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그때 비가 왔을까"… 존 테리가 17년 전 박지성과 나란히 악몽 꾼 날의 기억, 아직도 아침마다 떠오른다?

김태석 기자 2025. 8. 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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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벌써 17년 전의 일인데, 첼시 레전드 존 테리의 기억 속에는 잊을 수 없는 악몽이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박지성과 같은 날 서로 다른 악몽을 꾼 사이가 아닐까 싶다.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2007-200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이다.

한국 팬들에게도 유명한 경기다. 박지성이 몸담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08년 5월 21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2007-200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첼시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5로 승리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결승에 오르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기여를 했던 박지성이 선발은 물론이고 대기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수많은 한국 팬들과 언론, 무엇보다 박지성이 커다란 충격을 받았었다.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박지성 대신 오언 하그리브스를 출전시킨 것을 두고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선택 중 하나라고 훗날 술회하기도 했다.

그 경기에서 박지성 못잖게 충격을 받은 첼시 선수가 있다면, 바로 테리다. 첼시 최후방에서 '철기둥' 구실을 톡톡히 하며 팀의 결승 진출에 기여했던 테리는 당시 승부차기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넣는 데 실패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세 번째 키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실축한 가운데 4-4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팀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테리의 슛이 골망을 흔들었다면, 그대로 첼시의 우승으로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테리는 수중전으로 치러졌던 당시 경기 환경 때문인지 정확하게 임팩트하지 못하고 넘어졌고, 넘어지며 날린 슛은 크로스바를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승부차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6-5 승리로 뒤집혔다.

이후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니콜라스 아넬카도 실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온전히 그의 잘못으로 여길 수는 없겠지만, 직접 우승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던 순간이었다.

테리는 이 순간을 두고 "아직도 아침에 눈을 뜨면 그 장면이 떠오른다"라며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테리는 "나는 여전히 그 실축을 생각한다. 예전만큼 자주 생각하지는 않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그게 떠오른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원래 승부차기 다섯 키커 중에 내가 들어갈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디디에르 드로그바가 그때 퇴장을 당해 대신 들어갔다"라고 상황을 돌아본 후, "당시에는 무너졌다. 정말 힘들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2012년에 우승할 수 있었기에 많이 위로가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첼시의 2011-2012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으니, 정작 테리는 출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존 테리 역시 박지성 못잖게 챔피언스리그 결승의 악몽을 가진 선수라 할 수 있다.

존 테리는 "그건 아마도 내 축구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었다. 지금도 극복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절대 극복하지 못할 것 같다"라며 "경기 끝나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감독은 우리에게 내려와 술 한 잔 하자고 했지만 나는 방에 있었다. 혼자 방 안에 서서 모스크바의 야경을 보며 '왜 하필 그때 비가 내렸을까, 왜 미끄러졌을까'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라며 당시 느꼈던 절망감을 생생하게 전했다.

재미있는 점은 존 테리는 당시 결승 이후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에 호출되어 미국전에서 골을 넣었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존 테리는 "내 커리어에서 바꾸고 싶은 두 골이 있다면, 그 두 골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비수로서 넣기 쉽지 않은 A매치 득점보다는 정식 득점으로 기록되지는 않지만 우승과 직결되는 승부차기 득점이 더 귀중하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존 테리에게 '비가 오던 모스크바의 밤'은 잊을 수 없는 아픔으로 남아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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