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M] 딱 걸린 트럼프의 나쁜 버릇‥도난당한 FTA


미-영 정상회담, 미-EU 관세 협상을 명분 삼아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이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난데없이 골프장 개장식에 등장했습니다. 그는 황금색 가위를 들고 혼자서 빨간 리본을 잘랐습니다. 대낮인데 폭죽까지 터뜨렸습니다.

바로 자신이 소유한 스코틀랜드의 두 번째 골프장 '골프 링크스 애버딘'의 개장 행사였습니다. 외교를 하러 간 건지, 개인 사업을 하러 간 건지... 블룸버그 통신이 "이번 개장식이야말로 트럼프가 공무와 가족 사업, 이익을 얼마나 뒤섞는지 뚜렷하게 보여준다"며 이해 충돌 논란을 지적했지만 트럼프는 늘 그렇듯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장 닷새 동안 골프 라운딩을 두 번 했는데 모두 자신 소유 골프장이었습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곳도,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미-EU 무역 합의 최종 타결의 악수를 나눈 곳도 런던이나 브뤼셀이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이었습니다.
'아쉬우면 찾아오라'는 식으로 정상들을 자신의 골프장으로 호출한 겁니다. 특히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턴베리 골프장에 도착하고도 트럼프 대통령이 18홀 라운딩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국가 간 거대 무역협정의 체결 장소로 개인 소유 골프장을 택했다"면서 "(무역 협상에) 자신의 지배적 위치를 강조하는 권력 방식을 사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백악관이 트럼프 계열사 중 하나가 됐다"는 조롱까지 나왔지만 결국 전 세계 언론은 트럼프의 스코틀랜드 골프장을 공짜로 홍보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 부정행위는 한 스포츠 기자가 책을 내서 폭로할 정도로 유명하고 역사가 깁니다. 책 제목은 '군 통수권자'를 뜻하는 '커맨더 인-치프(Commander in-Chief)'를 비틀어 '속임수'를 뜻하는 '치트(Cheat)'를 넣은 '커맨더 인-치트(Commander in-Cheat)'인데 "캐디가 몰래 공을 옮겨 놓는다" "골프공을 발로 차서 좋은 위치로 옮긴다"는 폭로가 담겼습니다. 특히 타수를 속이는 나쁜 버릇도 소개됐는데 골프장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저녁 먹을 때 실제 타수보다 갈수록 줄여서 말한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일본의 대미 투자 제안액이 공개됐는데 애초에 적혀 있던 '4천억 달러'의 숫자 4를 펜으로 지워버리고 '5천억 달러'로 고쳐 쓴 게 노출된 겁니다. EU와의 협상에서도 대미 투자액이 5천억 달러에서 6천억 달러로, 미국 에너지 수입액이 6천억 달러에서 7천5백억 달러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골프 성적을 못되게 고쳐 말하는 것과 결이 다르지만 트럼프는 골프든 정식 외교 무대든 내 마음대로 숫자를 고쳐 쓸 수 있다는 그래서 스포츠의 규칙과 국가 사이 외교 질서를 내 뜻대로 흔들 수 있다는 '위험한 자신감'이 충만한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협상 타결 순간,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두 나라 무역의 기본 틀을 구축해온 '상호 무관세'가 한국은 15%, 미국은 0%라는 '일방 관세'로 급변해 버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두 나라 의회가 비준까지 한 무역 질서를 훼손시켰습니다. 한국 정부로선 억울하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이겠지만 트럼프의 '위험한 자신감'이 만들어낸 새로운 국제 무역 질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한 가지 찜찜한 구석도 남습니다. 트럼프는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의 (대미) 투자 총액은 향후 2주 이내에 이재명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에 올 때 발표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여지를 둔 예고'를 듣고 문뜩 트럼프의 '숫자 고치기' 나쁜 버릇을 떠올린 거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왕종명 뉴스인사이트팀장》
왕종명 기자(pilsahoi@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742268_29123.html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 [단독] '순직해병' 특검, '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조태열·장호진 압수수색
- 이르면 오늘 尹 체포영장 재시도‥이 시각 서울구치소
- [속보] 군, 대북 확성기 철거 시작‥"실질적 긴장 완화 조치"
- 조국혁신당 "윤석열 부부 우크라 방문은 '불법 입국'"‥경찰 고발
- '음주운전 혐의' 배우 송영규 오늘 오전 숨진 채 발견
- '박성재 법무부' 전격 압수수색‥'런종섭' 파헤치는 특검
- 관세협상 '잘했다' 63.9%‥대통령 지지율 반등
- 제보로 본 '극한호우' 어땠나?
- '공천개입 의혹' 김영선 전 의원,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 출석
- 이 대통령 "선생님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위해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