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10억’ 논란 확산…한정애 정책위의장, 文정부 때 입장 보니
국민청원 12만 명 돌파…정청래, 공개 발언 자제령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대주주 양도소득세 대상 확대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인원이 12만 명이 넘은 가운데 새 여당 지도부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도세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당내 공개 발언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특히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에 이어 새 정책위의장이 된 한정애 의원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신임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정책위의장으로서 정부의 대주주 요건을 낮추려는 시도에 반대한 바 있다는 점에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12만3321명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31일 올라와 이튿날인 지난 1일 상임위 회부 요건인 5만 명을 넘어섰고, 전날 오후 7시께 1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놓고 개미 투자자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비난의 화살은 특히 여당에 집중되고 있다. '코스피 5000 특위'를 꾸리며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코스피 5000 시대 개막'에 열을 올리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려는 동안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등 투자자들은 "연말 양도세 회피를 위한 '매도 폭탄'은 지수와 개별 종목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1400만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역진적 조세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건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이었다. 개편안이 알려진 지난 1일 코스피가 3.88%, 코스닥이 4.03% 곤두박질치며 시가총액 116조원이 증발하자 당시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재검토를 시사했다. 하지만 진 전 정책위의장은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들이 주식양도세 과세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씀한다"며 "선례는 그렇지 않다"며 정책 고수 입장을 확고히 했다.
비판 여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당선 이튿날인 지난 3일 임기가 만료된 진 정책위의장의 연임 대신 한정애 의원을 새 정책위의장에 지명했다. 당 대표 당선 후 첫 최고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4일엔 "주식 양도소득세 관련 논란이 뜨거운데 당내에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비공개 회의에서 충분히 토론할 테니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신임 정책위의장을 향해선 "A안과 B안을 작성한 뒤 보고해 달라"며 "빠른 시간 안에 입장을 정리해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했다.

文정부 기재부에 "수용 불가"…이번엔 어떤 선택
눈여겨봐야 할 점은 한 정책위의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여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하며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정부와 각을 세운 바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정부는 상장사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안을 추진했다. 경기 악화로 인한 세수 부족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은 정책 자체를 2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더해 이듬해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고려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한 정책위의장은 기획재정부와도 줄다리기를 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여권 관계자는 "한 정책위의장이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현재의 정부 정책은 수용할 수 없다는 걸 당 차원에서 명확히 했다. 기재부에는 대안을 마련하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한 정책위의장은 대주주 요건을 낮추려는 정부와 이에 반발하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정책 조율에 나서야 하는 책무를 지게 된 셈이다. 한 정책위의장이 어떤 정책 방향타를 설정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한 정책위의장이 평소 주주 친화적 행보를 보여왔다는 평가다. 2022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었던 당시 그는 "국민연금이 LG화학, DB하이텍, 한국조선해양 등 기업들의 물적분할을 저지하는 주주역할을 하지 않아서 손실을 많이 봤다"며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해야 하고, 소액주주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여당의 신중한 행보에 일단 주식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2시20분 기준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30여 포인트 오른 3150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제 개편안에 대한 여론 반발 및 시장 하락이 지속될 경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상법 개정이 여전히 주주 친화적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세제안의 조정 여부가 향후 증시 방향성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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