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구조적 변화 초입…韓 기관투자자, 사모대출 주목할 때"

"지금 유럽은 구조적인 변화를 겪으며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재정 지출과 성장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럽에 많이 투자하지 않았던 한국 투자자에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 질 겁니다."
지난달 29일 방한한 저스틴 뮤지니치 뮤지니치앤코 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에 유럽 은행들과의 공동 대출(Parallel lending)을 소개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밝혔다. 뮤지니치 회장은 뮤지니치를 세운 조지 뮤니지치의 아들이자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 재무부 차관을 지낸 금융계의 거물이다.
뮤지니치앤코는 1988년 뉴욕에 설립된 미국계 사모대출 전문 운용사다. 사모대출이란 자산운용사가 조성한 사모펀드 자금을 은행처럼 기업 등에 대출해 주는 전략을 뜻한다. 지난 1월 설립된 한국 지사를 포함해 미국, 유럽 및 아시아 전역에 17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뮤지니치앤코의 총 운용자산(AUM)은 약 380억달러(약 52조원)다.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은 1조7000억달러(약 2400조원) 규모인데, 뮤지니치는 이 중 약 2%를 차지한 강소 플레이어다.
뮤지니치 회장은 이번 방한에서 은행·보험사·연기금 등 6~7개 기관투자자를 만나 '은행공동대출'을 소개했다. 은행공동대출은 은행 대출과 동일한 금리 조건으로 기업에 대출을 해주되, 여러 은행이 공동으로 대출할 수 있도록 자산운용사가 조율해주는 사모대출 상품이다. 제1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기회를, 자기자본비율 규제로 대출을 대폭 늘릴 수 없는 은행에는 소규모 투자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같은 전략은 미국처럼 비은행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구현하기 어렵다. 반면 유럽은 전통적으로 은행 중심의 금융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뮤지니치 회장은 "유럽 시장의 이런 특징 덕분에 유럽에서 은행공동대출 전략을 가장 먼저 안착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 투자자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사모대출로도 관심을 넓힌 이유 역시, 서로 다른 금융 시스템 속에서 새로운 기획을 모색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뮤지니치 회장은 "규제상 은행은 고(高) 레버리지(차입 규모가 큰) 거래를 할 수 없기에 은행공동대출에 참여하면 한국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더 안전한 구조의 딜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낮은 레버리지에서도 단위 당 스프레드(금리 차익)가 매우 매력적이다"고 했다.
뮤지니치 회장은 달러 중심의 미국 투자에 집중했던 한국 기관 투자자가 유럽에서 다른 유형의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은 미국과 달리 훨씬 은행 중심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은행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한다"며 "이 구조 덕분에 유럽에서 은행공동대출 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뮤지니치 회장은 "은행공동대출은 저희만이 보유한 완전히 독특한 전략"이라며 "저희는 유럽 내 8~9개 지점을 두고 25년 넘게 투자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50개 이상 은행과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내 어떤 운용사도 유럽에서 이정도 네트워크를 갖추지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만큼 기관투자자의 수가 많고 수준이 높은 곳은 드물다"며 "연기금, 보험사 등 다양한 투자 주체가 존재해 사모대출 등 새로운 시장이 성장할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기반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라며 "이처럼 펀더멘털이 탄탄한 중소기업들은 은행 대출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자금 조달 수요를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뮤지니치가 집중하는 은행공동대출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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