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 출근한 아이들...전국 최초 ‘근무-돌봄 연계 실험’

문준영·조승주 기자 2025. 8. 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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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돌봄공백 메우는 ‘어나더+ 아이함께’, 새로운 이정표 될까?

7월 29일 아침,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제주특별자치도소통협력센터에 부모와 아이가 손을 잡고 연이어 들어섰다. 잠깐의 포옹과 인사를 나눈 뒤 각기 다른 층으로 이동했다. 오전 9시가 되자 부모들은 업무공간에 들어서 노트북을 켰고, 아이들은 센터 입주기관인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제주에서 준비한 그림책 놀이에 나섰다. 

'알사탕'이라는 그림책을 읽고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약봉지를 만들어보는 액티비티, 그림책 '멸치 다듬기'를 읽고 직접 멸치를 다듬어보는 활동, 간단한 영어 단어를 활용한 말놀이와 함께 미술 활동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맘껏 발산했다.

신나게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하고, 그림을 그리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원도심에 위치한 식당들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의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내고 오후가 되자 이번엔 이야기공방 마음담기의 예술체험 프로그램 '놀이터의 요정들'이 열렸다.

'팥죽할멈과 호랑이'로 알려진 옛 이야기를 연극과 놀이로 풀어내는 예술 프로그램이다. 긴 시간 동안 그 안에서 다른 존재가 되어보는 경험, 머리속으로 생각하며 언어로만 설명하던 것을 감각적으로 설명해본다는 게 큰 매력이다.

이소선 이야기공방 마음담기 대표는 "예술교육으로 어린이를 돌보는데 수동적으로 두는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존재를 뒀으면 좋겠다는 제주소통협력센터의 요청이 인상적이었다"며 "아이들이 체험을 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고 그 안에서 다른 존재가 되어보고 본인들이 실제로 상상한 것들을 합의하면서 공간 안에서 펼쳐내면서, 구조화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어나더+ 아이함께'에 참여한 공무원의 자녀들이 제주소통협력센터 다목적홀에서 예술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옥상정원에서 물놀이까지 이어지자 아이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퇴근 시간, 유난히 밝은 표정을 한 아이들을 보고 부모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특별한 하루를 보낸 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제주시 소속 김동환 주무관은 "휴가를 따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아이들도 같이 돌볼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았다. 아이들과 방학 때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이 모델이 더 많은 공무원, 직장인들에게 확산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 소속 정승문 주무관은 "처음에 애들 방학 시기여서 돌봄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걱정을 덜었다"면서 "이 곳에 처음 와봤는데 환경도 쾌적하고 유연한 근무환경이 돼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학 기간 자녀를 둔 공무원의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어나더+ 아이함께'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공간혁신 시책 '어나더+'의 확장형 모델이다. 공무원이 기존 사무공간을 벗어나 도내 공공시설에서도 유연하게 근무하는 동시에 자녀들을 위한 창의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국 최초의 근무-돌봄 연계 실험이다.
'어나더+ 아이함께' 참가 공무원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이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같은 건물 다른 공간에서 창의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제주의소리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주요 방학기간에 맞춰 7월 28일부터 8월 1일까지 2일차 프로그램이 2회에 걸쳐 진행됐다. 6~7세 자녀를 둔 제주도, 행정시 소속 공무원들 중 이틀 간 신청을 받아 20명을 모집했다.

이번 사업은 제주도, 혁신적인 구성의 공간을 지닌 중간지원조직 제주소통협력센터, 센터 내 입주기업이 함께 기획한 민관협업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제주도는 사업 기획, 참여자 모집, 성과 분석 등을 맡고 제주소통협력센터는 유연근무 공간 제공과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했다. 센터 입주기업은 창의체험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번 전국 최초의 근무-돌봄 연계 실험이 민간 영역까지 확장된다면 가정친화적인 근무문화 확산과 돌봄 공백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지역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복기 제주소통협력센터장은 "아이들의 돌봄 공백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 시작된 것"이라며 "공무원 뿐만 아니라 민간 조직들, 지역의 다양한 유관기관과 협력해서 돌봄 공백을 해결할 수 있는 실험 모델로서 테스트 해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어나더+ 아이함께'에 참가한 어린이가 그림책 놀이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