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판 아랑, 은희의 원혼 달래주는 것은 산자의 몫

최미화 기자 2025. 8. 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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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조 씨의 딸 은희 양은 27년 전 석연찮게 사망했다.

경찰과 검찰의 부실한 수사로 사건은 아직도 미제다.

검경은 부실한 졸속 수사로 이 사건을 축소해 급히 마무리해 버렸다.

그 후 은희 양 유족에게 7천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있었지만, 이는 진정한 진실 규명이나 정의 실현이 아닌 사후적 보상에 불과해 사건의 본질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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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전 죽음을 당한 계명대 간호학과 정은희씨의 아버지 정현조씨가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27년째 '아빠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진홍 기자

정현조 씨의 딸 은희 양은 27년 전 석연찮게 사망했다. 경찰과 검찰의 부실한 수사로 사건은 아직도 미제다. 은희 양은 1998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하지만, 그 내용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속옷의 정액과 시신 상태 등 의문점들이 많다. 정 씨는 재수사 요청, 고소 등을 통해 진상 규명을 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해왔다. 하지만 유력 용의자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 씨는 2021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긴 했지만, 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검경은 부실한 졸속 수사로 이 사건을 축소해 급히 마무리해 버렸다. 당시 현장 상황과 정황 등으로 판단한다면 타살 가능성이 매우 커 보였지만, 초동 단계에서 교통사고라는 프레임을 씌워 단순하게 빨리 처리하려 했다는 의심이 간다. 수사기관의 무능과 태만, 축소·은폐 정황 등은 분노 게이지를 자극한다. 그 때문에 그 가족은 오랜 세월 단장의 아픔을 안고 살았다.
초동 단계의 과실이 이 사건의 치명적 문제점이다. 사건 현장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했던 점, 시신 상태에 비해 혈흔이 현저히 부족했던 점, 피해자의 속옷이 나중에 다른 곳에서 발견된 점 등은 명백한 증거 인멸 정황으로 비친다.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에 급히 교통사고로 처리한 조치는 당혹스러울 정도다. 이는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마저 무시한 위법이자 직무유기라 의심할 만하다.
법의학적 조사 역시 부실했다. 피해자의 속옷에서 정액이 검출됐음에도 혈액형 감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사기관은 이를 방치하거나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더구나 사망 현장 시신의 자세와 복부 절개 흔적 등 교통사고와 어울리지 않는 여러 정황을 본격적으로 조사하지 않아 진실을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3년 피해자의 속옷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다는 이유로 스리랑카인 피의자 한 명이 기소됐지만, 대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력 부족에 기인한 무리한 기소로 인해 범인이 풀려났다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 후 은희 양 유족에게 7천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있었지만, 이는 진정한 진실 규명이나 정의 실현이 아닌 사후적 보상에 불과해 사건의 본질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이 사건의 진상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고, 은희 양의 억울한 죽음은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살인죄는 공소시효가 없으며, 새로운 증거나 기존 증거에 대한 재감정, 제3자의 증언 등이 확보된다면 재수사가 가능하고, 유족이 '재심에 준하는 진상 조사'를 청구할 수 있는 길도 없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에 인권침해 조사 요청을 할 수도 있고,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할 수도 있다. 사회적·정치적 공론화를 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사건은 국가 형벌권의 본질에 대한 구조적 흠결과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법과 제도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수사기관과 사법기관, 정치권이 응답해야 한다. 교통사고라는 이면에 감춰진 은희 양의 죽음, 그 진실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이는 한 개인의 신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은희 양은 현대판 아랑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원한을 풀어줘야 하는 것은 이제 산 자의 몫이다.

참고) 2025년 8월4일자 6면 대구일보 기획취재 '비참하게 딸 잃은 정현조씨가 '27년간 벌이고 있는 '아빠의 전쟁' 기사 원문 보기

https://www.idaegu.com/news/articleView.html?idxno=644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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