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간절한 삶을 잇다

차상호 2025. 8. 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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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생존율 80% 이상… 정상적인 일상 가능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일을 수행하는 기관 중 하나다. 해독, 대사, 영양소 저장, 단백질 합성 등 500여 가지가 넘는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간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을 드러내지 않는다. 피로감이나 소화불량, 황달이 나타날 즈음에는 이미 질환이 중증으로 악화한 경우가 많다.

간의 기능이 비가역적으로 손상돼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 즉 말기 간질환(End-stage liver disease)에 도달했을 때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 바로 간이식(Liver Transplantation)이다.
간부전에 급성 뇌졸중까지 겹쳤던 A씨가 수술 후 회복 중에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간부전에 급성 뇌졸중까지 겹쳤던 A씨가 수술 후 회복 중에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간이식은 수술 전 환자의 전신 상태, 질환의 진행 속도, 회복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 의학 결정이다. 기증자에 따라 생체 간이식과 뇌사자 간이식으로 나뉘게 되는데 생체 간이식은 건강한 기증자의 간 일부를 절제해 이식하는 방법으로 건강한 생체 기증자는 간 기증 수술 후 2개월 내 원래 크기의 95% 수준까지 회복된다. 뇌사자 간이식은 장기기증에 동의한 뇌사 기증자의 간을 전체 또는 일부 이식하는 방법으로, 현재로서는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해 위중한 상태에서 대기하다가 유명을 달리하는 환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간이식이 필요한 경우는 △Child-Pugh C 단계의 말기 간경변증 △간세포암(간암) △급성 간부전 △희귀 간질환 등이다. 간이식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80% 이상이며, 기저 질환이 재발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간이식은 고도의 술기뿐 아니라 환자의 전신 상태, 합병증 위험, 회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수술이다.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중증질환 상태의 환자들은 간이식의 기회를 얻기 전 뇌졸중, 심부전, 중증 폐질환처럼 다양한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신 상태가 나쁜 환자는 마취와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에 대부분 병원에서 수술 불가 판정을 받는다.
간이식 수술을 집도 중인 주종우 교수와 수술팀./창원한마음병원/

간이식 수술을 집도 중인 주종우 교수와 수술팀./창원한마음병원/

이런 가운데 최근 고위험 환자를 치료한 사례가 있다.

3일 창원한마음병원 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최근 치료받은 A(53)씨는 간경변증(Child-Pugh C)과 당뇨를 앓고 있었고, 식도정맥류 출혈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지혈술을 위해 내시경을 진행하던 중 갑작스러운 급성 뇌경색이 발생했다. 오른쪽 편마비와 의식 저하가 동반됐고, NIH 뇌졸중 지수는 12점으로 높았다. 보존적 치료 후 8점까지 호전됐지만, 여전히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치료 중인 대학병원 의료진은 간이식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유는 뇌졸중 발생 2주 이내에는 마취와 수술이 뇌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 편마비 상태에서 장시간 수술 후 회복 가능성이 적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는 기존 간이식 가이드 라인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유하지 않았던 영역이다.

보호자의 전원 요청을 받은 창원한마음병원 장기이식팀은 대학병원을 방문해 환자 상태를 확인했다. 환자의 임상 증상 및 치료 과정을 확인한 후 환자를 직접 창원한마음병원 중환자실로 이송했고, 신경과 전문의 협진을 통해 치료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간부전 상태가 진행되는 위중한 상황과 뇌졸중 발병 13일째라는 상황을 고려해 다학제 회의가 이루어졌다. 환자의 전신 상태가 위중하지만, 젊은 나이와 NIH 뇌졸중 지수가 호전 상태임을 고려해 생체 간이식 수술을 결심했다.

창원한마음병원은 생체 간이식이 A씨 아들의 기증으로 진행됐고, 복강경 기증자 간 절제 수술 4시간, 생체 이식 수술 또한 4시간 만에 완료했으며,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수술 및 마취 시간을 최대한으로 단축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간이식 수술 전문 마취의는 수술 중 혈압과 뇌 혈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수술 후에는 신경과 협진을 통해 뇌 손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뇌 상태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했다. 그리고 A씨는 수술 후 4주 만에 퇴원했다. 현재 재활병원에서 보행 연습을 이어가고 있고 혼자 일어설 수 있을 만큼 회복했다고 한마음병원은 부연했다.

이 밖에도 창원한마음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최근 위중한 간부전을 앓는 두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각각 4시간 반과 5시간 반, 총 10시간 내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과는 다학제 협진을 통한 것이라고 한마음병원은 강조했다. 주종우 장기이식센터장을 비롯해 이식외과 오종욱 교수, 간이식 수술 전담 마취의 김대희 교수, 간부전 환자를 신속하게 응급 처치한 후 간 이식팀에 연결하는 응급의학센터 교수진, 소화기내과 교수진 그리고 간이식 전담 중환자실 및 수술팀 전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등 팀워크의 결과라는 것이다. 즉 24시간 응급 이식 수술이 가능한 체계, 신속한 뇌사자 장기이식 준비 시스템, 수술 후 중환자 집중 치료까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주종우 창원한마음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생체 간이식은 술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환자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임상의의 통찰, 최적의 수술 시기 판단, 의료진의 긴밀한 협진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마음병원은 “간이식은 단순히 손상된 간을 교체하는 수술이 아니다. 환자와 가족의 시간을 되돌려 주는 결정이자 삶의 희망을 잇는 마지막 다리”라고 강조했다.

도움말= 주종우 창원한마음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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