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 면죄부→산업현장 극도의 혼란” [시장 모르는 집권여당]
산업계 “산업 생태계 무너질 악법”
재계, 상법 개정도 깊은 우려 표명
경제계에서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과 관련, “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일 경제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은 ▷사용자 개념의 확대 ▷노동쟁의 범위 확장 ▷손해배상 책임 제한 등 크게 3가지다.
먼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 범위에 포함한다.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화하며, 손해배상 감면 청구권을 신설하고, 더불어 쟁의행위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넓히는 내용을 담는다.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 시행 유예기간(6개월) 동안 쟁점 조항들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산업 현장의 혼란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견해이지만, 현재 노사 간의 입장 차이가 극명한 데다 쟁점별 기준이 모호해 해법을 찾기까지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사용자 범위가 원청으로까지 확장될 경우, 원청 기업은 수많은 하청 및 외주 협력업체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개별적 대응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산업계는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의 법적 책임은 무겁게 하면서도 노조의 책임은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 산업현장에 심각한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노조 불법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배상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잇따른 법원의 판결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2월 최종심에서 파기환송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2012년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 라인 등 일부를 점거했다. 이에 현대차는 불법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매출 감소와 고정비용 손실 등 손해를 배상하라며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법원은 현대차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3년 6월 파업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했고, 부산고등법원은 2월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런 법원의 결정에 경제계와 산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성대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개별화는 종국적으로 각 개별 조합원의 과실비율에 대한 증명책임을 피해자인 사용자에게 전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제계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앞서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적게는 수백 개, 많게는 수천 개에 달하는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원청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산업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등 미국·유럽 경제단체들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움직임에 “한국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의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2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재계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을 담은 1차 상법 개정안보다 더 강력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한다. 집중투표제는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를 3인 선출한다면 주주는 1주당 3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재계는 이 과정에서 자본 기여도가 낮은 특정주주들의 지지를 받는 이사가 회사 경영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출자한 대주주의 영향력은 오히려 축소돼 자본 다수결 원칙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가령 특정주주들의 지지를 업은 헤지펀드 세력이 이사회에 진출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단기차익 실현을 주도할 경우 기업의 성장 잠재력만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상법 개정이 헤지펀드만 단기차익을 올리게 해주고 소액주주는 보호하지 못하는 역효과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집중투표제 도입은 원칙이지만 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놓고 이미 소수주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번 상법 개정은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재근·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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