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문 안의 위험,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한다

최동환 기자 2025. 8. 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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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실태조사 의무화 격상돼야

학교 안에서조차 학생들이 차량과 뒤엉켜 등하교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정을호 의원이 교육부와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광주·전남 지역 학교 다수가 아직도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차도 미분리뿐만 아니라 승하차 공간조차 없는 학교가 수백 곳에 달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체감 안전도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을 아무리 강조해도 정작 학교 내부가 위험지대라면 정책의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광주는 보·차도 미분리 학교가 40곳(7.7%), 전남은 120곳(11.5%)으로 집계됐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광주는 충남·전북에 이어 네 번째였다. 더 큰 문제는 등하교 시간 차량 혼잡을 해소해줄 승하차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학교가 광주에만 291개교, 전남에는 417개교나 된다는 점이다. 이는 각각 전체의 절반 이상, 40%에 이르는 수치다. 아이들이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해 걸어다니는 구조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뜻이다.

교내 서행 표지판조차 없는 학교도 적지 않다. 전남은 33.4%, 광주는 18.4% 수준이다. 보·차도를 임시 차선이나 구조물로만 구분해놓은 학교도 광주 103곳, 전남 213곳에 달한다.

실제 사고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광주지역 학교 내·외부 안전사고는 2021년 23건, 2022년 14건, 2023년 15건이었고, 올해는 6월까지 이미 17건이 발생해 전년도 전체 건수를 넘어섰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지역 학생과 학부모의 교통안전 체감도는 전국 최하위였다. 광주 학생의 응답은 5점 만점에 3.84점, 학부모는 3.69점으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쳤다. 학생들의 불안은 통계가 아니라 실감이었다.

문제는 구조다. 도로 설계, 예산 배분, 관리 책임이 교육청과 지자체, 경찰청 등으로 흩어져 있는 사이, '누가 먼저 할 것인가'를 두고 눈치만 보는 행정 관행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 아이들 안전보다 책임 회피가 먼저인 행정이야말로 가장 큰 위협이다.

정을호 의원의 지적처럼 안전실태조사는 법적 의무로 격상돼야 한다. 부처 간 칸막이를 걷고, 학교 시설 개선에 과감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 조치가 절실하다. 통학로에 신호등 하나, 방지턱 하나 더 놓는 일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어디서 사고가 나야 고친다"는 행정은 이제 끝내야 한다.

저출생 위기, 학령인구 감소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지금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걸을 길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사회'라면, 그 어떤 정책도 공허하다. 학교는 지식보다 생명이 먼저여야 하는 공간이다. 교문 밖보다 교문 안이 더 위험한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인식이 더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