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용자 자녀 돕냐고 묻는다면... 아이들은 죄가 없으니까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0년 전 일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영등포구 세움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수용자 자녀는) 우리나라 전체 아동의 0.5~0.6%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직후 위기의 아동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다 한 초등학생을 만나며 수용자 자녀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대표는 "수용자 자녀가 당당히 사는 세상을 위해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 '수용자 자녀' 지원단체
긴급생계비 심리상담 멘토링 등
10년 간 1200명 아이들 보살펴
"아이가 부모 잘못 짊어져선 안 돼"

10년 전 일이다. 이경림(61)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대표는 무작정 교도소에 전화를 걸었다. "수용자 자녀들을 돕고 싶은데 연결해주실 수 있을까요?" 교도관들은 황당해하며 되물었다. "당신, 누구요? 교도소 번호는 어찌 알았습니까?" 싸늘한 반응에도 이 대표는 연신 전화를 돌렸다. 그러다 한 교도소가 '꼭 필요한 일이니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렇게 아이들 10명을 소개받으며 세움은 국내 유일 수용자 자녀 지원 단체로 첫발을 뗐다. 지난 10년간 △긴급생계비 등을 지급하는 통합적 개별지원 △멘토링과 진로 코칭 등 사회적 지원 △심리상담 지원 △양육자·면회 지원 등 1,199명의 아이를 보살폈다.
위기의 아동들 가운데 왜 유독 수용자 자녀를 돕는 걸까. 지난달 16일 서울 영등포구 세움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수용자 자녀는) 우리나라 전체 아동의 0.5~0.6%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적어서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 이 아이들은 정말 도움이 필요하지만 누구도 돕지 않는다"며 "그래서 더 도와야 했다"고 힘줘 말했다.
이웃집 맡겨졌다 학대... "도와야겠다" 결심

이 대표는 대학 졸업 직후 위기의 아동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다 한 초등학생을 만나며 수용자 자녀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아이는 함께 살던 아버지가 수감돼 이웃집에 맡겨졌다. 부모가 이혼해 돌봐줄 보호자가 없었다. 이웃집에서 모진 학대를 당한 끝에 이 대표가 있던 봉사단체에 인계됐다. "'아이는 죄가 없는데도, 부모가 수감되며 2, 3차 피해를 받겠구나', 그때 깨달았죠."
의아해하는 시선도 있었다. 주변에선 "돕는다면 피해자 자녀여야지 왜 가해자 자식이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부모의 죄와 무관한 자녀까지 '가해자, 피해자'란 잣대로 재단되는 건 옳지 않다고 여겼다. "취약해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함께 돕는 게 사회적 책임이죠. 마땅히 도와야 할 아이와 그러면 안 되는 아이가 따로 있나요?"
마음을 굳힌 이 대표는 수용자 자녀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통계청 자료를 뒤지고 구청과 행정복지센터에도 문의했지만 관련 자료는 전혀 없었다. "우리나라 통계가 정말 잘 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될지 너무 막막했죠." 그가 무작정 교도소에 전화했던 이유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3008330003595)
"'정서적 연좌제' 만연한 현실"

이렇게 한 명, 두 명씩 만나니 변화가 왔다. 세움은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수용자 자녀 현황 실태 조사' 연구를 수행하며 국내에선 처음 수용자 자녀 관련 통계를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인권위는 법무부 등을 대상으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법무부와 함께 가족 접견실도 만들었다. 철창이 없고 어린이 놀이방처럼 꾸며진 접견실은 전국 대다수 교정시설에 설치됐다. 세움은 지난달엔 수용자 자녀의 권리보장을 위해 국제사회가 연대의 뜻을 모으는 국제학술대회(2025 INCCIP Conference)를 아시아 최초로 주관했다.
하지만 수용자 자녀에 대한 인식 개선까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 대표는 "아직 우리나라엔 (수용자 자녀에 대한) '정서적 연좌제'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자기 잘못이 아닌 친족의 잘못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13조 3항)고 규정하지만 현실은 다르단 얘기다. 이런 문화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잘못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위축된다. 이 대표는 "수용자 자녀가 당당히 사는 세상을 위해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수 "전한길은 극우 아냐... 정청래가 극좌 테러리스트" | 한국일보
- 영화 '극한직업' 최 반장역 송영규 숨진 채 발견 | 한국일보
- 남부 물폭탄에 2500명 대피…중대본 "무안 사망자 1명 원인 파악 중" | 한국일보
- 차인표, 구강암 별세 남동생에 "네 몫까지 잘 살아낼게" | 한국일보
- [단독] 석 달마다 지워지는 대통령실 CCTV가 이상민 구속 '1등 공신' | 한국일보
- "에어컨 없는 경비실에 선풍기도 치우라니"... 아파트 경비원의 호소문 | 한국일보
- 빈곤과 사회적 낙인에 두 번 우는 아이들… '위기의 수용자 자녀' | 한국일보
- 韓 핵 잠재력 보유, 한미 정상회담서 '안보판 마스가' 되나 | 한국일보
- "요구 많다"며 임신한 아내 머리채 잡아 폭행한 30대 남성 벌금형 | 한국일보
- "24시간 안에 '마스가 모자' 필요하다"...한국서 긴급 공수작전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