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탄 쇼’의 기획자 ‘워싱턴 김 목사님’?

김수혁 기자 2025. 8. 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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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모스 탄(사진) 미국 전 국제형사사법대사는 윤석열 지지자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5박6일간 방한 일정 뒷이야기를 추적했다.
7월17일 서울시 은평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한 모스 탄 씨가 기도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미국의 전직 국무부 고위 관료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씨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 선거는 중국의 영향으로 오염되었고, 윤석열은 부당하게 탄핵당했으며,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주장하는 그는 가는 곳마다 윤석열 지지자와 부정선거론자들의 환호를 몰고 다녔다. 지지자들은 그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낸 ‘구원자’로 여겼다. 진짜일까? 〈시사IN〉은 5박6일간 그의 한국 일정을 추적했다.

모스 탄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재미교포 1.5세다. 법학 전문가로 북한 인권 문제를 연구하기도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로 임명됐다. 이 직위는 국무부 산하 국제형사사법국의 수장으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학살 등 잔혹 행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모스 탄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2021년 직위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리버티 대학 로스쿨 교수로 재임 중이다.

모스 탄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1일에는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주최한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연사로 나섰다. 당시 그는 한국에서 중국과 북한의 개입으로 부정선거가 치러진 정황이 있으며 윤석열은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6·3 대선을 앞둔 5월27일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제선거감시단’이라는 단체명을 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함께한 인사 중 한 명인 그랜트 뉴섬은 전직 미국 해병대 대령으로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의 미국 지부 회장이다. KCPAC는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자매 단체다. 설립자인 한국계 미국인 애니 챈은 하와이의 부동산 재벌로, 한국과 미국의 우파 세력을 연결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 증폭하는 가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시사IN〉 제909호 ‘윤석열의 뿌리 깊은 부정선거 유니버스’ 기사 참조).

7월17일 서울시 은평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스 탄 씨. 한 지지자가 연단을 향해 성조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모스 탄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을 해왔다. 올해 2월19~22일 열린 CPAC 행사에서 연설자로 나서 “남한의 민주주의는 수십 년간 겪어본 적 없는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과 강하게 연대하고 있는 윤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그는 선거 부정이 만연했다고 믿고 있으며,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행사에 KCPAC는 ‘번영과 위험의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주제의 부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대선 직전 ‘국제선거감시단’ 명의로 방한한 이후인 6월26일에는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선거는 남한 역사상 가장 거대한 선거 사기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 어린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에 연루돼 소년원에 들어갔다”라는 주장을 하기까지 했다. 모스 탄의 이 같은 주장은 7월14일 입국해 7월19일 출국한 최근 방한 일정 중에도 이어졌다.

당초 서울시 행사 참석 예정이었지만

모스 탄의 이번 방한은 시작부터 논란이 되었다. 서울시 초청으로 방한한다는 사실이 발단이었다. 모스 탄은 당초 7월15일로 예정돼 있던 서울시 주최 행사인 ‘제2회 북한인권 서울포럼’ 행사에 전문가 패널로 초청받았다. 서울시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윤석열의 계엄을 옹호하는 인사를 ‘전문가’로 비용을 들여 데려오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사IN〉에 “트럼프 재집권에 맞춰 관련된 전문가를 초빙하기 위해 5월부터 전문가들로부터 비공식 구두 자문을 받아 해외 인사 초청을 기획했다. 1순위가 스티븐 비건, 2순위가 모스 탄이었다. 스티븐 비건 섭외가 불발되면서 모스 탄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시는 6월 말 모스 탄의 발언이 전해지며 논란이 불거지자, 7월3일 초청 취소를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7월18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무효를 주장하는 서울역 광장 집회에 연사로 나선 모스 탄 씨.ⓒ시사IN 이명익

서울시에 따르면 모스 탄이 ‘북한인권 서울포럼’ 참석을 수락한 시점은 6월10일이다. 이때부터 7월14일 입국, 7월19일 출국 일정으로 비행기 티켓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 행사 당일, 전날과 다음 날을 포함해 2박3일간 숙소를 제공하게 되는데 7월19일에 출국을 한다고 해서 개인 일정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모스 탄은 서울시가 초청을 취소했음에도 예정대로 7월14일 한국에 왔다. 7월15일에는 참석이 예정돼 있던 ‘북한인권 서울포럼’ 행사장 대신 서울대를 방문했다. 당초 보수 단체 트루스포럼 주최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특강할 예정이었다. 서울시가 초청을 취소하면서 서울대 측도 대관을 취소했지만, 모스 탄은 정문 앞에서 그대로 강연을 열었다. 7월16일에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과의 접견을 시도하다 특검이 불허해 불발됐다. 그러자 양측은 서로 주고받은 친필 편지 내용을 외부에 공개했다. 7월17일에는 은평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과 함께 부정선거에 관한 대담을 나눴고, 7월18일에는 서울역 광장 집회에 참석해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7월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까지 그가 가는 곳마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서울시는 모스 탄 초청을 앞두고 그를 추천하는 ‘비공식 구두 자문 제공 전문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 측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는 답을 주기 어렵고,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선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사IN〉 취재를 종합하면, 모스 탄의 방한 일정 관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 있었다.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재미교포 목사 김재학씨다. ‘모스 탄 대사 초청 간증집회’를 연 은평제일교회의 심하보 목사에게 모스 탄의 방한을 알린 인물이 김 목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락을 받은 심 목사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 조작으로 인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선관위서버까 국민운동본부’ 장재언 대표 등과 협의해 거리 집회 등 행사를 조직했다. 심 목사가 김 목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시점은 서울시가 초청 취소를 결정하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서울시가 초청을 취소하면서 발생한 비용에 관해 묻자 심 목사는 “호텔은 내가 제공해줬고 비행기는 자기네(모스 탄 측)가 타고 왔다”라고 말했다.

