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 ‘비앤비 이탈리아’ CEO “겉은 베껴도 혁신 DNA는 카피 못해”

최보윤 기자 2025. 8. 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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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앤비 이탈리아 그룹 데메트리오 아폴리니 CEO 인터뷰
지난달 논현동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오픈
국내 라이프 스타일 기업 두오모와 손잡고 선보인 국내 첫 단독 쇼룸
지난달 서울 논현동에 문을 연 이탈리아 유명 가구 브랜드 '비앤비 이탈리아'의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1층 내부. 왼쪽 가에타노 페세의 '세리 업' 시리즈와 가운데 마리오 벨리니의 '카멜레온다' 소파 등이 눈에 띈다./두오모 제공

“이번에 선보인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은 강남의 디자인 지구로 알려진 학동 중심부에 위치합니다. 고급 인테리어 브랜드의 프리미엄 쇼룸이 모여 있는 곳이지요. 서울의 창의적인 커뮤니티를 포함해 한국을 찾는 전 세계 많은 분들에게 영감과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하이엔드 디자인 가구 브랜드 비앤비 이탈리아가 지난달 8일 서울 논현동에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 총 350평 규모.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 답게 이미 국내에도 매장 형태로 오랜 기간 운영됐지만, 이번에 국내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기업 두오모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최초로 단독 쇼룸으로 선보이게 됐다.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외괸. /두오모 제공
비앤비 이탈리아 그룹 데메트리오 아폴리니 CEO /두오모 제공

이번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오픈을 기념해 비앤비 이탈리아 그룹 CEO 데메트리오 아폴로니와 이메일로 만났다. 데메트리오 아폴로니는 이전에 비트라, 카시나, 놀과 같은 국제 디자인 그룹에서 고위 경영진을 맡는 등 30년 넘는 업계 경력을 보유했고, 2023년 말 그룹 CEO 자리에 올랐다.

◇“헤리티지 보존과 트렌드 세터가 공존하는 한국과 통하다”

비앤비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의 혁신 디자인을 상징하는 브랜드 중 하나. 20세기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실내 인테리어 혁신사(史)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다. 1966년 이탈리아 가구 산업의 선구자로 불린 피에로 암브로지오 부스넬리가 1927년 이탈리아에 설립된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까시나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인 C&B Italia로 시작해, 1973년 까시나 지분 인수뒤 B&B Italia라는 이름으로 독립했다.

가구 제작에 자주 사용되던 목제 프레임 대신 철제 구조를 활용한 소파 프레임을 활용해 내구성을 훨씬 높인 기술을 도입하는 가 하면, 1960년대 말 폴리우레탄 폼 몰딩 기술을 적용해 인체 공학적 디자인으로 쿠션을 제작하면서 가구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전통적인 가구 제작 기법이 갖고 있는 ‘한 땀 한 땀’ 수공예 정신은 보존하되, 각종 신소재 등을 도입하고 틀에 박힌 형태와 구조에서 탈피해 디자인의 폭을 넓힌 것은 전 세계 가구 산업에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켰다.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세리 업 시리즈. /두오모 제공

그 대표적인 작품이 이탈리아 건축·디자인의 거장 가에타노 페세(1939~2024)가 지난 1969년 비앤비 이탈리아를 통해 선보인 폴리우레탄과 저지 원단을 이용해 만든 의자 ‘업(Up)’ 시리즈. 풍만한 여체(女體)를 연상시키는 ‘업’ 의자인 세리 업 5와 그와 연결된 동그란 모양의 작은 의자(스툴)인 세리 업 6로 돼 있다. 이 형상은 ‘탯줄’ 또는 당시 사회 구조상 마치 ‘쇠고랑’처럼 박탈당하고 억압받았던 모든 여성을 상징했다고 해석된다.

진공 포장돼 판매될 때는 납작했던 모양이 포장을 풀면서 부풀어 오르는 것이 당시엔 ‘충격’이었다고. 전체적인 미학은 물론 또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력 모두 찬사를 남겼고, 이 작품은 비앤비 이탈리아가 지난 2022년 이탈리아 디자인계 최고권위인 황금콤파스상을 다섯번째 수상하게 하는 또다른 영광을 남기는 작품이 된다. 비앤비 이탈리아는 2024년 말 기준 80개국 이상에 11개의 플래그십, 70개의 단일 브랜드 매장, 900개 이상의 매장에 입점 하는 고급 가구 브랜드 중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아폴리니 CEO는 이러한 비앤비 이탈리아의 전통과 혁신성을 한국과 연결시켰다. “한국은 전통과 문화유산을 존중하고 보존하는 동시에, 패션과 대중문화의 트렌드세터로 자리 잡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헤리티지(유산)’는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입니다. 저희의 목표는 단순히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주 개념을 혁신하고 디자인의 역사를 만들어온 수많은 기록, 혁신, 탁월함, 프로젝트들로 이루어진 저희의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1층 /두오모 제공

