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만 되면 웃겨주는 조정석

안진용 기자 2025. 8. 4. 09:2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여름 극장가 최근 10년 흥행史
‘흥행 보증수표’ 조정석
‘엑시트’·‘파일럿’ 대성공 이어
최신작 ‘좀비딸’도 흥행몰이 중
특유의 코믹 연기로 관객 호응
더울땐 역시 코미디
코로나 전에는 의미 담긴 작품
이후엔 순수 오락물 인기 끌어
“단순하면서 확실한 재미 선호”
2025년 ‘좀비딸’

관객들의 연간 영화 관람 편수가 줄면서 특정 시기, 한 편의 영화를 골라보는 ‘똘똘한 한 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충무로 최대 성수기라 불리는 여름 시장에는 더위를 피해 소위 ‘뇌빼드’(뇌를 빼놓고 보는 드라마) 콘텐츠라 분류되는 순수 오락물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름 사나이’로 자리매김한 배우 조정석이 있다.

◇여름에는 코미디, 코미디 하면 조정석!

조정석이 주연을 맡은 영화 ‘좀비딸’은 개봉 후 첫 주말까지 누적 관객 186만6251명을 동원했다. 개봉 첫날 43만여 명을 동원하며 올해 공개된 영화 중 최고 오프닝 성적을 거뒀다. 1~3일 주말 사흘 동안에만 116만3255명이 ‘좀비딸’을 선택했다.

조정석의 여름 사냥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심에 유독가스가 살포되며 벌어지는 재난 상황을 그린 ‘엑시트’로 무려 941만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에는 ‘파일럿’으로 470만 관객을 모으며 또다시 여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웃음과 가족애다.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역부터 주목받은 조정석 특유의 코믹 연기는 천덕꾸러기 백수로 분한 ‘엑시트’, 여장 남자를 연기한 ‘파일럿’에 이어 좀비가 된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역을 맡은 ‘좀비딸’에서도 빛을 발한다.

여기에 가족애가 추가된다. ‘엑시트’와 ‘파일럿’에서 가족 간 소동이 큰 줄기였듯, ‘좀비딸’도 딸을 살리려는 아빠, 그리고 할머니의 애정이 자양분이다. 실제 여섯 살 된 딸을 둔 조정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어떻게 나한테 제안이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모로서 마음이 성장하고 있던 시기였다”면서 “소재가 좀비이고 이야기엔 코미디도 있지만 부성애, 가족애가 가장 크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2019년 ‘엑시트’

코미디가 웃음이라면 가족애는 눈물이다. 한 콘텐츠 안에 흥과 한이 모두 담겼다는 뜻이다. 빤하지만 대한민국 관객이 가장 열광하는 지점이다. 연출을 맡은 필감성 감독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좀비가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너무 좋았다”면서 “슬픈 이야기지만 이것을 위트와 페이소스 있게 풀어낸 방식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의미보다는 재미!

지난 10년간 여름 극장가에 등장한 한국 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양분된다. 2020년 이후에는 코믹, 액션과 볼거리로 무장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435만 명), ‘모가디슈’(2021·357만 명), ‘한산:용의 출현’(2022·725만 명), ‘밀수’(2023·514만 명), ‘파일럿’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킬러들의 액션, ‘모가디슈’는 내전으로 인한 시가전, ‘한산:용의 출현’은 해상 전투가 일품이었다. ‘밀수’는 액션과 코믹이 적절히 버무려졌고, ‘파일럿’은 웃음에 큰 방점을 찍었다.

2024년 ‘파일럿’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는 의미를 구하는 작품이 많았다. ‘터널’(2016·712만 명)은 붕괴된 터널에 갇힌 한 생명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상을 그린 재난극이었고, 2017년에는 ‘택시운전사’(1218만 명)와 ‘군함도’(659만 명) 등 역사를 기반에 둔 작품이 흥행했다. 2018년에는 죄와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낸 ‘신과 함께-인과 연’(1227만 명)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작’(497만 명)이 박스오피스 1, 2위를 나눠 가졌다. ‘엑시트’에 1위를 내준 ‘봉오동 전투’(2019) 역시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며 478만 명을 모았다.

이처럼 코로나19 이전에는 역사에서 출발해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 다수 제작되고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의미보다는 재미에 더 무게를 두는 작품의 비중이 늘었다.

이는 극장의 위기와 함께 ‘가성비’ 좋은 작품 일변도로 투자가 이뤄지는 충무로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 소위 ‘대작’으로 분류되는 영화 제작 시도는 줄어들었고, 상대적으로 몸값을 낮춘 코미디와 액션을 앞세운 오락물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진 셈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불확실성에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관객들의 성향이 바뀌었다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며 “티켓값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에 조정석이라는 웃음이 보장된 작품으로 쏠리는 것이다. 더운 여름철에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재미를 주는 작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