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에서] (258) 보수진영 재건할 TK유권자 혁명 또 가능할까

이영란 기자 2025. 8. 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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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서울취재본부장·국장

오는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보수 정치의 향방을 가를 절체절명의 분기점이다. 당원투표 80%, 국민여론조사 20%라는 국민의 뜻 반영이 낮아진 방식 속에 책임당원이 가장 많은 대구경북, 일명 TK의 표심이 또다시 전국의 이목을 끈다. 단순히 당 지도부를 교체하는 절차적 이벤트가 아니라, 패배의 늪에 빠진 보수정치가 쇄신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갈등과 분열의 그림자가 짙다.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대 '반탄'(탄핵 반대) 구도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실제 후보 대진표만 봐도 그 경계가 극명하다. '탄핵 찬성'의 기치 아래선 안철수·조경태 의원 등은 개혁과 세대교체를 외치고, '탄핵 반대'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장동혁 의원은 보수 본류를 지키자는 논리를 편다. 여기에 주진우 의원 등 일부 신진들도 '과거와의 단절'을 내걸고 출마, 진영 간 파열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구도는 단순 노선 차별를 넘어,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탄핵, 계엄령 후폭풍 등 정치사의 중대 국면에서 민주주의 가치 내면화에 소홀했던 과거 보수정치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라는 것이 김영수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사법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대선 패배까지, 정치·법적 판단 모두 내려졌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여전히 책임공방과 과거 회귀적 태도만 되풀이된다. 국민 여론은 달라졌다. 최근 조사에서는 중도층의 80% 이상이 탄핵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반복된다. 당내 혁신파들은 민주적 단합, 과감한 세대교체와 국민적 신뢰 복원 없이는 수도권·중도·청년 지지 확장, 더 나아가 집권 재도약의 희망도 사치라고 본다.

이 와중에 TK 표심은 실로 중차대한 책임을 안게 됐다. TK는 오랜 기간 국민의힘(이전 한나라당·새누리당 포함)의 심장으로 불렸다. 실제로 책임당원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전대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였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TK는 현상유지적, 회귀적 투표 패턴에 머물렀다. 그런데 박근혜 탄핵 이후 괴멸지경의 국민의 힘을 구한 것은 TK유권자들이었다. 2021년 '0선의 30대 청년 이준석'을 신임 당대표로 '깜짝' 당선시키는 혁명적 선택으로 정권재창출의 희망을 쏘아올리며 전국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마저도 후속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했기에, 현재의 위기감은 더욱 깊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 곳곳에서는 '일모도원'(日暮途遠), 해는 저물고 갈 길만 멀 뿐이라는 자조섞인 한탄도 흘러나온다. 당 혁신안은 번번이 속절없이 무산됐다. 계엄·탄핵에 대한 대국민 사죄 요구조차 지도부에서 외면당했다. 여전히 대선 패배의 충격과 대통령 탄핵 여진 속에, 보수진영은 미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한 채 '찬탄-반탄' 논쟁에 스스로 발이 묶여 있다.

이런 가운데 TK 유권자에게 다시 한번 전략적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에도 지역 대표주의와 과거 구태, 익숙한 인물에만 안주한다면, 국민의힘은 전국정당·중도층·미래세대의 지지를 확장하기커녕 기존 기반마저 허물 수 있다. TK가 청년, 수도권, 중도층을 품는 변화의 상상력, 민주주의 원칙을 최우선에 두는 미래 지향적 리더십을 선택한다면, 아직도 '혁신의 불씨'는 되살아날 수 있다.

당장은 '일모도원'이라는 한탄 속에 위기감이 극에 달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TK 유권자의 혁명적 결단은 판을 뒤집을 힘을 가진다. 전국 정가가, 그 어느 때보다도 TK의 한 표, 한 표에 긴장하는 이유다. 변화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마침내 TK가 미래와 혁신, 민주주의라는 시대적 과제를 온전히 품은 전략적 투표에 성공한다면, 이번 전대가 보수진영 재건의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다시 한번 그 공은 TK 유권자들에게 돌아간다.

이영란 서울취재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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