◇거장 디자이너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직접 디렉팅한 공간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은 이탈리아의 저명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공간 전반을 디자인 디렉팅했다. 비앤비 이탈리아와 협업한 작품도 다수 보유한 그는 이미 비앤비 이탈리아를 통해 발표한 작품 시티(sity) 소파로 황금콤파스상(1986)을 받은 바 있다. 현재 가구 브랜드 막살토와 아주체나 등의 아트 디렉터도 맡고 있다.

1층 입구부터 통창으로 바꿔 자연의 빛을 실내와 통하게 했다. 내부 공간에서 야외 정원으로 이어지는 공간까지 자연스럽게 디자인했다.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실내와 실외, 도심과 자연 그리고 각 층간의 경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몰입형 공간을 형성했다.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1층의 야외 정원 /두오모 제공

1층은 역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마리오 벨리니의 작품인 카멜레온다 소파와 가에타도 페세의 세리업 암체어, 영국 듀오 디자이너 에드워드 바버와 제이 오스거비가 일본 젠 스타일의 감각을 대리석 토비이시 테이블 등 상징적인 작품들이 눈에 띈다.

카멜레온다 소파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색상과 모양을 다양한 형태로 조합할 수 있는 모듈성이 특징. 소파를 연결하는 결착재(tie-rods·지지봉)와 링(ring)을 자유롭게 결합하거나 분리해 등받이나 팔걸이 형태 등으로 변화시켜 소파이지만 간이 침대처럼 만들수도 있다. 1층 테라스 방향에 마련한 아웃도어 존은 실내에서부터 이어지는 우드 데크를 통해 실내와 야외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2층 /두오모 제공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2층. 나무로 된 거실 벽면처럼 돼 있는 곳 안에 옷 방이 설치돼 집안 구조를 차별화 했다. /두오모 제공

2층은 막살토와 아주체나 브랜드로 구성된 침실 구조를 보여주며, 지하 1층은 호텔 스위트룸을 콘셉트로 비앤비 이탈리아 컨트랙트(아파트·오피스텔 등 주거용 계약) 전용 쇼룸으로 꾸며져있다. 침실과 드레스룸은 물론 엘리티크, 플로림, 팔퍼, 토토, 볼라 등 프리미엄 욕실과 자재 브랜드를 더해 공간 디자인을 고민하는 전문가에게 맞춤형 인테리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 층에 비앤비 이탈리아의 관계사인 조명 전문기업 플로스의 조명을 설치해 각 공간의 분위기를 세련되게 완성했다. 다음은 아폴로니 CEO와의 일문일답.

-코로나로 한때 집이 곧 쉼터이자 일터가 되면서 홈오피스·홈인테리어 같은 부분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가구/인테리어 분야도 급성장했지만, 엔데믹 이후 가구나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은 이전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다. 그룹사 측면에서 전망은?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모두 생활 방식과 습관을 바꿔야 했고,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덕분에 가정 공간을 더욱 깊이 경험할 기회가 되었고, 가구의 기능성과 편안함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마찬가지로, 테라스나 정원처럼 주거 공간의 일부인 야외 공간과 자연 친화적 요소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이는 저희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현재 글로벌 시장 상황은 안정세를 되찾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최근 몇 년간 저희는 북미와 아시아 같은 핵심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해 왔다. 동아시아 시장을 살펴보면 잠재력이 매우 크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으로 복잡한 상황이지만, 곧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 일본, 호주와 같이 최근 파트너들과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국가들은 저희 유통 전략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한국에서 두오모와 협력해 서울에 새로운 플래그십 쇼룸을 오픈하며 이제 좀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2층 막살토 공간/두오모 제공

-비슷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고급 레지던스 산업 등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앤비이탈리아는 럭셔리 고급 가구로 유명한하지만 그만큼 ‘원조’를 보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좋아보이는 것’과 ‘좋은 것’의 진짜 차이는 무엇이 만든다고 생각하는가.

