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대출협, 그리고 김건희 : 서울국제도서전 불편한 진실

김정덕 기자 2025. 8. 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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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서울국제도서전에 무슨 일이①
문체부 수사 의뢰로 보조금 중단
최근 경찰은 대출협 무혐의 처분
납득할 만한 반박 못 한 문체부
김건희씨가 원인 제공했단 분석도

# 2023년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 당시 영부인 '김건희'씨가 찾아와 축사를 했다. 대중에겐 예고되지 않은 일.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최한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김건희씨의 '좌석'을 두고 문체부·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 그런데 이날 이후 '이상한 일들'이 줄줄이 터졌다. 첫째, 문체부가 대한출판문화협회를 상대로 수사 의뢰를 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횡령했다는 게 골자였다. 둘째, 서울국제도서전에 지급하던 정부 보조금도 끊겼다. 출판업계 안팎엔 '김건희씨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돌았지만 실체는 없었다.

# 문제는 2년 전 출판업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이 이슈가 다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는 점이다. 더스쿠프가 '서울국제도서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취재했다. 그 1편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서울국제도서전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란이 번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6월 18~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다. 이 행사는 출판사, 저자, 독자, 학자, 예술가, 편집자 등 책을 사랑하는 모두가 한자리에서 만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책 축제'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947년 열린 교육박람회에 출판사 50여곳이 참여한 게 시초다. 1950~1953년엔 한국전쟁으로 행사가 중단됐다가 1954년 전국도서전시회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그러던 1995년부터 국제적 행사로 위상을 높였고, 지금은 도서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예술, 학문을 교류하는 아시아의 대표 도서전으로 자리 잡았다.

■ 가파른 성장의 기록 = 서울국제도서전이 이렇게 성장한 배경엔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대출협)의 노력이 깔려 있다. 1988년 '한국출판인회의'가 출범하기 전까지 국내 출판사의 전국 연합단체는 대출협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서울국제도서전의 명맥 역시 대출협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특히 대출협은 국제출판협회를 통해 외국의 출판사들을 초빙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창구이기도 했다. 국제출판협회에는 각국 단체 중 하나만 가입할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대출협(1957년 가입)이었다.

정부의 지원도 컸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997년 '지정국고보조 사업(사용처를 명확히 규정한 국고보조 사업)'에 지정되면서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2023년 정부 보조금은 9억7000만원이었다.

대출협과 국내 출판업계, 정부의 노력 덕분에 서울국제도서전이 지금처럼 큰 행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많은 출판계 사람들이 서울국제도서전을 '공공의 자산'으로 본다.[※참고: 정부는 2024~2025년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는데, 그 이유는 후술했다.]

그런데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은 행사 기간 내내 시끄러웠다. 일부 출판사 부스 곳곳엔 '영리화× 주식회사× 사유화×, 서울국제도서전의 믿을 구석은 공공성'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출협이 공공의 자산이나 다름없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식회사로 만들었는데, 그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의 최대주주가 윤철호 대출협 회장이어서 공공성이 훼손됐다." 2024년 4월 주식회사로 전환한 서울국제도서전의 지분율은 대출협 30.0%, 윤철호 회장이 운영하는 출판사 사회평론 30.0%, 노원문고 30.0%, 기타 다른 출판사 10.0%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결성한 모임인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일인 6월 18일 코엑스 앞에서 항의성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엔 문화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문화예술ㆍ스포츠위원회,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박근혜 정부)의 진상규명을 외쳐온 '블랙리스트 이후',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작가노조 준비위원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등이 참여하고 있다.

■ 주식회사 전환과 파열음 = 그렇다면 서울도서전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갈등의 발단은 공교롭게도 문화체육관광부다. 2023년 8월 문체부는 "대출협 임직원들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을 위반했다"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법에 따르면 지정 국고보조 사업 진행 후, 협의한 항목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보조금의 일부를 반납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문체부가 이 법을 근거로 "대출협이 2018~ 2022년 수익을 냈는데도 그만큼의 보조금을 반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수사를 의뢰하자 서울국제도서전 보조금(9억7000억원)을 포함한 30억원의 정부 보조금이 동시에 끊겼다.

당연히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에 차질이 생겼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유지해야 했던 대출협은 고육책으로 '주식회사 형태'로 자본을 모집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유화' 논란이 일었다. 이게 지금 대출협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일어난 일이다.

의문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대출협이 수익금을 빼돌렸다는 문체부의 주장은 타당한가. 둘째,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은 적절했을까.

먼저 문체부가 의뢰한 수사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경찰은 7월 7일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은 '수익금을 의도적으로 빼돌렸다'는 문체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무엇보다 대출협과 문체부,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은 '수익금의 범위'를 사전에 협의해서 정했다.

이를 근거로 수익을 내는 일부 항목을 '수익금'이 아닌 '자기부담금(출협이 부담한 후 회수한 자금)'으로 규정했다. 경찰이 고의적인 수익금 누락 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한 이유다. 문체부는 "2023년 이전에도 대출협이 수익금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마저도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쯤에서 출판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대출협이 보조금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면서 반론을 펴면 문체부는 그 반론이 타당하지 않다는 걸 주장해야 마땅한데, 문체부는 '납득할 만한 반박 자료 없이' 수익금 누락 주장만 폈다…." 결과적으로 문체부가 '명확한 근거' 없이 대출협의 수사를 의뢰했다는 건데, 출판업계에선 '김건희씨와의 관련설'에 무게를 싣는다.

[사진|뉴시스]

무슨 말일까. 시계추를 잠깐 2023년 6월 14일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일로 돌려보자. 김건희씨는 이날 서울국제도서전에 대중에게 예고 없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그 때문인지 좌석 배치 문제로 대출협과 문체부ㆍ대통령경호실 간 이견이 생겼다. 문체부와 대통령실의 요구를 수용하면 김건희씨 좌석 탓에 계획해 놓은 내빈의 자리를 모조리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두달 후 문체부는 대출협을 상대로 수사를 의뢰했고, 대출협의 정부 보조금도 끊겼다. 우연히 일이 겹친 건지, 김건희씨나 그의 측근이 입김을 불어넣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수사를 의뢰한 문체부가 '납득할 만한 근거 자료' 하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문체부 관계자는 "경찰의 무혐의 처분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없다"면서 아무런 반론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측면만 보면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은 대출협의 절박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실제로 대출협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어쩔 수 없이 주식회사 전환을 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출협이 '주식회사의 사유화'를 꾀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이 문제는 '서울국제도서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2편'에서 이어나가보자.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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