확보 및 유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토킹 방지·처벌법 통과됐더라면... 본회의 통과된 건 '0건'

관련법 논의도 더디다. 22대 국회 개원 후 스토킹 방지·처벌법 개정안이 총 19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원회에 회부·상정돼 있을 뿐, 본회의를 통과한 건 한 건도 없다.
발의안 일부 중에는 일찍이 통과됐다면 더 신속한 피해자 보호에 도움이 됐을 내용도 있다. 소병훈·김남희 의원이 각각 발의한 '검·경을 거치지 않고도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보호명령신청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 도입안이 대표적이다. 가정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신청 가능하지만 스토킹 사건은 검·경을 거쳐야 한다.
이 외에도 이인선·이상식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에는 '잠정조치를 위반할 경우 형량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박덕흠 의원 대표 발의안엔 '서성거리는 행위 및 기타 행위도 스토킹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범행 직전까지 피해자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잠정조치를 어기고 범행을 한 울산 피의자에게 적용 가능했을 대목이다.

메시지 협박·위협도 스토킹으로... 디지털 범죄도 포함해야

의정부·울산 사건은 통신 수단으로 위협을 지속했단 공통점도 있다. 의정부 피의자는 피해자에게 수차례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고, 울산 피의자도 결정적인 범행 전까지 피해자에게 전화 168통, 문자 400여 통을 보냈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이지 않는 감옥: 기술 매개 강압적 통제와 스토킹' 학술 논문은 "현행 접근금지 명령이 가해자의 물리적 침범은 막더라도 △이메일·문자를 통한 위협 △위치추적 장치를 이용한 피해자 감시 등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디지털 기술 활용도 스토킹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단 제언이 이어졌다. 배성신 논문 저자는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스토킹 정의에 스마트 기술을 이용한 추적도 포함하도록 변경했다"며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와 법적·제도적 개입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3110540000018)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3117100000989)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3115500001819)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3016420003749)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2710410002677)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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