“B&B 이탈리아는 항상 하이엔드 디자인 가구 분야의 선도적 그룹으로, 이탈리아 디자인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Made in Italy의 훌륭한 대사(앰버서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적인 건축 및 디자인 거장들과 협업하며 시대를 초월한 제품을 만드는 등 강력한 연구 및 혁신 역량으로 차별화된다. 따라서 품질, 연구, 혁신은 앞으로도 회사의 주요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DNA 가치로 남을 것이다.

우리 ‘컬렉션’에는 거실, 침실, 야외 공간, 주방을 위한 매우 중요한 헤리티지가 담겨 있다. 개별 제품 단위가 아닌 디자인적 접근을 통해 집 안과 외부 공간 전체를 위한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모조품/카피 제품’ 문제가 존재해왔다. 예를 들어 안토니오 치테리오의 찰스(Charles) 소파는 1997년 출시 이후 곧 모조품이 등장했다. 당시에는 모조품의 외관과 품질이 원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 큰 위협으로 보이지 않긴 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로 단독 쇼룸을 여는 것도 공식 판매 채널을 통해 ‘진짜’를 경험해 보시라는 의미도 담았다. 외관을 베낄 순 있어도 혁신 DNA까지 카피할 수는 없다.”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지하 /두오모 제공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지하/두오모 제공

-가구는 공예 작품 같은 예술과 그를 바탕으로 한 상업성의 경계에 있다. 하이엔드 가구라 해도 박물관에도 전시될 만큼 클래식한 디자인을 품고 있지만, 유행을 타기 때문에 적지 않은 가격인데도 ‘평생 가구’라는 개념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실제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아름다워도 소재 등 혁신이 뒷받침 돼야 소비자들에게 선택받는다. 가성비에 탁월해도 ‘+α‘가 있어야 한다. 예를들어 이케아 소유 잉카 그룹은 플라스틱 최근 재활용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신 트렌드는?

“순환경제 프로젝트는 최신 트렌드이지만 우리가 탄생했을 때부터의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우리에게 지속가능성이란 ‘내구성’을 뜻하며, 이는 매우 본질적인 가치다.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제품 디자인 단계부터 분해를 고려해, 제품 수명 종료 시 다양한 소재를 손쉽게 분리·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순환경제를 반영한 프로젝트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혁신과 지속가능성은 저희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미학을 넘어서는 혁신’을 통해 산업 공정과 소재를 혁신하고, 제품의 탁월함을 유지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디자인한 아이코닉한 소파인 터프티-타임의 새로운 버전 터프티-타임 20을 출시했다. 완벽하게 분해 가능한 구조로, 디자인이 어떻게 더 유연하고 내구성 있고 순환 가능하도록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 외에도, 마리오 벨리니의 카멜레온다와 르 밤볼레, 바버 & 오스거비의 토르텔로 소파, 피에로 리소니의 보레아 아웃도어 컬렉션 등 환경적 책임감을 반영한 제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비앤비 이탈리아 플래그십 서울 지하. 타입 별로 선택할 수 있는 공간. /두오모 제공

-당신은 사무실에서 어떤 가구를 쓰는가.

“2024년 초 B&B 이탈리아 그룹의 CEO로 임명되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나에게 ‘복귀’이기도 하다. 1993년부터 2006년까지 B&B 이탈리아에서 미국 시장 개발을 포함해 B&B 이탈리아 USA의 CEO 등 여러 임원직을 맡은 바 있기 때문이다.

CEO 사무실은 그 자체로 역사이고 매우 중요한 공간이기에,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 이곳은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디자인한 막살토 컬렉션의 시대를 초월한 작품들로 꾸며져 있으며, 사무실 바로 옆 본사 입구에는 가에타노 페쉐의 세리 암체어와 바버 & 오스거비의 토비이시 테이블이 있어 메이드 인 이태리 디자인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최고의 공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가. 또 정말 편안한 가구란 무엇인가.

“‘최고의 공간’이란, 그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취향과 니즈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공간이라고 믿는다. B&B 이탈리아를 찾는 고객들을 보면 시대를 초월하면서도,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고, 미학과 신기술에 민감하며, 가치 있고 최고 품질의 제품을 알아본다. 때문에 현대 문화를 반영하고, 트렌드를 감지하고 예측하며,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환영받고 기능적인 집을 만드는 것이 생활의 필요성을 충족시키고 일상 속에서 웰빙을 제공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가구는 품질, 혁신, 스타일, 인체공학, 그리고 모든 공간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만드는 지능적인 해결책을 결합한다. 편안함이 실용성을 희생해서는 안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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