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도 땅도 엉망”…딸기농가 재기 안간힘

박하늘 기자 2025. 8.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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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에 제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는 걸 보면서 올개(올해) 농사는 고마 포기할려고 했심니더."

산청군 신안면 청현리에서 43년째 딸기농사를 지어온 권정현씨(75)는 "올해 농사를 망친 건 물론이고 아예 농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서 아직 제대로 복구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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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로 양액기 고장·상토 오염
무더위로 한낮 작업에 한계
자재값 오르고 물량 공급 안돼
정식까지 한달…농사 포기도
“주변 도움에 복구에 힘내”
경남 산청군 단성면 입석리의 딸기농가 이상옥씨가 침수로 고장난 양액기를 살펴보고 있다.

“하우스에 제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는 걸 보면서 올개(올해) 농사는 고마 포기할려고 했심니더.”

폭우가 지나간 지 보름이 넘었지만 피해농가들의 복구를 위한 사투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아주심기(정식)를 앞두고 육묘가 한창이던 딸기농가들은 시설하우스 청소부터 모종 살리기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입석리에서 태어나 평생 거주하며 딸기농사를 짓는 이상옥씨(79)는 7월19일 내린 극한호우로 딸기 시설하우스 6동이 모두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다행히 비닐하우스 골조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시 물이 고설베드 턱밑(1m)까지 차오르면서 내부에 있던 양액기·급수기·보일러 등 중요 장비가 완전히 고장 나 아예 쓸 수 없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시설하우스 내부 바닥에 남은 진흙이다. 양수기로 물은 다 빼냈지만, 바닥에 5∼7㎝ 높이의 진흙이 남았다. 진흙까지 다 제거해야 농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전체 시설하우스 면적이 5950㎡(1800평)에 달해 이씨 부부의 힘만으로 이를 제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농촌에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폭우 피해가 워낙 커 전국 곳곳에서 복구작업이 진행중인 터라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포자기하고 있던 차에 7월29일 현장에 대학생봉사단이 찾아와 진흙 제거작업을 거들었다.

이씨는 “늦어도 9월초까지는 아주심기를 마쳐야 하는데, 설비가 망가지고 바닥도 엉망이어서 사실 절망스럽다”면서 “그래도 도움을 주러 오시는 분들을 봐서라도 힘을 내 어떻게든 복구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청을 비롯해 수해가 발생한 지역에는 복구작업을 돕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농가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의 도움 덕분에 복구작업에 힘을 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농사 재개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곳곳에 복구를 지연시키는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이 그렇다.

입석리의 또 다른 딸기농가 유성생씨(67)는 “비가 그친 이후로 매일 한낮 온도가 36℃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시설하우스 내부 온도는 40℃를 훌쩍 넘기 때문에 작업을 정오까지밖에 할 수 없다”면서 “이달말에는 아주심기를 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상황을 전했다.

모종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기며 딸기 모종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전남 담양의 한 딸기농장이 정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전남 담양군 봉산면에서 1만3223㎡(4000평) 규모로 딸기농사를 짓는 정태영씨(48)는 “모종 40만주가 물에 잠겨 대부분 버려야 할 판”이라면서 “침수 피해가 없었다면 1모당 800∼1000원에 팔았을 텐데 침수된 모종은 팔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피해로 각종 자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재값이 오른 것은 물론 물량을 구하기 쉽지 않은 것도 복구를 늦춘다.

시설하우스 5동이 모두 물에 잠긴 이경식씨(31·경남 합천군 율곡면)는 “새로 아주심기하려면 상토를 사야 하는데 작년에 1000만원 정도였던 상토값이 수해 이후에 크게 올라 1500만원 이상 달라고 한다”면서 “이마저도 물량이 없어 20일이 지나야 구할 수 있다고 하니 제때 아주심기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산청군 신안면 청현리에서 43년째 딸기농사를 지어온 권정현씨(75)는 “올해 농사를 망친 건 물론이고 아예 농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서 아직 제대로 복구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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