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지를 찾아서] 달콤하고 깊은 향에 ‘엄지척’…곡성 멜론 | 디지털농업

서진영 2025. 8.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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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교차와 균일한 일조량으로 멜론 재배에 유리
300여 농가가 120여㏊에서 연간 약 3000t 생산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8월호 기사입니다.

겉은 거친 그물 무늬와 단단한 초록빛 껍질로 무장했지만, 속은 달콤한 반전을 숨기고 있는 멜론. 속을 가르는 순간 코끝을 간지럽히는 매혹적인 머스크 향과 함께 부드럽고 촉촉한 과육이 침샘을 터트린다. 이 반전의 매력을 뽐내는 멜론이 자라는 곳, 멜론의 풍미가 시작되는 땅을 찾아 전남 곡성으로 향했다.
멜론은 북아프리카·중앙아시아·중동 등지에서 유래한 고온성 작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54년 부산 동래의 중앙원예기술원에서 우장춘 박사가 온실 재배한 것을 최초의 시도로 보고 있다. 이후 1960년대까지는 연구기관에서 새로운 작물을 소개하는 수준으로 아주 작은 면적에서 멜론 재배를 시도했다. 농가에서 본격적인 멜론 재배가 이뤄진 것은 1970년대 말 하우스 멜론 품종이 도입된 후부터다.

곡성군에서는 곡성군농업기술센터가 중심이 돼 새로운 고소득작물의 기술 보급을 목표로 멜론 재배를 시도했다. 높은 산으로 둘러쳐져 있는 곡성은 분지형 충적 평야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는 과채 농사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큰 기온 일교차, 균일한 일조량, 비대기에 적은 강수량 등을 두루 충족한다.

촘촘한 그물 무늬가 도드라지는 곡성 멜론. 네트 계열의 머스크멜론은 속을 갈랐을 때 향이 더 진하고 풍부하게 퍼지는데, 잘 익은 멜론은 겉에서도 그 향이 선명하다. 과육의 90%가 수분으로 이뤄진 멜론은 무더운 여름, 갈증 해소와 탈수 예방에 탁월하다.

곡성군농기센터는 1982년 경남 김해원예시험장에서 국내 육종 멜론 품종과 재배 기술을 지원받아 첫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시범사업은 성공적이었지만 당시 멜마땅치 않아 농가 보급이 확대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하우스 재배 기술이 발전해 멜론의 안정적인 생산과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소비 저변이 확대됐다. 이후 2010년대에 접어들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중시 여기는 소비 트렌드가 가속화하며 프리미엄 과일의 수요가 증가하고, 멜론은 이 프리미엄 과일 시장에서 유의미하게 성장세를 나타낸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방자치단체가 전략적으로 육성해 품질 경쟁력을 갖춘 곡성 멜론이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는다.

그물 무늬·당도·머스크 향이 고루 균형 이뤄야
곡성읍 대평리에 위치한 석진농장은 멜론 수확을 일주일여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김태현 석진농장 대표(43)는 “그물 무늬는 잘 형성된 것 같고, 엊그제 확인했을 때 당도가 12브릭스였는데 수확하려면 15브릭스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땀을 훔쳤다.

우리에게 익숙한 멜론은 열매 표피가 그물처럼 갈라져 있는 네트 멜론이다. 네트 멜론은 멜론을 분류하는 외형적 기준으로, 표피에 그물이 없는 것은 무네트 멜론이라고 한다. 시중에서 통용되는 ‘머스크멜론’은 네트 멜론에 속한다. 머스크는 사향(麝香)을 뜻하는 말로, 머스크멜론은 그 이름처럼 달콤하고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우리가 고급 멜론으로 인식하는 대부분의 멜론이 네트 계열의 머스크멜론이고, 국내 멜론 시장 역시 이 머스크멜론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곡성에서 생산하는 멜론도 머스크멜론 계열이 압도적으로 많다.

“촘촘한 그물 무늬와 당도, 머스크 향이 고루 균형을 이루는 고품질 멜론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김 대표는 2010년 서울에서 곡성으로 이주한 후 2014년부터 머스크멜론을 재배하고 있다. 귀촌으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자연스럽게 농사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역 특화작물인 멜론 재배를 추천받았다. 곡성 멜론의 주 작형은 5~6월에 수확하는 춘작으로 아주심기부터 수확까지 90~110일이 걸린다. 멜론 뒷그루 작물로는 딸기·감자 등을 재배한다. 김 대표도 처음에는 500㎡(150평) 규모의 하우스 4동을 임차해 딸기·멜론·옥수수 등을 돌려짓기했다.

