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액주주 반발에 빛바랜 남양유업의 ‘흑자 성적표’

이석 기자 2025. 8. 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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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우선주 주주들, 대통령실에 탄원서 접수
“보통주만 매입·소각은 차별” vs “같이 올랐으니 문제 없다”

(시사저널=이석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컴)는 지난해 1월 남양유업 인수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3년간의 법정 다툼에서 홍원식 전 회장 일가를 누르고 회사 소유권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60년간 이어진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 역시 막을 내렸다. 그동안 남양유업의 발목을 잡아왔던 오너 리스크 역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재계 안팎에서 나왔다.

실제로 한앤컴 인수 첫해인 지난해 말 남양유업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대리점 갑질 논란과 불매운동 여파로 2019년 3분기부터 이어오던 적자의 늪에서 6년여 만에 탈출한 것이다. 올해 상황도 나쁘지 않다. 소폭이지만 1분기에도 당기순이익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주가가 꿈틀거렸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남양유업 주가는 장 중 100만원을 돌파한 '황제주'로 꼽혔다. 하지만 계속되는 논란과 실적 하락으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논란이 됐던 2021년에는 주가가 사상 최저점인 25만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남양유업 사옥 입구 ⓒ연합뉴스
우선주 소액주주연대가 최근 대통령실에 제출한 탄원서

한앤컴 인수 후 1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했지만

한앤컴에 인수된 후 흔들렸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일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9월부터 순차적으로 보통주를 매입해 소각하고, 1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 주주 친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혜택을 본 것은 주주뿐만이 아니다. 한앤컴은 적자 기업을 인수하면서 사모펀드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들에게서 1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성과급으로 지급하면서 사내 분위기 역시 과거와는 많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 성과 잔치에서 우선주 소유자들은 철저하게 소외됐다는 점이다. 남양유업이 6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매입해 소각하면서 우선주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우선주 소액주주연대 측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로 볼 때 보통주는 9000원의 주주 환원 효과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하지만 전체 주식의 25%에 이르는 우선주는 한 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명백한 주주 평등 원칙 위반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통주 매입 규모(19%)를 감안할 때 우선주도 똑같이 150억원 정도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배당을 많이 한 것도 아니다. 통상적으로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추가 배당을 보장받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우선주 투자자들이 받은 배당액은 주당 105원이다. 시가배당률은 0.34%로,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평균 시가배당률(3.70%)에 크게 못 미친다. 여기에 반발한 투자자들이 결국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회사를 상대로 트럭 시위와 함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남양유업 측은 "우선주의 경우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임시주총을 소집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 중 하나다. 보통주 매입·소각 발표 후 우선주 주가도 같이 상승했다"면서 "소액주주들이 주장하는 상법상 주주 평등 원칙 역시 보통주와 종류주(우선주) 주주 간에 별개로 적용되는 만큼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은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배당을 많이 못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여러 부분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면서 "언제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주주들과 꾸준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남양유업이 보통주 위주의 매입·소각만 진행한 것은 명백히 대주주인 한앤컴을 위한 자본 배치라고 주장한다.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보통주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한앤컴의 주식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앤컴의 남양유업 주식 수는 올 1분기 37만8938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했지만, 지분율은 52.6%에서 61.8%로 9.2%나 증가했다. 남양유업 우선주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한앤컴은 남양유업 지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자사의 자금은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다. 모두 회삿돈이었다"면서 "주주 가치 제고는 명분이고 실상은 대주주만을 위한 주식 매입·소각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일부 주주는 "과거 홍원식 회장 때와 다른 게 뭐냐"며 거친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요컨대 남양유업은 2023년 6월 우선주에 대한 증자를 단행했다. 우선주가 상장 주식 수 요건에 크게 모자라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남양유업 우선주는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트럭시위 중인 남양유업 우선주 소액주주연대

한앤컴 지분율, 1년 만에 9.2% 올라 주목

당시 남양유업 측은 주주우선공모증자 방식을 택했다. 홍 회장 일가나 회사는 우선주가 전무한 만큼, 소액주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회사 운영자금까지 확보했다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회사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상황은 비슷했다. 대주주 지분이 있는 보통주만 매입·소각을 이어가면서 우선주 주주에게만 피해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 우선주 소액주주연대가 7월15일 용산 대통령실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대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루트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 측은 무응답과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면서 "부동산 이외의 투자처인 증시를 부양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이재명 정부에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경영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남양유업은 최근 한앤컴으로 주인이 바뀐 후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다. 대규모 비용 절감을 통해 회계상으로 '흑자'는 맞춰놓았지만 역성장 중인 매출과 1%도 안 되는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족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지분율 상승은 회사를 매각할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면서 "결국은 외형 성장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함께 주주 친화적인 경영을 통해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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