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생명 살리는 실험동물...숨겨진 이들의 노력 있었다

정혁수 기자 2025. 8. 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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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의생명산업연구원 실험동물연구실 한 관계자가 당뇨병 연구에 사용되는 당뇨쥐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가톨릭대학교 /사진=가톨릭대

설치류(마우스·랫드·기니피그·햄스터류), 토끼, 원숭이, 포유류(개·고양이·미니피그·돼지·소·염소 등), 조류(닭·기타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 실험목적에 따라 사용되는 동물은 천차만별이다.

459만2958마리. 지난 한 해 의료기관, 연구기관, 일반 기업체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실험에 사용된 동물 전체 사용량이다.

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장기, 컴퓨터 예측모델 등을 활용한 동물대체시험도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동물실험을 대체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병리학, 신약개발, 농업연구 등을 망라한 'K-과학' 발전의 맨 앞에서 또 앞으로도 그 역할을 짊어져야 할 존재가 바로 실험동물이다. 몇 년 전 인류를 공포에 떨게한 COVID-19 조기 극복에서도 실험동물의 진가(眞價)는 발휘됐다. 바로 백신(vaccine)을 통한 예방이었다. 실험동물을 매개로 한 다양한 실험이 없었다면 조기 백신 개발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실험동물은 생명과학연구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 질병의 원인, 면역 반응, 유전자 기능 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질병 모델을 통해 병의 기전과 진행 과정을 분석해 치료물질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 평가, 백신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 또 화학물질, 식품 등의 안전성 검증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험동물 연구가 과학적으로, 윤리적으로 철저하게 관리돼야 하는 이유다.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실험동물연구실에는 모두 6197개의 동물케이지가 설치돼 있다. /사진=가톨릭대

지난 달 28일 찾아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의생명산업연구원 실험동물연구센터는 국제적 수준의 시설과 연구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적인 실험동물관리 인증기관인 국제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AAALAC International)로 부터도 2018년 연구환경과 운영 역량을 공식 인정받았다.

지난 달 AAALAC International 의 3번째 '완전인증(Full Accreditation) 획득을 위한 실사(site visit)를 마쳤다. 또한 2017년 이후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우수동물실험시설로 지정 받았다.

이성범 가톨릭대학교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위원장은 "AAALAC 재인증은 단순한 인증을 넘어 국제적인 연구 환경을 충족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라며 "앞으로도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실험동물 관리 기준을 바탕으로 국제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생명산업연구원 6~8층 3개층을 사용하는 성의교정 실험동물연구실에는 6197개의 케이지(cage)가 있다. 사육두수는 모두 2만1001마리로 △마우스(2만335마리) △랫드(624마리) △토끼(40마리) △개(2마리) 등 이다.

동물의 희생을 줄이기 위한 첨단 실험장비도 갖췄다. 멸균장비를 비롯해 세척기, 환경모니터링 장비 등 사육장비는 물론 혈구, 혈액가스, 오줌(뇨) 성분을 가려내는 분석장비와 호흡마취기, 클린벤치(clean bench), 영상장비 등도 운영하고 있다.

또 번식실, 격리(감염)실험, 대사실험, 특수실험, 동물영상실 등을 위한 소(小)동물사육·실험 공간과 종별 사육실, 처치실, 수술실, 회복실, 놀이방 등 중대(中大)동물사육·실험공간이 다양한 실험에 활용되고 있다.

실험동물연구실의 중요한 역할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Institutional Animal Care and Use Committee)의 활동이다. IACUC는 실험동물의 사육관리는 물론 실험의 윤리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심의·승인한다. 정부는 2007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으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설치'를 첫 도입했고, 가톨릭대 실험동물연구실은 2008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IACUC를 등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보호법' 제51조에 따라 동물을 이용하여 동물실험을 시행하는 동물실험시행기관은 반드시 IACUC를 설치하고, 실험 계획을 사전에 심의받아야 한다. 특히 동물실험이 학술적, 의학적 혹은 산업적 목적에 의해 필요하더라도 생명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책임이 요구되기 때문에 윤리적 판단 기구로서의 위원회는 필수적이다.

이성범 위원장은 "IACUC는 동물실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출발점이자, 실험동물 복지의 최전선에서 작동하는 중요한 장치"라며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3R원칙(대체 Replacement·감소 Reduction·개선 Refinement)을 실천하는 실험 설계가 이루어졌는 지 평가·통제함으로써 동물실험의 윤리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구성원들은 해마다 '실험동물 위령제'인 'A Memorial Day'를 열고 동물실험에 희생된 실험동물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가톨릭대학교

IACUC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위원들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수의사, 실험동물 전문가, 비과학분야 일반인, 기관 외부 인사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승인된 실험의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동물복지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실험중단은 물론 즉각적인 조사와 시정조치를 연구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필요시 연구자의 실험실 출입정지 까지 결정할 수 있다.

국내 IACUC는 2024년 기준 모두 556개가 운영되고 있다. 국·공립 기관 81개, 대학 129개, 의료기관 38개, 일반 기업체 308개 등 이다. 지난 한 해 세부 심의내역을 보면 총 4만3090건의 심의됐고 이중 △ 원안승인 3만3207건 △수정후 승인 7380건 △수정후 재심 2193건 △미승인 310건 등이 있다.

이동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IACUC는 과학 연구에서 동물실험의 윤리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핵심 기구"라며 "모든 연구현장에서 동물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는 동시에 과학적 연구의 가치를 균형있게 고려할 수 있도록 제도운영 및 관리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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