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공급 늘려야 하는데 땅이 없다…李 정부, 해법 찾을까

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2025. 8.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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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도심 유휴부지 활용 방안 등 주택 공급 대책 발표할 가능성
文 정부 때도 발표했지만 태릉·과천 줄줄이 무산…“또 공수표 될라”

(시사저널=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정부가 태릉골프장 부지, 정부종합청사 부지 등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대책을 다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라는 임시 처방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출 규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장기간 지속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부동산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해법, 이른바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서울에 땅이 없다는 점이다.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만한 택지가 사실상 전무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휴부지는 달콤해 보일 수 있다. 입지와 속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다만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유사한 대책을 내놨다가 제도적 한계에 막혀 좌초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다를 수 있을까.

국방부 소유의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시사저널 임준선

만만한 게 유휴부지 활용?

7월30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서울 안팎의 유휴 국공유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월 중 해당 내용을 포함한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을 공급했다가 시장의 외면을 받지 않도록 선호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정부가 유휴부지 카드를 꺼낸 건 좋은 입지에 빠른 속도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어서다. 신규 택지처럼 보상·이전·인프라 구축 절차를 처음부터 진행할 필요가 없어 행정 처리 속도가 빠르다. 또한 도심 입지 특성상 교통 접근성, 생활 인프라, 직주근접성 등이 뛰어나 수요자 선호도도 높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김 장관은 7월29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심 유휴부지는 즉각적인 수요에 대응해 보다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우수 입지에 대한 주거 선호가 높고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를 활용한 공공주택 공급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휴부지 대상지로 거론되는 곳은 △서울 노원구 태릉CC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일대 △서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서울 용산구 캠프킴 △서울 마포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등이다.

이들 부지는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알짜 입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서울 도심권·준도심에 위치해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고 기존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직주근접 수요가 많은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을 중심으로 주거 선호도가 높아 공급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부지는 면적이 넓어 중대형 단지 조성도 가능하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현재 거론되는 부지 대다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주택 공급 후보지로 지목됐다. 하지만 실제 착공까지 이어진 사례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마곡 미매각 부지'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주민 반발, 기관 간 이견, 시설 이전 지연 등으로 사업이 대부분 좌초되거나 표류해 왔다.

태릉CC는 서울 유휴부지 중 주택을 가장 많이 공급할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급 가구 수를 1만 가구로 잡았다. 하지만 주민 반발로 인해 6800가구로 줄어들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는 여전했다. 아파트 건립으로 인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훼손과 교통량 증가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하려는 계획도 주민 반발에 부닥쳐 무산됐다.

다른 유휴부지들도 제도적·물리적 한계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국립외교원 유휴부지는 부지 면적이 협소하고 문화재 보호구역과 중첩돼 주택 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지방조달청의 경우 이전 공사가 2028년 완공 예정이어서 당분간은 주택 공급이 불가능하다.

서울시와의 협의도 주요 변수다. 서울시는 유휴부지 활용 방안이 발표될 때마다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입지 활용 방향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 간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유휴지 개발계획은 또다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국토부가 캠프킴을 개발지로 선정한 이후 서울시는 도심 내 공원 확보와 문화공간 확보 필요성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상암DMC 미매각 부지 역시 미디어·산업용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했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계획이 야심 차게 발표됐다"며 "하지만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대부분 공수표로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계획한 3만3000가구 중 실제 공급은 1000가구에 그쳤다"며 "오히려 정책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제도적·물리적 한계 만만치 않아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정부는 기존 구상과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예고했다. 김 장관은 '과거 유휴부지 활용 방안을 이어간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문재인 정부 당시 장관이 이런 곳(도심 후보지)에 한 번이라도 찾아가 주민과 협상을 해봤을까 싶다"며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주민 협의 등 현장 행정을 중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실현 가능성을 중심에 둔 실행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내 신규 유휴부지 발굴이 쉽지 않은 만큼 기존 서울 도심 부지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가 이번에는 사업 추진 가능성을 우선 고려해 조기 착공이 가능한 곳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단순 나열을 넘어 구체적인 해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한 개발은 부지별로 사정이 달라 개별 접근이 필요하다"며 "환경 규제, 문화재 보존, 기반시설 수용 능력 등 복합적인 장애 요인을 고려하지 않으면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보상안이나 공공기여 인센티브, 부처 간 협업 구조도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공급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넘어 실제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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