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서귀포, 우리가 놓친 4가지 해법

최근 서귀포는 죽어가고 있다. 한때는 올레길 탐방객 덕분에 서귀포 올레시장도 흥청거린 적이 있고 도심 속 상점도 호황을 누렸으나, 요즘은 아니다. 서귀포를 들르는 사람도 적어졌고, 머무는 사람도 부쩍 줄었다고 한다. 서귀포 시내에 신축된 호텔에는 숙박객이 별로 없는 탓인지 주말 하룻밤 숙박료가 2만~3만원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제주를 가느니 차라리 일본을 가겠다고 벼르는 육지 관광객이 늘어난 탓인지 전통적인 관광지 서귀포는 점점 소외의 뒷자리에 서 있다.
제주도 관광객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일부 신흥 관광지는 붐빈다. 애월 한담해변이나 런던베이글이 있는 동복이나, 번영로의 동화마을 등은 젊은 관광객들의 성지로 꼽히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입맛에 맞는 문화상품이 거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서귀포 도심은 관광객이 지나치는 지역이 되고 말았다. 이런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2025년 여름, 서귀포시는 새롭게 '금토금토새연쇼'를 기획하고 관광객의 마음을 잡는 노력을 시작했다. 체류형 관광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문화콘텐츠를 중시하면서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하고 음악 공연을 활성화하고 지역 아티스트의 공연과 버스킹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칠십리 야외공연장을 리모델링했고, 새섬공원 산책로를 정비했고, 포장마차 특화거리를 조성했다. 매우 잘한 일이다. 오순문 시장의 새로운 기획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왜냐하면 문화콘텐츠를 정비하고 공연장과 산책로와 음식거리를 만드는 일은 우리나라 지자체 어디서나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주만의 독자적인 문화콘텐츠가 가미되어야 '금토금토새연쇼'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제주 정체성을 담는 방법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제주적 놀이문화가 있어야 한다. 제주도에는 한 해를 시작하는 봄에 고을 전체의 풍요를 비는 입춘굿놀이가 전도적으로 벌어졌고, 이와 유사한 다양한 '굿놀이'가 있어 안전과 풍요를 빌면서도 유흥적인 놀이를 즐겼다. 아픈 사람을 치유하며 노는 영감놀이, 나쁜 인연을 털어내고 좋은 인연만 남게 해서 운명을 바꾸는 전상놀이, 풍농을 기원하며 마을사람이 함께 먹는 것을 나누는 세경놀이 등이 행해졌다. 이런 놀이는 공동체의 염원을 모으면서도 함께 나누며 즐기는 놀이여서 현대적 축제로 전환시키기 좋은 재료들이다. 이런 놀이문화가 전제되어야 서귀포시민이 먼저 즐기고, 도민을 끌어들이고, 나아가 관광객을 매료시킬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먼저 우리 정체성을 살려 즐기면 된다.
둘째, 서귀포적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서귀본향당>의 이야기는 실로 넷플릭스도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서사다. 먼저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 싸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도피와 추적의 긴박함이 있고, 세상을 온통 혼돈 상태의 어둠으로 만들었다가 천지개벽을 이루는 창조의 메시지도 있고, 뿡개질(sling)로 사냥을 하는 인류 초창기의 도구를 사용한 사냥법도 담겨 있다. 이런 이야기는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에나 나오는 진귀한 플롯이다. 이런 사랑과 대결과 화합의 대서사를 갖추어 스토리텔링을 해야 축제가 완성된다.
셋째, 맛있는 음식이 있어야 한다. 이번 새연쇼에서도 몇 개 포장마차가 등장하여 호응을 얻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천지연폭포 입구에서 새연교까지 넓은 광장에 300여 개소의 포차가 들어서 다양한 제주의 산해진미를 보여줄 수 있어야 축제가 꽃핀다. 먹는 것이 인색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모든 음식이 함께 관광객을 맞을 수 있게 풍성해야 축제가 맛있어진다.

삼다수를 팔아 제주도 재정에 보태는 상황에서,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독자적으로 하루 100톤 한 달 3천 톤 이상의 지하수를 취수하여 이익을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이라도 서귀포의 관광 극대화를 위해 자그만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서울-제주 노선에서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이득의 작은 부분이라도 도민에게 돌려주는 아량이 필요한 때다. 결국 제주도와 서귀포의 관광 성패는 대기업이 쥐고 있는 셈이다. 한진그룹을 향한 서귀포시장의 분투를 기대한다. / 허남춘(제주대 명예교수 신화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