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스럽지만 아프고 웃긴… 제 농담 들어볼래요?
유튜브 코미디 영상 수백만 조회수 ‘인기몰이’
서울대 출신·묵직한 가족사… 자전적 내용 담아
“엄마는 넷플릭스보다 더 재밌다던데요 하하”
영화·시나리오 관심… ‘하고 싶은 이야기’ 많아
8월 말 첫 스페셜 공연은 전석 매진 기록도
“커피 한 잔 들고 무대 서는… 美 스탠딩 꿈꿔”
표지부터 범상치 않다. 형광 라임빛 배경 위, 파란 매직으로 삐죽삐죽 낙서한 듯한 얼굴. 한쪽 눈썹은 내려가고, 다른 쪽은 올라가 있다.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하다. 강렬한 첫인상에 압도된 채 첫 장을 넘기면, 바로 잽 한 방이 날아든다.


“‘자전’이라는 말은 안 붙여도 될 것 같아요. 그냥 ‘소설’이에요. 이 책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픽션’이에요. 정말 말도 안 되는 부분이 사실일 수도 있고, 그럴듯한 대목이 거짓일 수도 있죠.”
그런데도 독자들은 ‘어디까지가 진짜냐’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자전적 작품이 감수해야 할 숙명이기도 하다. 작가는 답했다. “소설에 나오는 ‘원소윤’이요? 저랑은 동명이인이죠. 주인공 이름을 ‘김지민’ 같은 거로 바꿨으면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괜히 애매하게 써서 궁금하게 만들어 버렸죠. 사실 제 악취미예요.”

그러고 보니 책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알잖아, 전부 농담인 거.” ‘소윤’이 자신의 글을 엄마에게 보여준 후 얼버무리듯 하는 말이다. 그 말 뒤에 숨은 마음을 알고 나면, 쉽게 웃지도 못하고 쉽게 울 수도 없다. 박혜진 평론가 말대로, 그의 유머는 “비극의 본질을 아는 사람이 증류해 낸 순도 높은 웃음이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추천사에서 “작가의 문체는 조사(助詞) 하나도 편집할 것이 없을 정도로 유려하다”고 했다. 실제 원소윤은 코미디와 문학 모두에서 말의 호흡에 예민한 사람이다.

원소윤을 작가로서 돋보이게 하는 건, 하고픈 이야기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지금도 그래요. 소설뿐 아니라 시도 써왔고, 코미디 영화나 시리즈 시나리오에도 관심 있어요.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주인공인 시나리오, 재미있지 않을까요?”
작가로서 ‘추구미’는 미국 단편소설 대가 루시아 벌린을 꼽는다. “인생이 너무 복잡해서, 정말 멀미를 느끼면서 살아요. ‘귀미테(멀미약)’를 붙이고 살아야 할 지경이에요. 벌린은 그 복잡함을 잘 다루는 작가인 것 같아요. 자기복제 없이 계속해서 기대감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그의 꿈은 “큰물에서 놀고 싶다”는 식의 포부와는 조금 다르다. “스타디움 공연이 부럽지는 않아요. 관객석과 아주 가까운, 펍 같은 무대가 훨씬 낭만적이라고 생각해요. 미국에선 펍이나 코미디 클럽에서 하루에도 대여섯 번 오픈 마이크 무대에 설 수 있다고 해요. 커피 한 잔 들고 돌면서 계속 새로운 농담을 실험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갈망도 있다. “영어권 체류 경험도 없고 영어가 능숙하지 않지만 영어로 공연을 해본 적이 있어요. 한국어로 코미디를 할 때는 표정이나 제스처를 잘 안 쓰는데, 영어로는 언어가 안 되니까 무대를 사방팔방 뛰어다니게 되더라고요. 전혀 다른 스타일이 나왔죠. 또 영어로는 한국에서 잘 다루지 않는 소재들, 예컨대 인종적 농담 같은 것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전국 투어부터 시작해야죠.” 그의 첫 1시간짜리 스페셜 공연 ‘원 펀치’는 이달 30∼31일 서울코미디클럽에서 열린다. 양일 모두 전석 매진이다.
예술인이 아닌 자연인 원소윤의 목표는 무엇일까. “책임 잘 지고, 사고를 점검할 때 좀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사안에 대해 간단하게 입장을 내버리고 싶지 않아요. 물론 과단성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내 마음 편하자고 쉽게 입장을 정하는 건 피하고 싶어요.”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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