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위원장의 한마디 가상자산 규제 경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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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은 '디지털 시대의 금'이라 불리며 기술과 금융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은 SEC와 달리 적극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해서 증권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고자 하지는 않았다.
한국 금융당국에 따르면, 가상자산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은 '발행인이 투자자의 금전 등 자산을 활용해 사업을 수행하고, 그 성과에 따른 손익을 투자자에게 귀속시키기로 약정했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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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일 변호사·이재훈 회계사

![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친(親) 가상자산 인사로 꼽힌다. [AFP]](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4/ned/20250804111500406shov.jpg)
가상자산은 ‘디지털 시대의 금’이라 불리며 기술과 금융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산업의 명운을 가를 만큼 무겁다. 이는 리플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증권성 여부’를 두고 수년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적 공방을 벌여올 만큼 큰 의미를 갖는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31일, SEC의 폴 앳킨스 위원장은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증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이전 정부 SEC의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나아가 앳킨스 위원장은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장으로서는 반색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한국 금융당국은 SEC와 달리 적극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해서 증권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고자 하지는 않았다. 다만, 2022년 4월 조각투자 가이드라인, 2023년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지속적으로 ‘가상자산과 증권의 구분 기준’을 제시해왔다.
한국 금융당국에 따르면, 가상자산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은 ‘발행인이 투자자의 금전 등 자산을 활용해 사업을 수행하고, 그 성과에 따른 손익을 투자자에게 귀속시키기로 약정했는지 여부’다. 특히, 발행인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투자자에게 사업 수익을 직접 분배하겠다고 약속한 경우에는, 투자자는 발행인에 대해 수익청구권이라는 계약상 권리를 보유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가상자산이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발행인이 사업의 성과에 따라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귀속시키는 구조를 들 수 있다. 이는 투자자에게 지급되는 금전이나 기타 이익이 형식상으로는 투자자 본인의 활동 대가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발행인의 사업 성과에 연동된 수익 배분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를 포함한다.
반면, 가상자산이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낮은 경우는 다음과 같다. ▷발행인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투자자의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를 지는 자가 없는 경우 ▷가상자산이 특정 권리를 표시하지 않거나 투자자에게 사업 수익에 대한 청구권이 부여되지 않은 경우 ▷해당 자산이 재화·서비스를 소비하거나 이용하는 데 목적이 있고 실제 그렇게 사용되는 경우 ▷지급결제나 자산 교환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 가치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상환 의무가 없는 형태로 발행된 경우 ▷투자자가 사업 운영·관리를 일상적으로 수행하며 사업 관련 정보에 대해 발행인과의 정보비대칭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과거 검찰은 테라/루나 사건에서 루나가 증권에 해당함을 전제로 자본시장법 상 불공정거래에 관한 규정을 적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전 테라폼랩스 공동대표의 몰수·부대보전청구 기각 결정에 대한 검찰 측 재항고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가상화폐 루나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규제하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
가상자산이 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 규제도 받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자본시장법 못지않은 불공정거래 규제를 도입했다. 해당 법은 불공정거래시 부당이득의 3~5배에 이르는 벌금과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축적해 나가는 일이다. 가상자산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보호라는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균형감 있는 판단이어야 한다. 법과 기술, 자본이 복잡하게 얽힌 이 지점에서, 규제기관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점진적인 기준을 정립해나가야 하며 시장 참여자들도 그 기준을 이해하고 책임 있게 움직여야 한다. 특히 국경을 초월하는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할 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규제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국제적인 정합성을 갖춘 규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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