7월18일 모스 탄이 참석한 서울역 집회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시사IN 이명익

김재학 목사는 이번 방한 일정 동안 지근거리에서 모스 탄을 수행했다. 은평제일교회 예배 당시에는 모스 탄이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발언하는 와중에 청중석에 앉아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지자들이 모스 탄에게 전달하려 한 책이나 서류 등을 대신 건네받아 내용을 살피기도 했다. 모스 탄이 공개한, 미국 도착을 알리는 사진에도 김재학 목사가 함께 등장한다.

그가 모스 탄과 함께한 것은 이번 방문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5월22일에 김 목사는 ‘국제선거감시단’의 방한을 앞두고 ‘NNP뉴스’라는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오래전부터 제가 모스 탄 대사님과도 같이 기도하고 의논하면서, 반드시 이번 21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며 시장경제를 장려하는 후보가 선출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힘을 보태고자 부정선거 감시단을 조직해서 나가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전체 예산으로 10만 달러(약 1억370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연락처를 띄우고 후원 요청을 하기도 했다.

모스 탄이 3월1일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참석한 것도 김재학 목사를 통해서였다. 세이브코리아 주최자인 손현보 목사는 〈시사IN〉과 통화에서 “김재학 목사가 워싱턴 DC에서도 세이브코리아 행사를 열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왔다. 모스 탄을 초청하게 된 것도 김재학 목사를 통해서였다. 당시 고든 창도 초청하려고 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7월17일 서울시 은평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스 탄 씨. ⓒ시사IN 이명익

‘하나님의 구원’ 예고하고 떠난 모스 탄

손현보 목사가 언급한 고든 창은 미국의 변호사이자 정치평론가다. 강경한 반중·반북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고든 창도 한국에 부정선거가 자행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공산당의 영향 아래 있다고 주장한다. 김 목사는 실제로 세이브코리아 워싱턴 DC 상임대표를 맡아 3월1일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민경욱 전 의원이 이날 집회에 참석했고, 반공청년단 단장 김정현씨가 함께 행사 준비를 했다. 김씨는 공수처가 윤석열 체포를 시도하던 당시 ‘백골단’을 자칭하며 관저 사수 집회를 벌였던 인물이다.

김재학 목사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인물이다. 워싱턴 한·미 국가조찬기도회 사무총장, 워싱턴지역 한인교회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취재 과정에서 연락이 닿은 지인들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03~2004년 무렵 모스 탄이 현재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리버티 대학에서 신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그와 함께 학교를 다녔으며 지역 동문회도 함께했던 한 동문은 “(김 목사가) 원래부터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조찬기도회 임원도 하고 북한 문제, 남북한 통일운동 그런 것들을 좋아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통일’을 원했다. 리버티에 오기 전에는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쪽에서 활동을 한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김재학 목사는 〈시사IN〉과 통화에서 “지금으로서는 어떤 말도 하기가 어렵다. 메시지를 내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워놓은 상태다”라면서 모든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모스 탄 씨의 한국 일정을 함께한 워싱턴 DC 재미교포 김재학 목사. ⓒ우리들교회 유튜브 갈무리

모스 탄이 한국에 체류 중이던 7월18일(미국 현지 시각 7월17일),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외교관들에게 외국 선거의 공정성이나 무결성에 대한 논평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외신 보도가 전해졌다. 보도가 나오자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모인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왜요?” “좀 절망적이긴 하네요”라며 당혹스러워했다. 다음 날인 7월19일, 인천공항에서 환송 행사 진행을 맡은 민경욱 전 의원은 이 보도를 언급하면서도 “전날 집회에서 모스 탄 대사의 발언에 아무런 변화가 없지 않았느냐”라면서 이들을 달랬다.

출국을 앞두고 모스 탄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 공산당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좌파들도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와 전능하신 하나님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결코 포기하지 말고, 결코 굴복하지 말고 선한 싸움을 계속해나가라. 그의 시간에, 그의 방식으로 하나님께서 한국을 구원하실 것이다.” 모스 탄이 출국장으로 들어간 뒤, 현장에 남은 지지자들은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KCPAC의 한국지부 회장이며 모스 탄과 윤석열의 친필 서신 내용을 공개한 박주현 변호사는 모스 탄의 이번 방한 일정에 대해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스 탄이) 트럼프하고 뭔가 조율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접견을 불허한) 특검이 미친 짓을 한 거다”라고 말했다. 모스 탄이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가 약속한 ‘구원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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