“주변이 다 멜론·딸기 농가잖아요. 농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이죠. 그런데 농가마다 재배 노하우가 다 다른 거예요. 그래서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1년 과정의 교육을 3년 연거푸 받으며 저만의 농사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지속적인 토양 관리로 상품성 유지 힘써
멜론은 한 줄기에 가장 충실한 과일 하나만 남겨 모든 영양을 집중시키는 ‘1주 1과’ 재배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곡성군은 일찍이 수확량 경쟁보다 품질 경쟁으로 차별화하자는 전략을 세워 1주 1과 농법을 표준으로 삼았고, 농가들도 적극 동참해 농가 간 품질 편차 없이 고품질의 멜론을 생산하고 있다.

농사 초기에 만족스러운 매출을 올린 김 대표는 3년 차에 하우스를 16동까지 늘리기도 했다. 그만큼 매출도 많아지겠거니 기대했지만 날이 갈수록 빚이 늘었다. 그 때문에 혼자서 경영할 수 있는 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김 대표는 현재 1000㎡(300평) 하우스 4동을 운영하며 멜론 농사에 주력하고 있다.

고품질 머스크멜론을 생산하고 있는 김태현 석진농장 대표. 김 대표는 하우스에 자동 제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같은 하우스라 해도 위치에 따라 온도, 토양이 머금은 수분량, 측창으로 드나드는 바람에도 차이가 있어 기계 수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축적된 노하우로 세심히 작물을 살핀다.

홀로 하우스 4동을 운영하는 김 대표는 3월부터 6월까지 한 달에 한 동씩 차례로 모종을 아주심기하고, 6월부터 9월까지 순서대로 수확을 이어간다. 그는 한 작기 중에 멜론을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확 후 토양 관리가 해마다 일정한 품질의 멜론을 수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수확이 끝난 하우스는 토양소독 작업과 함께 토양 분석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유기물을 투입하는 등의 관리에 들어갑니다. 저는 멜론에 주력해 이듬해 아주심기하기까지 가급적 땅을 쉬게 해주면서 연작장해와 병충해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김 대표가 빠뜨리지 않는 것은 농가경영기록장 작성이다. 농가경영기록장에 수입과 지출뿐 아니라 매일매일의 작업사항이 축적되다 보니 그 자체가 하나의 매뉴얼로 가치를 지닌다. 곡성군농기센터는 김 대표와 같이 경영기록장 작성 농가의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근거로 경쟁력을 갖춘 농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과학적인 농업경영 기법 확산을 위한 민관의 협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곡성군, 멜론 경쟁력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
현재 곡성에서는 300여 농가가 120㏊에서 연간 약 3000t의 멜론을 생산하고 있다. 고온성 작물인 멜론은 오랫동안 남부 지역에서 재배해왔지만 최근에는 강원도를 포함한 전국 각지로 재배 지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함종현 곡성군농기센터 기술보급과 농촌지도사는 “시설농업 기술의 발전이 밑받침되면서 전체 멜론 시장의 규모는 성장했지만 곡성이 점유하고 있던 독보적인 인지도가 다소 분산된 것이 사실”이라며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곡성농협·곡성멜론㈜과 협업으로 관내 생산 멜론 공선출하 약정 이행농가에 한해 모종비를 지원하는 ‘곡성 명품멜론 안정생산 지원사업’, 고온기 멜론 재배 농가에 하우스 환경 개선 시설을 지원하는 ‘곡성 멜론 품질 향상 지원사업’, 그리고 고품질 멜론 생산의 매뉴얼 정립을 목표로 한 ‘고품질 멜론 실증 시범사업’이 큰 축이다. 지난 5년간 전남도농업기술원의 지원으로 스마트팜 70동이 보급된 것도 곡성 멜론 농가의 선진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고품질 멜론 실증 시범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함 지도사는 “전반적으로 고온기 하우스 작물의 생산 물량이 줄어드는데 곡성 멜론도 같은 상황”이라며 “1년 내내 꾸준히 멜론이 나오는 계획 출하를 목표로 고온기에도 고품질 멜론을 생산할 수 있는 매뉴얼을 잘 정립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글 서진영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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