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고치려 서울로, 해외로...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윤성철 2025. 8. 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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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병원 김동헌 병원장의 울분, “지역 완결형 의료시스템 빨리 구축해야”

암 치료 중인 7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15일, 면역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일본에 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줄기세포 치료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치료를 끝낸 A씨는 갑자기 숨이 찼다. 현지 병원에서 "폐에 물이 차는 급성 흉곽삼출"이라 했다. 암이 폐로 전이된 게 원인이었다.

겁이 난 A씨 남편은 평소 가깝게 지내던 부산 온병원 김동헌 병원장에게 급히 전화해 SOS를 쳤다. 그때가 오후 4시 40분.

김동헌 병원장. [사진=부산 온병원]

퇴근을 준비하던 김동헌 병원장은 A씨의 설명을 듣자마자 귀국을 권했고,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온병원 응급실을 찾으라고 당부했다. 전화를 끊은 김 병원장은 곧바로 응급실 당직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응급조치를 부탁했다.

A씨는 2023년 12월 서울 O병원에서 난관암 수술을 받았었다. 하지만 항암치료 과정에 대장, 림프, 방광 등으로 전이되는 바람에 재수술도 받았다. 그러다 줄기세포를 통한 면역치료가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말을 듣고 이번에 일본 규슈로 달려갔던 것.

비행기로 김해공항에 도착한 A씨는 곧바로 부산 온병원 중환자실에서 밤을 보내고는, 다음날 일찍 응급환자 이송차가 확보되는 대로 자신을 수술했던 서울 O병원으로 다시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이번엔 민간이송단이 수배되지 않아 서울로 올라가려던 계획은 또 차질을 빚게 됐다. 민간 응급이송단 측이 "권역 외 환자이송은 어렵다"고 해서다.

그러다 몸 상태까지 갑자기 더 나빠졌다. 온병원은 17일 아침, 영상인터벤션센터에서 양쪽 옆구리를 통해 흉강 배액관으로 A씨에게 폐 흉수 배액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이후 상태가 호전된 A씨는 일반 병실로 옮겨 치료를 받으며 대기했다. 어렵게 예약한 서울 병원에선 이달 하순이나 돼야 치료가 가능하다 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그는 심폐기능부전으로 18일 오후 끝내 사망했다. 암이 생명을 갉아먹는 그 속도를 누구도 늦추지 못한 셈이다.

[그래픽=부산 온병원]

온병원 김동헌 병원장은 "그 며칠 사이 환자나 가족들이 겪었을 충격을 생각하면, 의료인으로서 가슴 아프고, 동시에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면서 "충분한 시설과 실력 있는 의료진을 확보하고도, 암 치료에 있어서는 여전히 지역민들에게 외면받아야 하는 지역의료계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했다.

A씨처럼 일본 등에서 면역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려는 우리나라 암환자들은 한해 1만∼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치료를 파킨슨병, 실명 위기 질환 등 일부 질환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정맥주사 방식의 줄기세포 치료 등은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자가 줄기세포뿐만 아니라 동종 세포까지 허용하며, 무릎 연골 재생·면역세포 치료 등 재생의료 분야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회당 치료비만도 수천만 원에 달한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NK세포, T세포 등 면역세포 치료를 포함한 재생의료를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어 한국 암환자들이 관련세포를 채취해 일본으로 보내 배양한 후 현지에서 주사 형태로 치료받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동헌 병원장은 "첨단재생의료를 현실에 맞게 손질해 국부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면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역 환자의 수도권 의료 이용으로 발생하는 비용도 잠재적인 기회비용까지 따지면 연간 4조를 훌쩍 넘긴다"고 했다.

그는 부산대병원장, 부산시의료원장, 부산보훈병원장 등을 두루 역임한 부산 의료계의 산 증인. 오랫동안 부산 공공의료의 현장 최일선에 서 있었다. 게다가 대한외과학회 학회장도 지냈다.

김 병원장은 4일 "다른 그 무엇보다 지역의료가 미덥지 못해 수도권 병원으로 전전하며, 병고보다 더한 이동 스트레스와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며 "암환자나 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지역 완결형 의료서비스 체계를 하루 빨리, 조기 구축하는 게 정말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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